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서천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성장문답
Q. 페북을 보면 다들 너무 잘 살고 행복해 보여요. 자꾸 제 삶이 빈약하고 초라하게만 느껴져요.
A. 사람들이 페이스북 또는 SNS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나를 그럴듯하게 보여줘야 한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근본적으로 시작은 소통하는 도구로 시작을 했는데 진정한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고 어떻게 보면 자기 과시나 부러움, 질투 이런 것들이 많이 있는 공간이 또 SNS라는 공간이 된 거 같아요. 내면에 오히려 더 공허감을 느끼고 자기를 남에게 더 그럴듯하게 보여줘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압박을 느끼고 그 속에서 시기나 질투도 더 많이 느낀다는 그런 보고들이 최근에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우리가 일상적인 관계에서의 소통이라는 거는 자기를 이렇게 멋있게 만들어 가지고 그럴듯하게 보여주거나 정리해서 말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평소에 친구들하고 만날 때 정리해서 나를 이야기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가진 적이 있나요? 누군가 술자리 같은 만남에서 자기를 딱 멋들어지게 프리젠테이션 하거나 나 이런 사진을 찍어왔어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넘겨가면서 보여주며 그걸 정리된 문장으로 말하는 사람도 없거든요. 그런데 페이스북은 그렇게 정리돼서 올리거든요. 자기가 괜찮은 모양인 것처럼 자기가 어떤 행동을 했다고 그 장면을 올리는데 사실은 별로 재미없고 별볼일 없는 것들도 많은데 그 중에 제일 좋은 것만 찍어서 남한테 보여주고 싶거든요.
어떤 사람도 자기의 사생활을 다 보여주지는 않아요. 그 중에 남에게 보여지고 싶은 부분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죠. 그런데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 거의 없을 수도 있어요.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다 있을 거 같은데 남이 많이 보여준다고 나도 보여줘야 된다 이런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어요. 진짜 원하는 건 내가 남들에게 관심도 좀 받고 싶고 인정도 받고 싶고 교감하는 관계를 맺고 싶다는 욕망이거든요. 그 욕망은 건강한 욕망인 거예요. 물론 그걸 지나치게 탐닉하다보면 너무 관계지향적으로, 너무 남에게 맞춰주는 인생을 살게 됩니다. 사실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기도 해요. 남한테 어떻게 관심과 인정을 받고 그 관계 속에서 자기가 어떻게 중요한 인물이 될까에 매달리기 시작하면 자기 자신이 사라지니까 시간이 지나면 불행하고 공허하고 허전한 느낌만 남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제가 볼 때 SNS의 소통과 일반적인 소통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보여주기 위한 것’과 ‘공감하기 위한 소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상적인 소통에서는 공감한다는 느낌이 없으면 더 이상의 대화가 진행되지 않거든요. 그런데 SNS에서는 물론 ‘좋아요’도 누르고 리트윗도 하고 관심글로도 클릭하지만 그런 것들이 진정으로 이 사람과 내가 주고 받는다는 느낌을 갖는 경우는 많지 않고 그냥 본 것에 반응하는 방식으로만 되기 때문에 ‘좋아요’를 많이 받는다고 해서 상대방과 내가 진짜로 교감했다는 느낌을 얻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사람들이 지금은 자기의 장점, 자기가 했던 일들, 심지어 속상한 일이나 아주 슬픈 일도 어떻게 하면 남한테 그럴듯하게 보여줄까에 더 집착하는 거 같아요. 그러다 보면 소통과 대화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서로 공감하는 느낌인데 공감이 사라져버린 소통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소외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SNS의 소통도 일상적인 소통과 비슷하게 하면 어떨까 싶어요. 나를 멋있게 포장해서 보여 주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거를 알고 다른 사람이 멋있게 포장하면 ‘아 저 사람이 좀 다른 사람의 관심이나 인정을 지금 받고 싶어하는구나’ 그러면서 가볍게 웃어주면서 반응해주는 거죠. 하지만 부러워할 필요는 없어요. 얼마나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으면 그걸 멋있게 포장해서까지 나한테 보여 주겠어요. 그 사람이 진정 바라는 건 그냥 관심과 인정, ‘좋아요’ 버튼일 거예요. 그럼 눌러 줄 수 있죠. 그렇지만 나도 그래야 한다는 강박은 가질 필요가 없어요. 사이버 상에서라도 그냥 교감을 나눌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는 바쁘고 현실에서 자주 못 만나다 보니 사이버 공간에서 만나지만 교감하는 느낌만 있다면 비록 인터넷 상이지만 서로 좋은 반응을 주고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순간 하나하나가 소중하지 않을까요. 그걸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게 SNS를 잘하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