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 ‘어디까지 가도 될지’ 고민하는 당신이 들어야 할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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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윤, <좋은연애연구소> 소장

Q: 남친을 사귄 지 두 달 정도 됐는데 점점 스킨십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어디까지 가도 되는 건가요? 결혼 전까지는 참아야 되나요?

A: 저는 ‘참는다’라는 관점이 되면 참기 어려운 거 같아요. 무작정 ‘참는다’가 아니고 참아야 하는 여러가지 이유들에 대해서 고려하고 생각하는 것이죠. 좀 더 자극적으로 말하자면 ‘계산’을 하는 거죠. 요즘 사람들 계산 정말 철저하잖아요. 저는 성에 대해서도 계산이 굉장히 중요한 거 같아요. 내가 이걸 참는다 참지 않는다라는 개념보다, 한다 하지 않는다를 놓고 만약에 했을 때에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에 대한 플러스와 마이너스 요인들, 그랬을 때 내 인생에 결과적으로 득이 되는가 실이 되는가, 우리 관계에서 이게 득이 되는가 실이 되는가, 이렇게 생각하고 철저하게 계산을 하면 플러스 마이너스가 나올 수 있다고 전 생각해요. 철저하게 계산을 하면 무분별하게 막 달릴 수 있는 관계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젊은 친구들을 만나 보면, 상대방이 매력적이고 너무나 좋고 너무나 사랑했고 그에게 너무나 끌린다고 하지만 막상 계산을 하는 친구들은 없어요. ‘그때 그러면 이렇게 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물어보면 그것까지는 잘 몰랐어요 라고 답하고, ‘그러면 뭐 극단적으로 임신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 봤어요?’ 라고 물으면 ‘임신이 그렇게 잘 되는 줄은 몰랐죠.’라고 해요. 이런 종류의 어떤 현실적인 계산들이 전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고요, 그런 스마트함이 좀 필요한 거 같아요. 성을 너무나 뭐랄까 너무나 로맨틱하게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거에 대해 저는 조금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성의 결과는 누군가에겐 굉장히 다큐멘터리적이잖아요? 이것이 나에게는 로맨스로 시작되지만 결과는 매우 다큐멘터리적일 수 있다는 계산, 감성과 현실 이런 거에 대해서 한번 뒤집어 생각해 보는 계산이 있다면 참을 것을 고려할 수 있겠죠. 내가 결과에 대해서 감당할 수 없는 범위라면요.

어떤 잡지 설문 조사 결과를 봤더니 20대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게 이런 거였어요. ‘저희는 만난지 일 년이 됐어요. 그러니까 이제는 더 깊은 관계로 진행해도 되나요?’ 또는 ‘저희는 이제 22살이 됐어요. 그러니까 이제 더 깊은 관계로 진행해도 되나요?’ 보통 더 깊은 다음 단계로 갈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나이 아니면 만난 기간이었어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거는 둘 사이의 어떠한 친밀함, 신뢰감 이런 게 어느 정도이냐가 훨씬 더 중요하겠죠. 그러면 시간이라는 게 중요한 조건인 거 같기는 한데, 저는 둘이 얼마나 친하고 신뢰관계가 있느냐, 얼마만큼 많이 싸우고 화해하고 해 봤느냐에 따라서 할 수 있는 스킨십은 많이 다른 거 같아요. 개개인마다 다른 것 같고 또 스킨십을 하고 났을 때 그 다음 감정이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수치심을 얼마나 느끼는지, 죄책감을 얼마나 느끼는지. 저는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을 만큼의 스킨십이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이별을 가정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스킨십의 수위는 ‘너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니? 네가 이럴 거면서 그렇게 한거니?’ 이런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있을 만큼이라면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스킨십의 수위인 거 같아요. 스스로 능동적이어야 되고 자기 결정권도 있어야 되고 자기 자아가 손상되지 않아야 되고 적어도 사랑이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있어야 감당할 수 있는 스킨십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일반분들은 이제 연인 사이에서 성관계가 굉장히 자유로운 거 같아요. 그럴 때 이런 생각은 되게 위험한 거 같아요. ‘우리는 이미 성관계를 맺은 사이니까 앞으로도 계속 우린 헤어지기 전까지 할 수 있다.’사실 1월 달에는 그 정도로 아주 친밀감이 있는 사이였을지 모르지만 3월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거든요. 그렇다면 1월에는 본인들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는 사랑의 행위일 수는 있지만 3월에는 사랑의 상처를 남길 수 있는 행위일 수도 있다는 거죠. 심리적인 친밀감이나 신뢰감은 그만큼 스킨십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매력적이고 만지고 싶고 끌리면 자연스러운 거 아니냐 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자연스럽긴 하죠. 남녀간의 스킨십을 막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일이긴 해요. 하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교육은 필요한 거 같아요. 자랄 때 아이들이 화나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뭘 던지기도 하고 때리기도 할 때 부모들이 ‘화나지만 때리면 안돼’라고 가르쳐주잖아요. 그것처럼 ‘매력적이지만 만지면 안돼’, ‘끌리지만 만지면 안돼’ 이걸 10대하고 20대 초반에 교육해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만지고자 할 때 ‘끌리는’ 것 외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려줘야 하겠죠. 사귀는 시간도, 신뢰감도, 책임감이라는 것도 필요한 것이고, 만지고 나서 앞으로 너와 나의 관계가 계속 지속적일 수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어디까지 만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그래서 정말 계산할 것이 많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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