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인생이 되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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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시에 사는 송계순 씨가 쓴 “제2의 인생”이란 이야기입니다. 나는 서울에서 30여 년 간 교직생활을 하다가 어머니를 보살피기 위해서 퇴직했습니다. 어머니는 89세까지 정정하셨는데, 담석증 수술을 하기 위해서 전신 마취를 한 뒤에 치매에 걸렸습니다. 가족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시도 때도 없이 끼니를 찾으셨습니다. 대소변을 못 가리고, 툭하면 짐을 싸서 집을 나갔습니다. 10년간 치매를 앓으시던 어머니 때문에 너무 힘들어 짜증을 냈고 울기도 했습니다.

가족 모두가 지쳤을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처음에는 홀가분했는데, 날이 갈수록 가슴이 아팠습니다. 어머니는 50여 년을 오로지 막내딸인 나를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해 사랑해주시고 보살펴주셨습니다. 그런데 나는 어머니의 치매 기간 10년을 힘들다고 짜증내며 못 견뎌 했으니… 내 스스로가 미웠습니다. 지나가는 할머니가 모두 내 어머니처럼 느껴졌습니다.

1년 후에 경기도 광주로 이사하고, 자식을 출가시키고, 큰집에 남편과 둘만 남으니 허전하고 외로웠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이천 사회복지관에서 한글 강사로 봉사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소식지를 가져왔습니다. 나는 용기를 내서 한글 강사로 봉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어르신들 중에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6살 때부터 남의 집에 가서 아기를 업고 다니면서 한글을 배우지 못한 분이 있었습니다. 한글을 모르니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해 외출하지 못한 어르신도 있었습니다. 숫자를 몰라 전화를 걸지 못한 어르신도 있었습니다. 그간 글자를 몰라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갈수록 기억력이 안 좋아서 여러 번 반복하면서 한 글자를 깨우칠 때마다 기뻐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3년 동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어르신들은 읍내에 나가 간판을 읽고, 우체국에 가서 편지를 부치고, 동화책을 읽고, 공원에 가서 꽃 이름을 적으면서 한글을 깨우치고 기뻐하며 행복하다고 하셨습니다. 지금도 할머니 제자들이 보내신 편지를 보면서 도리어 내가 행복했습니다. 남은 인생을 풍요롭고 긍정적으로 살게 되어 더욱 감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지금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있습니까?

김진이 기자가 쓴 “희망은 어디에나 있다”라는 이야기입니다. 쓰레기 더미에서 희망을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파라과이의 빈민촌 카테우라 마을에 사는 아이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곳 빈민촌은 하루에 쓰레기가 1,500만톤이 버려지는 매립지입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 매립장에서 쓰레기를 주워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역시 폭력과 위험에 노출되어 일생을 보냅니다. 그런데 카테우라 마을에 변화의 싹이 움트기 시작했습니다. 시립 교향악단 지휘자 루이스 사란이 매립지에 방문했을 때, 한 엄마가 한 팔로 신생아를 안고 다른 팔로 깡통을 줍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순간에 ‘이곳에 음악학교를 세워야겠다’고 결심했답니다. 루이스 사란은 ‘악기가 없으면 만들면 된다. 음악이 있으면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생각하며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의 희망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냉담했습니다. “뭐요? 클래식이라구요? 배부른 소리하지 마세요.” 빈민촌의 집 한 채가 바이올린 하나 값도 안 되는 데, 무슨 클래식 음악이냐?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음악은 사치로 보였던 것입니다.

루이스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무렵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이 있었습니다. 고물상을 하던 니콜라스 고메즈가 깡통과 플라스틱 병으로 바이올린을 만들어 내밀었습니다. “그저 재미삼아 만든 악기인데 제법 소리가 났어요.” 지휘자가 들어보니 어느 고급 악기 못지 않는 소리가 났습니다. 루이스 사란은 마땅한 장난감이 없어서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악기를 선물하기 시작했습니다. 악기를 선물 받았던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바이올린 소리를 듣는 순간에 마음속에 나비가 날아다녔어요.” 1달러도 되지 않는 악기지만 아이들은 자신의 보물이라며 음악에 흥미를 보였습니다. “내 베이스는 석유 드럼통으로 만들었어요.” “내 색소폰은 숟가락과 단추로 만들었어요.” 웃는 아이들의 얼굴이 부모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결국 작은 관심이 더해져서 마을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가 탄생했습니다. 바로 랜드필하모니 오케스트라입니다.

시간이 지나자 학교를 중심으로 새로운 공동체가 생겼습니다. 학생들은 악기 제작과 연주를 통해 생계를 꾸렸고 주민들은 건물을 짓고 회계를 배워 학교 운영을 도왔습니다. 버려진 깡통들의 작은 날갯짓이 삶의 변화를 몰고 왔던 것입니다. 이제 랜드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유럽 전역에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음악 감독 차베스가 말했습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쓰레기를 주었지만 우리는 그것을 음악으로 돌려주려 합니다.“ 오늘도 평범한 마을 풍경 너머로 전에 없던 음악 소리가 들립니다. 그 음악소리는 아이들이 연주하는 희망의 소리입니다.

여러분! 세상 사람들이 쓸모없다고 버려진 쓰레기들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바꾸었을까요? 희망을 가진 사람의 손에 의해 아름다운 소리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가난으로 찌든 마음은 폭력과 다툼, 분쟁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희망의 선물을 받은 사람은 마음속에 나비가 날아다닌 것처럼 자유를 느낍니다. 쓰레기 매립지가 어떻게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고, 희망의 소리가 되었을까요? 지휘자 한 사람의 작은 희망과 관심이 마을을 변화시키었듯이 여러분의 삶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여러분들을 만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사는 오랫동안 같이 하고 싶고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로 살아가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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