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다. 먼 코쟁이의 나라 조그만 도시를 차로 달린다. 저쪽 차가운 하늘 위로 보름달이 유난히 밝고 크다. 달의 낯짝은 늘 지구를 향하기 때문에 일년 내내...

곰국

내일은 아이들이 개학하는 날이다. 아이들의 도시락과 학교 라이드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무거워진다. 큰 애와 둘째 아이 두 명에게는 거의 우격다짐으로 오후에 학교에서 걸어오도록 했다....

향수

12월 말에 한국을 가면 고향에도 찾아가 볼 예정이다. 13가구가 낮은 산 자락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시골 마을, 그리고 동네 어귀 들판 사이로 흐르던 시냇가는...

아베 마리아

퀘벡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노트르담’이라 불리는 건축물이나 도로가 자주 눈에 띈다. ‘담(dame)’은 여성에 대한 존칭(영어의 lady)이다. 그래서, 프랑스어로 ‘마담(ma dame)’은 my lady,...

겸손

아들이 언짢다. 아내와 나는 아들의 말투에서 묻어나는 태도가 불만이다. 이미 아들은 우리 부부가 생각하는 네모 지대에서 어지간히 벗어나 있다. 아들의 인성이 이제는 시야보다 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오랜만에 가까운 비치(beach)를 찾았다. 날이 무더워서인지 포트스탠리(Port Stanley) 비치에는 사람들로 붐볐다. 주차할 곳을 찾는 데에 한참 애를 먹었다. 제아무리 그래봐야 한여름 해운대보다는 덜하니 그것으로...

잡초

우리 집 잔디에는 주위 이웃집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상한 잡초가 몇 해 동안 여러 군데에서 듬성듬성 방치되고 있었다. Dallis-weed라는 놈들인데 줄기가 강인하여 제초제가 통하지...

나이아가라 기행

한국에서 온 손님 가족과 나이아가라 폭포에 가서 배를 타보기로 의기투합했다. 런던에서 출발해서 쉬지 않고 2시간 정도 거리. 토론토 갈 때보다 조금 더 걸리는 것...

부채

테이블에 앉은 내 눈은 유리창문 너머로 보이는 YMCA 풀장을 향했다. 월요일이다. 회사를 가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풀장에 한가롭게 잠겨있다. 레인에는 스치는 물결의 감촉을 즐기며...

어떤 나들이

지친 하루를 뒤로하고 아내와 아이들과 미국으로 향했다. 둘째가 태권도 시합을 거기서 하기로 되어 있었다. 402를 따라 Sarnia를 지났다. 봄내음으로 가득한 길이었다. 미시간으로 들어서는 다리...

사랑의 비율

맨 땅에 막대기를 꽂기만 해도 잎이 피어난다는 오월에 우리는 결혼했다. 전날 밤이 되어서야 다음 날이 바로 결혼 기념일이라는 것을, 아내의 귀띔으로 알게 되었다. 뭔가...

다람쥐

대기가 따스하다. 2월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이러다 정말 봄이 오지 싶다. 무거운 몸과 들뜨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북쪽 서닝데일을 향해 아델레이드 길을 운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