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례
제목: 제가 이런 직장을 계속 더 다녀야만 하나요?
저번에 세미나는 정말 좋은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특히 직장의 비전으로 고민하니까, 더욱 가슴에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정말 세미나를 들으면서, 제 자신이 맞구나 하는 말이 속으로 많이 나왔습니다. 정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조화롭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사람은 항상 방황하고, 직장의 비전 때문에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제 주위에도 그런 사람들을 많이 본 것 같고요.
사실은 세미나를 듣기 한 달 전쯤부터 직장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상태였습니다. 바로 그만둔다는 것은 아니고요 입사하고 만 1년 후인 9월 말까지 다니고 그만 두기로 마음먹은 상태입니다. 그동안 정말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고 보여 지는 것은 별로 없는 그런 직장생활의 반복이었습니다.
저의 직장생활을 조금 얘기해 보겠습니다. 실장님(상담실 직책)도 대충 어떤 생활인지 짐작은 하시겠지만요…
제가 회사에서 맡은 일은 다음과 같이 분류해 볼 수 있습니다. PC 유지/보수, 프로그램 작성, 서버관리, 네트워크관리 등 여하튼 회사에, 전산에 조금이라도, 관련 있다 싶으면 제가 다 합니다. 오로지 저 혼자서요.
제 위에 과장님이 한 분 계시죠. 과장님은 대부분 일본 분들 요청하는 일들만 봐주고, 공장에 전산담당 하시는 분 (현재 전산 인원은 본사 저 혼자와 과장님 그리고 공장에는 2명 있습니다)과 전화통화 하면서, 공장 전산에 더 많이 신경을 씁니다. (물론 제조업체들이 공장 전산화가 굉장히 중요한 것이 사실이죠) 그러나 과장님은 실제 일이 그리 많지 않아서, 대부분 일을 하는 때보다, 책상에서 조는 때가 더 많습니다. 하찮은 심부름이나, 조그만 일들까지 저한테 모두 시키니까요.
하지만, 제가 이렇게 일이 많은 데도, 제가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일을 잘하고 있다는 것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현업에 있는 직원들이나 과장님한테 말이 안 나오면 다행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해도, 결국은 하루의 2/3을 일반적인 PC 유지/보수 하는데, 시간을 대부분 보냅니다. 원래 윈도우98이 오래 쓰다보면, 각종 버그가 많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현업(사무실)사람들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신들의 업무가 편해지기도 하지만, 우선은 일에 쫒기 는데 컴퓨터가 말썽이면, 엄청 힘들죠…….
농담이 아니고, 제가 작년 9월 정도에 입사하고, 초기에는 거의 하루의 대부분, 어떤 날은
PC 봐주느라고, 하루를 다 허비한 적도 많이 있습니다. (지금은 2000으로 대부분 업그레이드해서, PC 때문에 부르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정을 봐주는지, 모르는지 처음에는 프로그램 작성 요청도 엄청 많았습니다. 사람들이 이기적이라 제가 자신들이 시킨 일을 하면 자신들의 시킨 일 외에는 제가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더군요.
결국 야근에다, 11시, 12시에 집에 가기도 일쑤였고, 밤을 샌 적도 굉장히 많습니다.
그렇다고 과장님이 칭찬해 주느냐, 절대 아닙니다. 제가 야근하고, 밤새니까, 일본인 임원들은 과장을 깨고, 과장은 저를 깨고, 그런 식이죠 원래 저희 회사는 야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프로그램도 과장이 현업들이 요청하는 것은 저보고 대충 제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고, 일본인 임원들이 요청하는 프로그램은 PC 유지보수 하면서, 시간이 거의 남지 않아서, 프로그램 진척상황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으면 얘기하지 않는다고, 뭐라 그럽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과장님이 저에게 요청하는 리포트 자료 등도 엄청 많습니다.
