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당신이 반드시 들어야할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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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민 (작가) from 성장문답

Q: 역사지식이 부족해 난처해지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역사 공부를 재밌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A: 역사에 대한 교양이나 지식이 부족해서 어려움이 있다 이런 분들은 대개 역사 뿐 아니라 모든 분야의 지식이나 교양이 부족할 가능성이 많아요. 그러면 살아가는 데 애로사항이 있죠. 우선 두가지 문제인데요, 첫번째는 안다는 것은 즐거운 것이라는 겁니다. 우리 뇌는 과학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모르던 것을 깨달았을 때 엔돌핀이 나오게끔, 보상으로 마약 복용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 나오게 설계되어 있대요. 두번째는 사람들은 뭘 많이 알고 정확히 아는 사람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사회 생활을 할 때 타인에게 인정받고 존중받고 심지어 존경받는다는 것은 굉장히 큰 삶의 기쁨이거든요. 그러니까 역사지식이 없어서 애로사항이 있다 이거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쟤 무식해’이런 느낌으로 바라보는 것 같은 시선을 느끼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교양과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은 우리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두가지, 아는 것의 기쁨 그리고 타인의 인정과 존중을 받는 즐거움 이 두가지를 놓치는 거예요.

그래서 공부를 해야하는데 지식을 넓히기 위해서 공부한다 그러지 말고요 그냥 깨닫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 공부한다 그러면서 책을 읽는 거죠. 다른 것도 있긴 하지만 책만큼 좋은 게 없죠. 역사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흥미진진하게 기록된 역사서를 보면 좋아요. 소설부터요. 장길산이라든가 임꺽정이라든가 토지라든가 이런 소설들이 있죠. 외국 소설 중에는 삼국지연의 수호지라든가. 제일 좋은 방법은 흥미를 가지고 읽는 거예요. 그래야 재미가 있고 많이 읽을 수가 있어요. 역사에 대한 관심은 기본적으로 현실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하는 거예요. 현실에 관심이 없고 이런 사람은 역사책을 읽어도 재미가 없어요. 만약 이 질문을 한 분이 그냥 막연히 역사를 내가 잘 모르네라고 느꼈을 수도 있지만, 자기가 그렇게 느낀 것은 현실에 대한 관심이 적기 때문이라고 저는 봐요.

그래서 내 자신의 삶, 생활 이런 것에만 갇히지 말고 주변을 돌아보고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현실에 대해서 왜 이렇게 되었지? 이렇게 밖에 못사는 건가? 그럼 다른 나라는 어떨까? 옛날에는 어땠을까?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가는 건가? 이런 의문을 가질 때 역사서가 재미가 있는 거예요. 왜냐하면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연혁이 있거든요. 그것이 좋은 것이든 좋지 않은 것이든 또는 합리적으로 이해가 되는 것이든 아주 불합리해서 도무지 납득이 안되는 것이든 간에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것이 그렇게 되어 온 연혁이 있어요. 과거에서 축적되어 온 것이기 때문에. 그걸 알았다고 해서 현실을 당장 바꿀 수 있거나 이런 건 아니예요. 그러나 아는 것 자체만으로 내가 현실에 존재하는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어떤 인식 체계를 가지게 된다는 것, 그걸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죠.

제 경우에는 20대 때 다른 나라는 민주주의를 하는데 왜 우리나라는 독재를 하는 거야? 그럼 민주주의 하는 나라들은 어떻게 해서 민주주의를 하게 됐지? 다 민주주의 하기 전에는 독재였는데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어떻게 간 거야? 이런 관심 때문에 역사 공부를 시작한 거거든요. 외국은 어떻게 민주주의가 됐나 의문을 풀다보니 프랑스가 민주주의 원조인 것을 알게 되고 프랑스 대혁명을 공부하게 되었고요. 독일도 옛날에는 독재였는데 어떻게 민주주의가 되었지 하며 독일사를 배우게 되고요. 중국이나 러시아는 그 당시 공산주의 사회주의여서 저기는 왜 저렇게 됐나 해서 중국 혁명사나 러시아 혁명사를 보게 되고요. 그렇게 보다 보면 또 관심이 더 과거로 가고 과거로 가다 보니까 중세사도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렇게 뻗어나간 거거든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역사에 대한 관심은 현실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사람들이 역사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을 좀 깔보거나 별로 높이 평가 안하는 이유가 그 사람이 단순히 지식이 없어서라기보다 이 사람은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의 문제 공동체의 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사람이구나, 그리고 그렇게 공동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우리는 별로 좋게 평가하지 않아요. 그래서 그런 거거든요. 그래서 현실에 대한 관심 그리고 그 현실이 만들어지게 된 연원, 이런 것에 대한 호기심 이런 것을 가지고 역사 책을 찾아보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게 많을 거예요. 관심 없으면 재미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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