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쁜 엄마입니다.
자궁을 빌려줬다는 이유로 평생 빚쟁이 노릇을 했습니다.
끊임없는 가르침으로 아이에게 무거운 짐을 지웠습니다.
내가 물려받은 것을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대물림 하였습니다.
내가 과거에 배운 것이 아이의 미래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나의 소유물인 줄 알았습니다.
내가 꾸미고 싶은 대로 꾸미고 놓고 싶은 데에 두었습니다.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겉모습만 보고 속마음을 읽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어른이 되는 것을 방해했습니다.
쉬운 길을 선택해 주는 것이 그 아이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달라고 하는 것을 주는 대신 내가 주고 싶은 것을 주었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인지 아닌지 물어 보지도 않고.
그 존재의 유일성을 보지 못하고 나의 복제품으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한 것을 그대로 따라 주길 원했습니다.
나는 나쁜 엄마입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하나도 주지 않았고 아이의 언어를 사용할 줄 몰랐습니다.
왜냐하면 엄마가 되었을 때 난 너무 나이가 들어서
내가 아이였을 때 원하던 게 무엇인지 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나는 나쁜 엄마이지만
내가 잊어 버린 것에 대해
내가 모르고 한 것에 대해
용서를 청합니다.
– 2014/12/04 정현옥(토론토 거주, 필명 ‘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