이런 것들을 다 했냐고요? 제가 객관적으로 봐도 아무리 경력이 화려한 경력자라도, 천재라도 불가능 합니다. (제가 오기 전에 전산실 인원이 4명이었다고 하더군요) 지금 따져 보면, 물론 평균적으로 요구하는 것의 1/4도 못한 것 같습니다.
엄청 과장님한테, 욕도 많이 얻어먹고, 비인격적인 대우도 많이 받았습니다. 과장이라는 사람은, 날 위해 야단을 친다고 처음에는 많이 생각했는데, 절대 그런 것이 아니더군요. 평소에는 조용하다가 자신이 죽는 일이면, 저를 어떻게든 갈궈 댑니다. 왜 그럴까, 많이 생각해 봤는데 첫째는 예전에 자기 밑에 있던 분들이 현업들에게 믿음을 별로 주지 못했죠. 일을 못 했던 것도, 아니고(그 당시에도 일이 많았지만,) 프로그램을 짜주어도 PC 유지보수를 해주어도 믿음을 주지 못했죠.(하지만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요.) 그러니 책임자는 자신의 자리도 위협 받는 것이죠, 그러니 자신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생각보다는 밑의 사람이 요령 피우며 일해서 자기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둘째는 대부분이 저를 갈궈 대는 일들이 저를 갈구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 일이더군요. 과장이라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도 아니고, 죄의 속성을 가진 인간일 뿐이더군요. 그리고 항상 늦게 퇴근하니깐 교회 사람들도 말을 비꼬아서 말을 많이 하고, 공무원 준비하라고 말을 많이 하고 그러니깐 평일 날에는 일찍 퇴근해도 교회에 안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보면 실장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이 공감이 많이 되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윗사람이 또는 직장동료가 아무리 욕하고 비인격적 대우를 해도 제가 다른 사람을 섬기고,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로써 결과물이 조금씩 보이니깐, 사람들이 저의 중심을 보기 시작하더군요.
직장의 안 좋은 얘기를 너무 많이 했죠. 정말 많이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별 의미가 없습니다.
제가 왜 힘들까를 많이 생각해 봤습니다. 인간은 어차피 이기적인 나쁜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겠죠. 결국은 회사의 구조적인 문제가 근본 원인이더군요. 서로가 이해를 못하는 겁니다. 서로가 상대방을 이해 할 수 없는 직장 환경이구요. 힘들어하고, 서로가 이해를 못하고, 서로가 상처를 주고, 입히니까, 이기적인 직장환경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악순환 되는 것이더군요.
그리고 전산실이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은 표적의 대상이 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오로지 저죠. 저를 회사 60명의 전 직원들이 전산 업무 타켓으로 저를 주시하고 있는 거죠. 그러니,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고 이런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경력도 꽤 있어야 하고, 직장생활의 노하우도 있어야 하고…….
공장 전산 쪽에 한 분 만이 유일하게 우리 회사에서 살아남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해고되거나, 스스로 나갔습니다. 공장 쪽 그분은 경력 9년차입니다. 그리고 저하고 많이 얘기해 보았는데, 인간관계면에서, 직장생활의 노하우라든가 이런 것들이 튼튼하더군요.
확실히 저는 프로그램 짜는 것이나, 전산 업무에 대해서는 재밌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할 수 없는 일을 억지로 버티면서 하고 있는 것이 저를 방황하게 만들고, 힘들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것 같습니다. 지금은 회사에 적응해서 성장하기 보다는 이직으로의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놓고 기도도 하고 있고요.
실장님, 한번 찾아뵙고 얘기 드리고 싶었지만 저만 이러한 고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뻔한 얘기라 의미가 별로 없을 것 같아서요. 직장을 정리한다 해도, 제가 삶에 대해서 제가 책임을 질 수 있는 확신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직장을 그만두던, 계속 다니던 언젠가 한번 씨름을 해야 할 것 같네요 가끔 제 생각나시면 기도해 주세요. 그럼, 건강하시구요
여러분은 이럴 때 어떻게 하시나요?
그동안 부족한 사람의 글을 잃어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다음 기회가 되면 더 좋은 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