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석 변호사의 법률교실 jpark@parkslaw.ca 2015.07.31 (2014년 11월 20일 방송)
범인이 스스로 범행을 인정하고 관련 증거도 명백한데도 어떻게 무죄로 판결되는 일이 종종 있어날까요? 여러분들은 아마 ‘루카 로코 매그노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편주: 들어본 적이 없다면 다행입니다. 검색해보지 않기를 권합니다.) 2012년 5월에 매그노타는 당시 친구 린준을 토막살해한 후 손과 발을 국회로 우송하는 끔찍한 일을 저질렀습니다. 벌써 2015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재판은 계속되고 있고 몬트리올 법정에서 검사와 변호사는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증거도 명백하고 범인도 범행을 인정하고 있는데 어떻게 재판이 이렇게도 길어질 수 있을까요? 한편, 범인은 범행당시 ‘정신적 무능력’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29살인 매그노타는 2012년에 한 인터넷 온라인 시장에서 린준을 만납니다. 33살 린준은 중국에서 태어나 2012년 7월 몬트리올 콩코디아 대학 컴퓨터학과에 입학하고 평범한 유학생으로 지냈습니다. 그는 유학비를 벌기위해 편의점에서 하루 10시간을 아르바이트하기도 하는 등 성실한 학생으로 알려졌습니다. 매그노타는 당시 거주하던 아파트에서 린준을 살해한 후 그의 발을 캐나다 보수당 본부로 우송하였고, 린준의 손 역시 자유당 본부로 보내려고 했지만 우편물 처리과정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매그노타는 캐나다를 떠나 도피했으나 2012년 6월에 독일 베를린 한 인터넷 카페에서 인터폴에 의해 체포됩니다. 처음부터 매그노타는 범행을 자백했지만 법원에서는 ‘정신적 무능력’으로 무죄를 주장하였습니다.
어느 나라건 법체계는 민사제도와 형사제도로 되어 있습니다. 민사제도는 다른 사람의 행위로 피해를 당했을 경우 행위자로부터 피해보상을 받아내기위해 존재하는 법률제도입니다. 민사제도에서는 가해자가 고의적인지 아닌지를 따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형사제도는 나쁜 마음을 가지고 고의적으로 법을 어긴 사람에게 벌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므로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이 나오려면 피고인이 불법행위를 했다는 증거와 함께 그 행위가 고의적이었다는 증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예를들어, 형사사건에서 폭행이라는 것은 맞은 사람이 맞기로 동의하지 않았을 때를 말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실수로 넘어지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같이 넘어져 다쳤다면 결과는 비슷하지만 고의적인 것이 아니므로 형사재판에서는 무죄라고 보고 입건하지 않는 것입니다. 또 만약 어떤 사람이 친구 돈을 보관했다가 깜빡하고 돌려주지 않은 채 헤어졌다고 하면 형사제도에서의 절도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즉, 형사제도는 악한 동기와 의도를 가지고 행위를 한 자에게 벌을 주기위해 존재하는 법이므로, 그 행위가 아무리 끔찍하다 해도 범인 자신이 그 행위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고의성이 의문시 되어 무죄판결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살인을 인정한 사람이 어떻게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을까요? 캐나다 형법 16조에 의하면, 정신이상으로 인해 본인 행위의 특성을 이성으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 잘못됨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범죄자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되어있습니다. 그렇다면 자기의 범죄행위를 인정하되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은 법정에서 두 가지 증거를 제출해야 합니다.
첫째는 피고인에게 정신이상 증세가 있다는 것인데, 관련 전문가가 몇 주 동안 검사한 뒤 의견을 증인석에서 발표합니다. 그리고 만약 정신이상 증세가 있다고 한다면 이번에는 범인이 범죄행위를 이성적으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그 행위의 잘못됨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 두번째는 증명하기가 실제로는 상당히 곤란한 부분이고 법정에서는 검사측 전문가와 피고측 전문가가 치열하게 다투는 지점입니다.
매그노타의 경우 자기는 린준을 살해했지만 정신이상임을 변호인을 통해 처음부터 주장했습니다. 본인의 의사는 매그노타가 정신분열증을 가지고 있고 자기 아파트에서 린준을 보았을 때 그가 정부에서 자신을 살해하기 위해 보낸 스파이라 생각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린준의 손과 발을 국회 정당에 보낸 이유도 정부에게 복수의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재판은 배심재판이기 때문에 12명의 배심원들이 검사와 피고측의 전문가들 진술을 들어보고 판결을 내려야 합니다. 이 사건을 볼 때 형사재판이란 것이 얼마나 복잡한지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재판 결과로 판결이 나온다 하더라도 상대측은 어떤 경우에도 완전히 승복하지 못하리라 추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