작은 액땜과 큰 액땜

막내가 아팠었다. 나을 때까지 엄마 옆에서 자고 싶다고 해서 잠자리를 내주고 대신에 나는 막내 방에서 이틀 밤을 보냈다. 혼자만의 방을 사용할 때는 자유를 느끼면서도...

눈 쌓인 하루

"빨리 가자." 아래층 현관에서 몇 번이나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힘들게 눈을 치우고 나니 피곤했는지 급기야 목소리에 독이 번진다. 분명히 7시50분에 집을 나서자고 신신당부해 두었건만...

중독

아이 표정이 우울하다. 아침에 학교로 데려다 주는 길이었다. 끝내 눈물을 보인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아도 대답이 없다. 그저, 자기의 일 때문은 아니라고만 말한다....

어느 의식의 흐름

아침 산책을 나섰다.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에 사용되었던 어린 전나무들이 동네 곳곳에 버려져 있었다. 어린 나이(?)에 벌써 용도폐기되어 이제 쓰레기 차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2불짜리 운전실력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로 라이드하면서 인명사고를 낼 뻔했다. 교차로에서 좌회전 파란 화살표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맨 오른쪽 차선을 가던 나는 그대로 가서 바로...

낙엽이 떨어지듯

아침 가로수 길은 누가 금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작고 노란 낙엽들로 가득하다. 나무들은 겸손하여 자기가 가진 아름다운 것을 기꺼이 내려놓고 차가운 겨울을 미리 준비한다. 이웃집...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학교 다닐 무렵에 하루는 도서관 벽에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자보가 붙었다. 제목에 001이 있을 때도 있고 좀 지나서는 002가 포함되어 있기도 했다. 나중에...

사랑과 희생에 관한 단상

인류의 조상들은 신에게 제물을 바쳐왔다. 오늘 날에 와서는 미개한 행위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 시대의 문맥 속으로 들어간다면 나름의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정글을 원숭이와 뱀과 새를 데리고 가야만 한다면 어떻게 데리고 갈래요? 배낭이 있어요.” 뜬금없이 아내가 묻는다. 나 하나 돌보기도 힘든 그런 환경에서 왜 굳이 그런 동물들과...

오나니즘(Onanism)

유대인의 구약 성경에 흥미로운 일화가 눈에 띄었다. 바로 ‘오난’의 죽음이다.   야곱(aka 이스라엘)은 12명의 남자 아들을 두는데 이들은 이스라엘 12부족의 시조가 된다. 그 중에 넷째 아들이...

드물게 화창한 하루였다. 선선한 날씨는 얇은 긴팔 옷으로도 충분 할 정도로 상쾌했다. 나무들은파란 가을 하늘이 뿜어내는 햇빛을 받아 울긋불긋하게 응답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너머...

비상의 꿈

“아빠, 통계를 보면 뭔가 영웅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 일에 감정적으로는 약간 초연한(detached) 경향이 있대요.” 열성과 고집이 있어야 큰 일을 해내지 않겠니? 하고 되물으려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