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하루 종일 집에 머물다가 어느새 밤이 다가왔다. 커피를 사러 현관을 나섰다. 인적 드문 동네 어귀을 따라 차는 군데군데 전등으로 장식된 집들을 지난다....

눈 쌓인 하루

"빨리 가자." 아래층 현관에서 몇 번이나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힘들게 눈을 치우고 나니 피곤했는지 급기야 목소리에 독이 번진다. 분명히 7시50분에 집을 나서자고 신신당부해 두었건만...

광야의 별들

토론토에 가는 길에 잠시 장인 장모 댁에 들러 아들을 내려주었다. 아들은 거기서 이틀 묵으며 볼일을 보고나서 다시 학교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설에도 찾아뵙지...

어머니라는 문맥

아침 하늘에 구스 몇마리가 낮게 날아간다. 어릴 적 고향에서도 앞마당 평상 위에 누워 파랗고 깊게 펼쳐진 아침 하늘 속으로 기러기들이 북쪽으로 날아가는...

천국에 대한 단상

천국은 보통 하늘 나라, 하느님 나라, Kingdom of God, 때로는 새하늘과 새땅(신천지!!)이라고도 불린다. 우리 모두는 죽어서 막연히 하늘나라에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스치듯이...

낙엽이 눈에 덮이다

올해는 생각보다 빨리 눈이 내렸다. 미처 낙엽을 처리하지 못했는데 눈으로 덮였다. 거기다가 우리집 나무는 유난히 늦게 낙엽을 떨구는 수종이라, 눈 위에 나머지...

내 무릎을 너에게 바친다

운동을 하다가 오른쪽 무릎에 다시 무리가 왔다. 절뚝거리느라 생활이 불편하고 바깥출입이 쉽지 않았다. 아이들은 나에게 라이드를 부탁하지 않고 집으로 걸어와 주었고 아내도 여기저기 운전을...

주름을 보며

아침부터 진눈깨비가 내린다. 그런줄도 모르고 강아지를 산책시키려 나선 참이었다. 다시 집으로 들어갈까 잠시 망설였지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나를 바라보는 강아지의 기대에 가득찬...

아빠가 미안하다

아이가 학교 가는 길에 눈물을 흘린다. 아침에 가족들에게 짜증낸 것에 대한 당황과 후회가 담겼으리라. 한국에만 고3 스트레스가 있는 줄 알았더니 여기 캐나다에서도...

양다리 걸치다

내 마음의 작은 연못에 황소개구리 한마리가 놀고 있다. 처음에는 성가신 모기와 날파리 같은 귀찮은 것들을 없애줘서 기뻤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놈은 연못...

어느 가톨릭 신자의 단상

집에서 작은 모임이 있었다. 열 다섯 가구 남짓으로 구성된 반이 한 달에 한번씩 이런 모임을 번갈아가며 가지고 있다. 오늘은 우리 집 차례였는데...

어느 의식의 흐름

아침 산책을 나섰다.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에 사용되었던 어린 전나무들이 동네 곳곳에 버려져 있었다. 어린 나이(?)에 벌써 용도폐기되어 이제 쓰레기 차가 오기만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