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반테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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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석 변호사의 법률교실 jpark@parkslaw.ca 2015.05.08

2001년 911 사태 이후 테러라는 단어가 자주 뉴스에 나오곤 합니다. 또한 그 이후부터 여러 국가에서 반테러법을 제정하고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수정되어 오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도 이번 가을에 예정된 연방선거를 앞두고 보수당 총리인 스티븐 하퍼는 올해 1월 25일 새로운 반테러법 법안을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전문가들은 이 법안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개인들의 표현의 자유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년 10월 22일에 오타와에서 벌어진 총격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총격사건들이 요즘 뉴스에 많이 나오다보니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는 저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총격사건때문에 그날 스케줄이었던 오타와와 토론토에서의 NHL하키 게임이 취소되고 또 토론토 Maple Leafs선수들이 호텔에 갇혀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걱정스러워지더군요. 그날 오전 10시경 마이클 제아프 비보(Michael Zehaf-Bibeau)는 국립 전쟁기념관 앞에서 보초로 서있던 경비병을 총격하고 이어서 국회의사당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경찰의 총격으로 사살되었습니다. 경찰에 의하면 그는 캐나다 시민이지만 시리아로 가서 반정부 민병대에 등록하려고 계획했다고 합니다. 캐나다에서 자라고 교육도 받은 그가 시리아 같은 나라로 가서 테러그룹을 조인한다는 자체도 충격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아이시스 같은 테러그룹들은 인터넷 등을 이용해서 멤버들을 소집하고 있는데 여기서 우려스러운 점은 테러리스트 멤버들이 선진국들에서도 많이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 스티븐 하퍼 총리가 최근 공개한 법안도 미국과 캐나다 출신의 시민이 테러그룹 조인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자는 취지일 수도 있습니다.
Bill C51이라고 불리는 반테러법안은 몇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이 법안에 의하면 경찰이 누군가 테러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즉시 그 용의자를 체포할 수 있고 판사도 그 용의자를 그 가능성만으로 기소 없이 일주일동안 강제로 구속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테러를 일으키지 않았다해도 만약 누군가 테러를 단순히 조장하거나 아이디어를 주장해도 그 용의자는 5년까지 징역을 받을 수 있습니다. 테러라는 것이 사실 사전에 막기가 상당히 어려운 일이어서 아마도 이러한 법안과 동의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다만 우려가 되는 점은 ‘테러’에 대한 정의가 아직 캐나다의 법에 공식적으로 없다는 점입니다.
테러라는 단어의 가장 가까운 의미를 찾으려면 캐나다 형법 38.01조를 참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하더라도 테러와 유사한 행위의 특징들의 범위가 너무 넓습니다. 예를들어 이 법에 따라 해석하자면 만약 어떤 사람이 종교나 정치적인 목적으로 어떤 행위를 통하여 정부를 설득하려고 했다면 테러에 해당될 소지가 있습니다. 또한 만약 사람들이 만나서 길가에서 데모를 해도 이것이 바로 테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형법조항에 따르면 평화로운 데모는 불법이 아니지만 평화롭게 시작됐던 protest가 난폭하게 변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스티븐하퍼의 법안이 통과된다하면 어떤 개인이 정부가 마음에 안들어서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서 데모를 하자라는 아이디어만 던졌다 하더라도 정부가 판단하기에 이 데모가 난폭적으로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 데모를 하자는 아이디어를 던진 사람은 테러를 조장한 사람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고 그렇다면 5년까지의 징역을 받을 수있다는 말입니다. 다른 예를 들면, 올해 1월 워싱턴에서 유산을 반대하는 서포터들이 모여서 March for life라는 행사를 벌인 적이 있었습니다. 이 행사의 목적은 미 정부가 유산을 불법으로 하도록 크리스챤 그룹들이 시작한 데모입니다. 리포트에 의하면 이 데모에 반대하는 자들도 같은 장소에 있었다고 합니다. 다행히도 평화롭게 행사가 끝났지만 만약 반대자들과 싸움이 발생했다면 이것이 테러라고 분류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정부에서 이 데모를 사전에 막기로 결심했다면 이런 행사때문에 난폭한 싸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데모를 준비하는 자들을 테러범으로 체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같은 세상에서 특히 캐나다같은 선진국에선 아무리 이런 법안이 통과되어도 이런 염려는 없겠지요. 다만 법이라는 것이 한 방향으로 한 걸음을 나아간다면 또 다른 한걸음을 나아가는 것은 더 쉬워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전문가들은 항상 이를 걱정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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