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유인듯 여유 아닌 여유 같은 오후

최근에 하던 일 하나를 그만두는 바람에 다소 시간에 여유가 생겼다. 그렇다고 해서 시간을 유익하게 보내지는 못하는 것 같다. 달라진 생활패턴이 익숙해지지 않고 뭔가가 뒤엉킨...

결혼에 대한 단상

다른 도시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큰 아이에게서 뜬금없이 전화가 왔다. “아빠는 결혼하기 전에 엄마에 대한 마음이 어땠어요? 만날 때마다 설렜어요?” 아들은 같은...

언어의 향기

“아빠는 영어를 왜 그리 못해?” 막내가 태클을 걸어온다. 아침 일찍 함께 치과로 가는 길이었다. 잠깐 팀호튼에 들러 내가 커피를 주문하는 소리를 듣더니...

요즘 드라마

TV 드라마는 실제 삶과 동떨어진 그야말로 같잖은 스토리 투성이지만 그래도 드라마에 빠지다 보면 그 시간 동안 나도 모르게 휴식을 가지게 된다. 운동을 하는 것보다는...

치유로서의 노동

모든 사람은 일을 한다(그렇겠지 설마?). 깨어있는 시간의 반 정도가 일하는 시간이다. 하루 8시간, 주5일, 25살에서 65세까지 40년을 일한다고 가정하면 8만3천 시간 정도이다. 한국의 경우...

부채

테이블에 앉은 내 눈은 유리창문 너머로 보이는 YMCA 풀장을 향했다. 월요일이다. 회사를 가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풀장에 한가롭게 잠겨있다. 레인에는 스치는 물결의 감촉을 즐기며...

입양

도원결의란 장비(혹은 유비)의 집 뒤뜰 복숭아 밭에서 검은 소와 흰 말과 지전(紙錢) 등 제물을 차려 놓고 천지(天地)에 제(祭)를 지내어 의형제를 맺은 것을 두고 말하는데...

바람과 지진과 불

날로 선선해지고 있는 저녁, 북쪽 국도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조금 전에 해가 넘어갔다. 들판은 온통 땅거미로 가득하고 하늘은 이제 빛의 기억만...

봄날의 침묵

찬란한 봄 기운이 부지런히 온 하늘과 땅으로 소리 없이 번져간다. 햇살 스민 푸른 하늘이 눈부시고, 때를 노리던 아기 잎새들은 가지 끝에서 조용히 기지개를 킨다....

그 해 여름으로부터 1년

낮이 되어도 20도 초반이다. 추분을 많이 지나서 그런지 낮에 햇볕을 받는 시간도 짧아지고 덩달아 날씨도 선선해진다. 계절의 변화를 가져오는, 몇십억년 동안 한결같은...

다람쥐

대기가 따스하다. 2월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이러다 정말 봄이 오지 싶다. 무거운 몸과 들뜨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북쪽 서닝데일을 향해 아델레이드 길을 운전하고 있었다....

사랑과 희생에 관한 단상

인류의 조상들은 신에게 제물을 바쳐왔다. 오늘 날에 와서는 미개한 행위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 시대의 문맥 속으로 들어간다면 나름의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