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눈부신 날

간간히 소낙비를 쏟는 먹구름 사이로 하늘의 나머지 절반은 저리도 푸르고 깊다. 여기저기서 무리지은 먹구름들은 햇빛을 받아 언저리가 눈부시고 그 아래 푸른 들판은...

거룩함에 대하여

막내가 학교에서 흙이 있는 작은 화분에 오크나무의 모종을 담아왔다. 한 뼘 정도 크기의 가녀린 줄기에 의외로 큼직한 잎이 두 개 달려 있었다....

만남

겨울이 너무 일찍 왔다고 느꼈었는데 이번 연말연시는 의외로 따듯한 날씨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반갑지만 왠지 기후가 정상을 벗어나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그 해 여름으로부터 1년

낮이 되어도 20도 초반이다. 추분을 많이 지나서 그런지 낮에 햇볕을 받는 시간도 짧아지고 덩달아 날씨도 선선해진다. 계절의 변화를 가져오는, 몇십억년 동안 한결같은...

가지치기

누군가 집 앞 오래된 나무를 예쁘게 가지치기 해놓았다. 동네 길가에 있는 나무들 모두 다듬어져 있는 것을 보니 아마 시티에서 봄을 맞아 다녀간...

어느 여유인듯 여유 아닌 여유 같은 오후

최근에 하던 일 하나를 그만두는 바람에 다소 시간에 여유가 생겼다. 그렇다고 해서 시간을 유익하게 보내지는 못하는 것 같다. 달라진 생활패턴이 익숙해지지 않고 뭔가가 뒤엉킨...

낙엽을 남기고 떠난 사랑…

낙엽이 떨어진다. 지인의 슬픈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것이 그렇게 흔한 병이었던가! 우리의 생명은 마치 미약한 심장이 보조장치로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늘 죽음과...

긴가민가

“이젠 확신이 있어요.” 10년 전 쯤 성당에서 같이 성가대를 했던 분과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 이제는 성당에 다시 나오시려나보다.’ 하고 내심 반가웠으나,...

어떤 얼굴

런던의 코로나 상황은 좀 나아진 것일까? 그러나 아직 공기의 흐름은 바뀌지 않은 것 같다. 마음도 아직 예전처럼 자유롭지 않다. 공원에는 드문드문 조심스럽게...

사랑 Two

한 밤중에 막내가 세 번이나 우리 방을 찾았다. 더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했다. 비몽사몽 간에 엄마가 침대 보를 봐주기도 하고 온도를...

바람과 지진과 불

날로 선선해지고 있는 저녁, 북쪽 국도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조금 전에 해가 넘어갔다. 들판은 온통 땅거미로 가득하고 하늘은 이제 빛의 기억만...

방생(放生)

둘째 아이가 어떤 피아노 곡을 무심코 연습하는데 내게는 너무 반가운 곡이었다. 둘째도 그 곡이 무척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너를 기억해”라는 드라마 OST였다. 이소라의 목소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