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통행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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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석 변호사의 법률교실 jpark@parkslaw.ca 2015.03.27

한국에서의 야간 통행금지를 기억하시나요? 밤 12시만 되면 사이렌이 울리고 아직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통행자들은 경찰한테 붙들려가서 새벽 4시는 돼야 풀려나왔습니다. 88 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1981년에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야간통행금지법을 폐지하고 1982년 1월 5일부터 시행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야간통행금지법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캐나다라는 선진국에서 지난 3월 5일에 부활했습니다.

알버타주 남쪽에 위치한 테이버(Taber)는 인구가 약 8천명의 작은 도시로서 옥수수생산으로 유명하고 매년 8월달에는 캐나다에서 가장 큰 옥수수 축제가 열리기도 합니다. 이 조용한 도시가 이번에는 전국에 화제를 몰고왔습니다. 테이버의 시의회에서 지난 5일에 community 표준 조례(bylaws)를 제정하였는데 이 조례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2008년의 조례를 수정한 이번 조례는 시민의 자유와 헌법을 대놓고 무시하는 조항들이 많다는 이유입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금지조항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중에는 16세 미만일 경우 야간 통행금지를 지켜야한다는 조항도 있습니다. 통행금지는 밤 11시부터 아침 6시까지이고 위급한 때가 아닌 이상 보호자와 같이 있지않으면 집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캐나다의 헌법인 자유권리헌장 제7조에 의하면 나이제한 없이 모든 사람은 생명과 자유의 권리가 보장되어있습니다. 여기서의 자유란 어디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권리도 포함됩니다. 만약 경찰이 통행금지를 어긴 것을 적발했을 경우 용의자를 경찰서까지 강제로 연행할 수 있고 또 만약 16세 미만자가 야간 통행금지를 어겼을 경우엔 부모나 보호자가 같이 기소가 당할 수 있습니다.

또한, 조례 제7조에는 낙서를 아무데나 하면 안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그런데 ‘낙서’에 대한 정의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다만 특정 물질을 사용해서 외면에 어떤 흔적이 남으면 그것을 낙서로 볼 수 있다라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조항에 의하면 집주인이 자기 집 문앞에 적혀있는 번지수가 잘 안보여서 더 큰 번호판을 그렸을 경우에도 사실상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례  제15조에 의하면 모든 이는 아무데서나 목소리를 외쳐도 안되고 욕을 해도 안됩니다. 문제는 “외친다”는 것에 대한 정의가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애들끼리 말다툼하다가 목소리가 커진다면? 경찰이 판단하기에 세명 이상이 같이 있을 경우에 시끄러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경찰이 요구하는  즉시 갈라져야한다는 조항도 있습니다. 집회의 자유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것은 모든 민주주의의 특징이고 캐나다 역시 자유헌장 제2조에 보장되어있는 자유입니다.

이렇게 헌법을 무시하는 조례가 어떻게 공식적으로 통과하고 존재할 수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캐나다의 모든 법은 제정된 이후 그 법때문에 피해를 직접 본 사람만이 법정에가서 항의를 할 수 있습니다. 다시말하자면 아무리 이 조례가 헌법을 무시한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확신한다해도 누군가가 법원에서 도전(challenge)하지 않는다면 올바른 법으로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만약 법을 고치고싶다면 일단 법을 어기고 공식적으로 기소된 후에 피고인으로서 재판장에서  이 조례조항이 헌법을 어기기 때문에 법률조항 자체를 항의한다는 주장을 하게 됩니다. 만약 재판장이 피고인으 주장을 인정한다하면 그 조항은 재판장이 법원의 대표로서 공식적으로 법에서 삭제시킬 수 있습니다.

이 테이버라는 마을은 인구가 약 8천여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고 시의회는 시장을 포함하여 총 7명의 시의원들이 있습니다. 이번 조례는 시의회에서 6대1로 통과되었는데 어쩌면 이 법은 정말 테이버마을에 살고있는 시민들이 성원하고 있는 법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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