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유죄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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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석 변호사의 법률교실 jpark@parkslaw.ca 2015.04.10

일급살인범으로 12년을 넘게 감옥에 수감되었던 레이튼 헤이씨가 2014년 11월에 석방되었습니다. 그는 첫 수사 심문에서부터 무죄를 주장하고 십년 전에 법원에서 내린 유죄판결이 잘못되었다며 항소해왔습니다. 캐나다 대법원에서는 새롭게 발견된 증거로 인해 재판을 다시하라고 명령하였고 이에 따른 이차재판이 진행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재판이 시작되기 직전에 검사는 이차재판이 필요없다며 소송을 공식적으로 취하했습니다. 재판장은 헤이씨에게 정의가 회복되는데에 너무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며 재판제도의 오류에 대해서도 사과했습니다. 헤이씨는 어떤 증거 때문에 십년 전에 유죄판결을 받게 됐는지 또 그 무죄는 어떻게 증명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2002년 7월6일 새벽1시경이었습니다. 한 토론토 나이트클럽에서 커뮤너티가 주최하고 있던 펀드레이징 행사에서 세명의 남성이 입장 문제로 문앞에 있던 경비원과 말다툼을 시작합니다. 경비원은 결국 이들을 쫒아냈지만 약 10분 뒤에 두 남성이 다시 돌아와서 클럽에 있는 부엌까지 쳐들어와 봉사하고 있던 마틴 무어씨를 총으로 여덟번을 쏘면서 잔인하게 살해했습니다. 용의자들은 바로 주차장으로 뛰어나가고 차를 타고 도망가게 됩니다. 목격자는 자동차 번호판을 바로 적고 경찰을 부르게 됩니다. 경찰은 자동차 번호판을 검색한 결과 미시사가에 있는 한 집으로 찾아갑니다. 그 집은 게리 유닉씨와 레이튼 헤이씨가 같이 살고있는 집이었습니다. 수사한 결과 게리 유닉씨가 입고 있던 웃도리와 청바지에는 피해자의 피 얼룩이 발견되고 유닉씨의 DNA가 레스토랑에서도 발견됩니다. 목격자들도 유닉씨를 금방 범죄자로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레이튼 헤이씨에 관한 증거는 뚜렸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경찰에 말하기를 자기는 나이트 클럽에 간적도 없고 사건 발생 시에 자기 방에서 자고 있었다는 주장했습니다. 목격자에 의하면 유닉씨와 같이 도망간 범인은 긴머리카락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헤이씨를 처음 보았을 때 그는 짧은 머리카락이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헤이씨의 집을 수사하던 중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려진 신문지 안에 머리카락을 발견하고 검사는 재판에서 주장하기를 헤이씨가 그날 나이트 클럽에서 집으로 달려간 후 경찰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자기 머리카락을 깍았고 그 머리카락이 경찰이 화장실에서 발견한 머리카락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목격자는 재판에서 진술하기에 범인의 정확한 얼굴은 기억이 안나지만 그 범인이 헤이씨와 비슷하게 생겼음을 80%는 확신할 수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배심원들은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유죄판결을 내립니다. 약 10년 후인 지금 이 소송은 항소가 되었고 헤이씨는 무죄로 풀려나왔습니다. 헤이씨는 몇년 전부터 제임스 락키어라는 변호사가 설립한 The Association in defense of the wrongly convicted라는 협회에 연락합니다. 잘못된 판결을 받은 전과자를 변호하는 협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협회는 AIDWYC라고 합니다. 이 협회는 1993년부터 시작했지만 2000년도부터 공식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이 협회는 지금까지 총 9개의 재판을 항소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알려졌습니다. 협회는 만약 집에서 경찰에게 발견되기 전에 헤이씨가 머리카락을 자른 증거가 없었다고 한다면 유죄판결이 나올 수 없었으리라 믿고 2010년도에 캐나다 대법원에 가서 경찰이 화장실에서 발견된 털이 과연 헤이씨 머리에서 나온 건지 아니면 얼굴에서 나온 건지 알아야 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며 과학수사 연구소에 테스팅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수사결과 경찰이 화장실에서 발견한 털이 헤이씨의 얼굴에서 나온 털임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목격자의 진술에 의하면 범인이 헤이씨같이 생겼다고 80% 밖에 확신할 수 없다고 하니 유죄라고 단정하기에는 위험한 것입니다. 물론 밖에서 머리를 잘랐을 가능성도 있지만, 형사제도에서는 분명한 증거가 있을 때에만 유죄라는 판결을 내려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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