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위기가 원유가격을 1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지만,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 캐나다 달러화의 가치도 동반 상승하는 역사적 경향성이 약화되고 있어서 캐나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저지하는 옵션이 하나 줄어들어버렸다.
일반적으로 석유 가격과 캐나다 달러화의 가치는 긴밀한 관계가 있었는데, 중앙은행은 석유가격이 상승하면 캐나다 달러 가치도 상승하여 통화가치가 높아짐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할 수 있었다. 통화가치가 높아지면 캐나다의 수입 비용이 감소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재 사이클에서는 그런 역사적 연동성이 깨지고 있다. 위기의식이 세계 경제 전망을 악화시키고, 루니(캐나다 달러)와 같은 통화는 위험에 민감하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으며, 오히려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미국 달러에 대한 수요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Manulife Investment Management의 글로벌 거시 전략가인 Eric Theoret은 “캐나다달러와 석유 사이의 관계에 꼬임이 발생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통화 강세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라고 논평했다.
지난 2014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을 때 캐나다 달러는 미국 1달러당 1.09달러였는데 현재는 미화 1달러당 약 1.28이다 (숫자가 낮을 수록 캐나다 달러의 가치가 높다는 의미임).
한편, Refinitiv Eikon 데이터에 따르면 캐나다 달러와 석유 사이의 3개월 상관관계는 12월에 0.9였는데 현재는 0.3으로 하락하여, 상관성이 점점 약해져가고 있다.
Scotiabank의 수석 통화 전략가인 Shaun Osborne은 “지난 두 달 동안 나타난 현상을 살펴보면, 역사적으로 매우 안정적이고 꽤 일관된 관계에 있던 캐나다 달러와 석유가격이 심각한 이상을 나타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지난 1월에 30년 만의 최고치인 5.1%까지 도달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겠다고 공언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 수요일에는, 3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며 추가 인상이 진행 중임을 분명히 했다.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앞으로 몇 달 동안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로이터 여론 조사에 따르면 에너지 가격 상승이 궁극적으로는 내년에 루니(캐나다달러)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캐나다 달러에 대한 투자가 증가해서라기 보다는 캐나다의 무역 조건(수출 가격 vs 수입 가격 비율)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캐나다 석유기업들은 2020년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유가가 붕괴하는 고통을 당한 이후 석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지출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기업투자자들은 엄격한 대출 대비 자본 비율을 엄격하게 준수하기를 요구하고 있으며, 새로운 화석 연료 사용에 대한 환경적 반대 움직임과 탄소 배출량을 제한하려는 캐나다 정부의 계획 또한 석유기업들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포렉스라이브(ForexLive)의 애덤 버튼(Adam Button) 수석 통화 분석가는 “석유는 예전처럼 더이상 캐나다 달러를 움직이는 요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