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넌 세 살까지 먹은 젖 값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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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에 사는 김주현 씨가 쓴 “60년 전 젖 값”이란 이야기입니다.

며칠 전에 오랜만에 고향 집에 다녀왔습니다. 할머니의 연세가 아흔둘이신데 무척 수척해 보였습니다. 하루는 엄마가 시장가는 길에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를 대신해서 노령 연금을 받아오셨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버지가 농담을 했습니다. “어머니, 치매 약을 제 돈으로 사고 나면 보험 적용된 금액을 다시 노령 연금 통장으로 돌려받고 있어요. 그러니 제가 낸 약값을 돌려주세요.” 실제로 한 달에 한 번씩 25000원 가량의 약값이 할머니의 연금통장으로 들어갔습니다. 할머니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곰곰이 돈을 세어 보셨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5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아버지에게 내밀면서 말했습니다. “이거라도 받아.” 아버지가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받지 않자, 할머니가 성난 목소리로 “아, 싫으면 관둬!” 말하면서 방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그 순간에 가족들 모두가 걱정을 했습니다. ‘아버지의 농담이 지나쳐서 할머니가 상처받지 않으셨을까?’ 그런데 할머니가 다시 방문을 열면서 뜻밖의 말을 했습니다. “그럼 넌 세 살까지 먹은 젖 값 내놔!” 할머니는 환갑을 맞는 아버지에게 60년 전에 젖 값을 달라는 것입니다. 그 말에 온 가족들이 한바탕 크게 웃었습니다. 아버지의 농담을 할머니가 되받아친 것입니다. 환갑의 아버지가 아흔둘 되신 할머니의 재치를 따라가지 못하신 것입니다.

여러분! 포유류가 태어나면 어미의 품속에 안겨서 가장 먼저 찾는 것이 어미의 젖입니다. 인간도 예외가 아닙니다. 아기가 배고파서 울면 엄마가 젖은 물려줍니다. 엄마의 모유는 아기에게 완전한 영양식품이요, 생명의 양식입니다. 심리학자 프로이트가 말했습니다. “이 세상에 아기가 태어나서 기쁨을 누리는 경험 중 최고의 일은 어머니의 젖을 빠는 행위일 것이다. 일차적으로 배고픔을 채우기 위한 생존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요, 비어 있는 감성의 배를 채워주는 행위이다. 어머니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면서 감각적인 만족을 얻게 된다. 마음과 몸이 커가는 아기에게 성장의 자극제이다.“

아기는 모유를 먹으면서 엄마의 사랑을 느낍니다. 사랑을 받으면서 정서적인 안정을 얻고, 따뜻한 마음을 전달받게 됩니다. 또한 아기의 두뇌발달과 감정적, 사회적 유대관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그런데 엄마의 젖값을 계산하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내가 먹었던 엄마의 젖을 값으로 매긴다면 얼마나 될까요? 계산하기 어려운 것을 계산하라고 하면 당황스럽습니다. 계산할 수 없는 일을 계산하려고 할 때 그 가치를 잃게 됩니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특히 내가 타인에게 도움을 입은 적인 있다면 결코 잊고 살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또는 가정적으로 그리고 관계로 어렵고 힘들고 고통스럽고 아플 때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얻고 살아 왔을 것입니다. 혹시 우리는 그런 사람잊고 살지는 않았는지 또는 작은 서운함에 의해서 그들을 남을 대하듯이 행하고 살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람이 배가 고팠을 때 가치와 배부를 때 가치가 같을 수가 없습니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시점입니다. 모두가 따뜻하게 한 해를 보내시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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