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갑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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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테니스 시합을 보다 보면 중간중간 선수들의 시합 중 통계를 화면에 보여주는데 그 중에 양 선수가 unforced error 몇 개인가를 표시해준다. 이것은 상대편이 잘하고 못하고 상관없이 스스로의 범실로 네트에 걸리거나 아웃이 되는 경우를 셈한 것이다. 특히, 중요한 순간에 쉬운 득점 찬스가 왔을 때 이런 실수를 하면 그 실망감 때문에 쉽게 자책감과 좌절감에 휩싸이게 되고 결국 시합을 망치게 된다. 선수에게는 실로 끔찍한 경험이다. 사지가 힘이 풀리고 마음은 심약해지며 몸은 마비가 되는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압박감이 상당한 실제 시합에서는 이런 멘탈 차이가 승부를 가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선수들은 시합 중에 생기는 자신의 실수에 대해서 정신적으로 대처하는 법을 배우고 익히는데 그 방법은 우리 인생살이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이런 실수를 빨리 극복하고 시합에 다시 임할 수 있을까? 다음 세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이런 실수는 시합에 있어서 어쩔 수 없는 한 부분(part of the game)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 초보자에서부터 프로 선수에 이르기까지 어떤 레벨의 선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먼저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시합을 실수 하나 없이 깔끔하게 끝낼 수 있다고 보십니까?’하고 누가 묻는다면 모든 선수들은 ‘그럴리가 있나요. 여러번 실수를 하겠죠, 나도 인간인데.’ 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지만 막상 실전에 임하다 보면 마음 깊은 구석에는 절대로 어떤 경우에도 실수하면 안된다는 의식이 뿌리 깊이 자리잡는다. 특히 쉬운 샷이 네트에 걸리거나 아웃되면 극도로 부정적인 심리상태가 된다. 깊은 불안감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이다. 이 때는 애초 시합에 임하기 전에 가졌던 태도로 돌아와서 ‘늘 있을 수 있는 일’로서 일단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실수에 대해서 전혀 무감각하라는 말은 아니다. 가급적 실수는 줄여야 한다. 단지 감정적으로 거기에 너무 쏠려 계속 머무르는 나머지 긴장감이 과도해지는 데 까지는 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수가 발생한 순간 이를 받아들이고 조정하고 다시 최선을 다하는 식으로 전진할 것인가, 아니면 화를 내고 다른 사람을 원망하고 핑계를 대고 과거에 집착하고 또다른 실수를 할까봐 두려움에 사로잡힐 것인가는 ‘선택’과 ‘훈련’의 문제이기도 하다.

둘째, 실수하고 나서 부정적으로 흐르기 쉬운 마음의 반응을 최대한 통제하고 대신에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전적으로 내 탓에 어이없는 실수를 했다손 쳐도 그에 대해서 ‘병신 같은 놈, 그렇게 밖에 못하다니! 왜 멍청하게 그따위 서투른 시도를 했을까?’하고 화를 내지 말고 대신 ‘좋아, 다음 번에는 이렇게 저렇게 해보겠다.’하고 긍정적 문장을 머리에 떠올리는 식이다. 혹은, 깊은 숨 들이 마시고 “Let it go” 한 다음 포인트로 넘어가는 것이다. 부정적 생각에 사로잡히면 일단 집중력이 약해지고 그런 모습은 상대편에게 강한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된다. 그냥 어이없다는 듯 웃어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합을 그냥 즐기는 것이다. 스스로 조크도 해보고 미소도 지어본다. 그래도 화가 나는 것을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 그럴 때는 마냥 참기만 하기보다는 일단 스팀을 살짝 뺄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시간은 아주 짧아야 하고 가급적 빨리 평상심으로 돌아와 다음 볼에 집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실수를 대하는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바로 눈에 보이는 결과(result)에 마음을 두는 것이 아니라 과정(process)에 마음을 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패싱 샷을 날릴 공간이 보여서 힘껏 날렸는데 깻잎 차이로 아웃되었다. 이럴 때는 ‘그래. 그 상황에서는 그렇게 시도할 수 밖에 없었어. 나는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한거야. 똑같은 상황이 다시 온다 해도 똑같은 시도를 할 수 밖에 없어.’ 하는 것이다. 게임 시작 전에 기초적인 전략을 가지고 시작하되 실전에서 상대의 장단점을 두드려 보고 무엇이 먹히는지 파악한 후 상대 약점을 집중적으로 괴롭히는 것, 이것이 게임의 process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샷, 볼 하나하나에 구체적인 목표 지점을 두는 것도 process의 중요한 부분이다.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실패한 샷을 날릴 수도 있지만 ‘과정’ 혹은 게임플랜 자체에 집중한 샷이라면 직전의 실수(result)에 과도하게 매몰되지 않을 수 있다.

시합을 망치는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가 ‘만약(what if?)’이라는 말을 떠올리는 것이다. 이는 시합 도중에 스물스물 찾아드는, 승리 혹은 패배에 대한 일종의 ‘기대감 (expectation)’이다. ‘지금 이기고 있는데 만약에 뒤집히면 어쩌지?’ 하는 식이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히면 한두 번의 반대 신호(상대의 굿샷, 나의 미스샷)에도 쉽게 멘탈이 흔들려버린다. 결국 평소 실력이 얼어버리는 상황(choking)으로 치닫는다. 이런 생각을 몰아내고 다시 평상심으로 돌아오려면 무엇보다 ‘process’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눈앞에 볼에 집중하는 것, 무슨 샷이 먹히고 어떤 샷이 안먹히는지, 상대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모든 샷에 타겟을 정하고 있는지 등이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는 ‘process’에 집중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늘 곤경은 찾아온다. 결혼, 직장, 자녀교육, 건강 등등. 나날이 근심걱정에 사로잡혀 살기보다는 ‘뭐시 중헌디?’ 하면서 인생의 보다 큰 게임플랜에 집중할 필요가 있겠다. 그런데 나에게 인생의 게임플랜이 과연 있었던가?

<Ian Westermann(미국 테니스 코치)의 pod cast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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