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에 대해 대처하는 어느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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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8월9일 TBS 라디오 ‘뉴스공장’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

1971년에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지하에 쇠창살을 달고 가짜 감방 세 개를 만들어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같은 대학에 다니는 일반 대학생 참가자 23명을 선발했고 반반 나누어서 간수와 죄수 역할을 하게 하였다. 실험 규칙은 아주 간단했다. ‘간수는 죄수를 때릴 수 없다, 그리고 죄수는 간수의 말에 순종해야 된다’ 라는 두 가지 뿐이었다. 인위적으로 갑, 을 관계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역할을 맡기 전에는 그냥 평범하고 같은 대학생들이었다. 그런데 실험이 시작되자 간수 역할을 맡은 학생들의 ‘갑질’이 시작된다. 맨손으로 변기 청소를 시키는가 하면, 팔굽혀 펴기 얼차례를 몇 시간 동안이나 시키기도 했다. 때리지만 않았을 뿐, 자신의 권력을 누리는 것이었다. 죄수 역할의 학생들에게 온갖 모욕을 주고 온갖 노동을 시켰다. 특히 연구자들이 퇴근하고 없을 때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 재미있는 점은 연구자들이 간수에게 그렇게 하라고 말하거나 개입한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역할만 구분해서 한쪽에는 권력을 주고 다른 한쪽에는 복종해야 될 관계를 맺어 준 것 뿐이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급기야는 강도가 너무 심해지고 혹독해져서 원래는 2주 동안 실험하려고 했었는데 폭력 사태 등 부작용이 심해져서 6일만에 종료할 수 밖에 없었다. 참가자들의 심적 고통이 심하고 정서가 불안해지고 후유증을 앓는 경우도 있었다.

실험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멀쩡한 사람들이 권력을 가지게 되면 거리낌 없이 남에게 고통을 주게 되는 인간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연구가 다방면으로 진행되었다. 그 중 캐나다 연구팀이 권력이 실제로 사람의 뇌 반응을 바꾼다고 하는 연구 결과를 내 놓았다. 자기가 권력을 가지는 순간 뇌가 실제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 실험은 참가자들을 둘로 나누어서 한쪽은 자기가 명령하는 사람이 되었던 경험을 적도록 한다. 적으면 기억이 나게 되고 그 순간 만큼은 마치 권력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이 때 뇌 반응이 달라진다. 다른 한쪽은 도움을 요청했던 경험을 쓰게 해서 권력이 없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그리고는 양쪽 모두에게 손으로 고무공을 짜는 영상을 보여준다.

쥐어짜는 것 자체에는 윤리 도덕적인 판단이 전혀 없다. 뇌에는 거울신경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 때문에 쥐어짜는 장면을 보면서 실제로는 남이 짜는 것이지만 어느 정도 자기가 짜는 것으로 뇌가 공명을 한다고 한다. 이를 운동 공명이라고 한다. 이것을 MRI로 공명의 속도나 양을 측정할 수가 있다. 이것은 뇌의 거울신경이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므로 윤리적인 판단이 들어있지 않다. 이를 통해 활성화되는 뉴우론 같은 것을 MRI로 보게 되는데, 권력이 있는 쪽은 이 반응 자체가 늦다. 즉 공을 짜는 것을 보고도 뇌반응 자체가 약하고 늦다. 감정이입을 잘 못하게 되는 것이다. 공감이 되지 않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 힘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힘이 있을 때를 기억하고 단지 글을 몇 줄 쓰라고 했을 뿐이었는데도 공을 쥐어짜는 장면을 보고는 감정반응 자체가 둔해지는 것이다. 반면에 권력이 없던 경험을 썼던 사람들은 뇌반응이 강하게 일어난다. 뇌가 실제로 바뀌는 것이다. 2013년도 미국의 어느 심리학회지에 발표되었던 내용이라고 한다.

갑이 되면 을이 당하는 고통을 보고도 실제로 공감을 잘 못한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뇌가 바뀌어서 죄책감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권력이 높아질수록 쾌감은 강해지고 더 공감능력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갑질을 해도 을에게 전혀 미안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 뇌의 전두엽은 양심이나 도덕적 판단을 담당하는데 이것이 실제로 손상된 것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다. 사이코패스들의 경우 종종 이 부분이 손상된 것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즉, 권력이 강한 자일수록 사이코패스와 굉장히 유사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권력을 한 번 쥐면 변하고 계속 쥐고 싶고 중독되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나오므로 중독이 되고 더 큰 쾌감을 이끌어 내야하는 상태에 이르므로 계속 더 높은 권력을 원하게 되고, 더 심한 갑질을 중독적으로 하게 되기도 한다. 내성이 생기는 것이다.

이것을 통제하려면 타고난 인성이나 인문학적 소양을 훈련함으로 조절할 수도 있다. 권력을 가지고도 실제로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소양이나 심리적 훈련으로 통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갑질은 뇌신경학적인 장애상태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에 놀랍게도 약물로 어느 정도 치료가 된다고 한다. 요즘은 웬만한 정신과적인 문제는 약물로 치료 효과를 본다고 하는데 이런 맥락이다. 이 경우 도파민 분비 부분을 다른 약물로 채워줌으로써 갑질의 유혹을 줄여주는 것이다. 즉 갑질하는 사람들은 뇌손상 환자로 여기고 약을 먹이는 것을 고려해 볼만 하다는 것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인성을 판단하여 약물로 치료한다는 생각은 좀 극단적이고 위험해 보입니다. 그러나 권력이나 부를 통하여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생각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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