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물가 상승 대응에 직격탄이라는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전염병 확산을 막으려다 자칫 공급망 대란을 부추겨 인플레이션이 치솟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9일(현지시간) 캐나다 매체 CBC뉴스 등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전날부터 미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트럭 운전자들에게 백신 접종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시작한 후 캐나다 당국이 국경을 넘는 트럭 운송을 제한한 첫 번째 결정으로, 그간 트럭들은 공급망 흐름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것으로 간주돼 문제없이 국경을 넘나들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자 당국은 운전자를 비롯해 연방 규제를 받는 모든 근로자에 대한 엄격한 백신 접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같은 방침으로 트럭 운전자의 10%인 1만6000명이 캐나다에 들어오지 못할 것으로 캐나다트럭연합(CTA)은 추정하고 있다.
CTA의 우려에도 정부는 심각한 혼란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부 측이 제시한 입국 불가 운전자 추정치도 CTA가 제시한 것의 절반 수준인 5%에 머문다.
다만 일각에선 캐나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조처가 자칫 자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1월 캐나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4.7% 상승해 10월에 이어 다시 한번 18년 만의 최고치를 유지했다.
캐나다 과일·채소 수입업체인 뱀포드프로듀스의 스티븐 뱀포드 최고경영자(CEO)는 “팬데믹 기간 기존 트럭 운전자 부족으로 인해 미국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에서 트럭으로 운반하는 비용이 이전의 두 배가 됐다”며 “정부 조처는 계속해서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린 오툴 캐나다 보수당 대표 역시 “수만 명의 트럭 운전자들이 실직하면 식료품 가격이 치솟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정부에 경고했지만, 집권당 자유당의 도미닉 르블랑 의원은 “이렇게 조처하지 않으면 캐나다인들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유럽 곳곳에서도 백신패스에 대한 반발은 커지고 있다. 프랑스에선 전날 10만5000명이 거리로 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고 독일과 이탈리아, 체코, 벨기에 등에서도 주말 간 시위가 열렸다. 백신패스 의무화 논란은 차별과 연계된 사회적 문제로 불거졌지만, 이제 공급망 대란과 같은 경제적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캐나다개인트럭위원회(PMTC)의 마이클 밀리안 회장은 “현재 경험하고 있는 공급망 둔화는 더 악화할 것”이라며 “정부가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 건강을 보호하려고 노력하는 동안 인력의 20%가 해고되도록 내버려 둔다면 국민 건강과 안전 모두를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