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강제동화 정책으로 희생된 원주민 아이들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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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기숙학교의 모습

지난달 30일 퀘백주 가티노시 캐나다 역사박물관에선 2800명의 이름이 울려퍼졌다. 캐나다 정부가 100여년간 시행한 ‘강제 동화 정책’으로 희생된 원주민 어린이들의 명단이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이들은 가족들과 강제로 생이별한 채 기숙학교에서 지내다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가족들은 이들의 생사도 확인할 수 없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캐나다 국립 진실화해센터는 이날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50m 길이의 붉은 두루마리를 펼치고 이들을 추모했다.

원주민 기숙학교 사건은 캐나다가 원주민에게 벌인 부끄러운 역사 중 하나다. 캐나다 정부는 1863년부터 1998년까지 원주민 아동 15만여명을 뉴펀들랜드 래브라도 일대 5개 기숙학교에 수용했다. 학교에선 원주민들의 고유 언어 등 문화 습관이 금지됐다. 원주민을 백인 사회에 동화시키기 위해 캐나다 정부가 벌인 ‘문화 강요 정책’의 일환이었다.

캐나다 원주민은 유럽인이 북미 대륙에 들어오기 전부터 캐나다 지역에 살았던 ‘퍼스트 네이션(First Nations)’을 가리킨다. 이누이트 족을 포함해 유럽인과 혼혈인 인디언 ‘메티스’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기숙학교에 입학한 원주민 어린이들은 상당수가 신체적·정신적·성적 학대와 영양실조 등에 시달렸다고 전해진다.

100년 넘게 인권이 방치되었지만, 캐나다 정부가 책임을 완전히 인정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2008년 원주민 차별에 대해 스티븐 하퍼 전 총리가 사과했고, 지난 2015년 12월 진실화해위원회(TRC)가 기숙학교의 문제를 ‘문화적 집단학살(cultural genocide)’로 규정하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듬해엔 기숙학교 생존자들이 벌인 집단소송에서 정부가 5000만 캐나다달러(약 427억원)를 배상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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