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사는 오고은 님이 쓴 “나를 위한 비빔밥”이란 이야기입니다.
<나는 삼십 대 중반에 제주도에서 임용고시를 준비했습니다. 아홉 번 떨어지고 열 번째 도전이었습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부담이 컸습니다. 식사는 빵으로 간단히 때웠지만 한 끼는 단골식당에서 비빔밥을 먹었습니다. 하루 한 번 먹는 비빔밥은 꿀맛이었습니다. 아주머니도 엄마처럼 다정해 불안한 마음이 안정되는 듯했습니다. 시험 날짜가 다가올수록 작은 바람이 생겼습니다. 시험 보는 날 아침에 비빔밥을 먹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식당은 오전 11시에 문을 여는데, 어떻게 하지?’
고민하다가 식당 아주머니에게 어렵사리 부탁을 드려야 했습니다.
“제가 내일 임용고시를 봐요. 아침에 꼭 여기서 비빔밥을 먹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일곱 시에 아침을 먹어야 해서요… ” 아주머니는 잠시 고민하시다가 말했습니다. “그럼 그때 옵서.(와요.)”
다음 날, 아주머니는 약속한 시간에 비빔밥을 차려 놓았습니다. 보답하려고 밥값을 더 드렸지만 아주머니는 정해진 밥값만 받았습니다. 사과도 미리 깎아서 가방에 담아 주시면서 “마음 편히 시험을 잘 보라”고 하셨습니다. 덕분에 임용고시에 합격했습니다. 기쁜 마음에 케이크를 사서 찾아가서 말했습니다. “아주머니가 제 은인이에요. 정말 고맙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말했습니다. “와 줘서 고마워요. 좋은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잘 가르쳐 줘요.” 나만을 위해 문 열어 비빔밥을 준비해주신 식당 아주머니의 따뜻한 밥상을 잊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 사람이 살면서 여러 가지 즐거운 일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원초적인 즐거움이 무엇일까요? 아마 먹는 즐거움일 것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기쁨을 빼놓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은 ‘먹는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고, 다양하게 사용합니다. ‘한방 먹었다. 골 먹었다. 욕먹었다. 골탕 먹었다. 마음을 고쳐먹었다. 세월을 먹었다. 까먹었다. 잔뜩 겁을 먹었다. 귀가 먹었다. 감격 먹었다…’ 이렇게 ‘먹는다’는 말을 다양하게 사용한 것을 보면,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먹는 것’을 ‘식사(食事)’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식사는 영양을 보급하는 일이요,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고, 연대감을 강화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면 같이 식사하라고 권면합니다. 지금까지 먹었던 것들 중에서 잊을 수 없는 것이 무엇이었습니까?
세상에서 제일 맛있게 먹는 것은 같이 먹는 것입니다.
이민의 삶 속에서 밥 한끼 정도는 같이 먹을 수 있는 여유와 정을 가지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시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