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진로)를 찾아 삼만리(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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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선택 5단계(계속)

[5단계] 직장을 정복하라

기업정탐에 승부를 걸어라. (2부)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성장한다. 우리가 값지게 경험한 것은 나의 것이 된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면 그것은 그들이 자신 스스로 어떤 경험도 할 수 없었던 환경 때문이다. 자신이 본 것만 기억되며 자신 기억 속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로를 선택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비전은 현장 체험 속에서 우리의 머릿속에 각인되는 경우가 많다. 즉 우리는 아직 직업을 갖지 않았을 지라도 자신의 일터에 미리 가본다면 우리는 그곳에서 예비되어진 직장인지 미리 예감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에겐 친동생처럼 아끼는 후배가 한 명 있다.
내가 예전에 총무로 있던 독서실에서 유독 똘똘하고 예의 바른 동생은 명문대 국문과를 목표로 과외 한번 받아 보지 않고도 고등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공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능전날이면 항상 컨디션이 좋지 않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 시험 징크스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대학입시에 불합격하고 재수에서도 낙방을 하자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어머님께서 공부를 그만둘 것을 말씀하셨다. 동생은 낙담하고 있었다. 곁에서 내가 보기에도 동생의 학문적 재능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나는 동생의 손을 잡고 어머니를 찾아갔다. 그리고 너무 똘똘하고 재능이 아까우니 1년만 더 공부시킬 것을 권해드렸다. 독서실 총무로 있었던 나는 비용을 할인해 드릴 것을 약속하고 다시 한 번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을 부탁드렸다. 어머니께서는 흔쾌히 승낙하셨다. 그런데 이번에는 동생이 문제였다. 동생은 학업에 대한 정열이 식어버린 것이다. 국문과를 진학하려고 했던 것은 기자가 되거나 국어 교사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는데 오랜 재수 기간 동안 의지가 많이 꺾인 것이었다. 동생을 위로하고 권면해서 결국 다시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국문과에 진학하지 않고 명문대 회계학부에 진학을 하였다. 그의 목표를 공인회계사로 수정하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몇 년간 열심히 공인회계사 준비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시험 징크스 때문에 번번이 시험에 낙방하는 것이었다. 그런 끝에 결국 몇 년 만에 최종시험에 합격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 이었다. 동생이 내 사무실을 찾아 왔다. 내용인 즉 자신은 대학을 몇 년 재수를 하고 거기에다 공인회계사 준비에서도 몇 년을 지체했기 때문에 나이가 많아 회계법인에 입사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연수를 받아야 할 기회를 얻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나는 동생을 안심시키고 네가 입사하고 싶은 회계법인을 알려달라고 하였다. 그리고 너는 무조건 취업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한 번 같이 노력해 보자고 위로해 주었다.

그리고 동생에게 지원하고 싶은 회계법인의 지원서를 가지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동생은 며칠 후 회사를 선택하고 지원서와 함께 내 사무실을 다시 방문했다. 그 회사는 국내 최고의 회계법인 이었다. 나는 일단 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검토해 주고 같이 회사를 방문해 보자고 하였다. 정말 네가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고 근무해보고 싶은 감동이 온다면 한 번 도전해 보자고 말해 주었다.

입사지원에 앞서 동생과 나는 그 회사를 찾아 가기로 했다. 회사는 강남대로에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빌딩에 있는 회사였다. 그야말로 기가 눌릴 정도의 회사 규모와 내부 시설이었다. 그러나 나는 동생을 안심시키고 일단 회사정보를 조금씩 알아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예비하심이 사전에 준비되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 회사의 인사팀장이 내가 전에 근무했던 회사의 직속 부하직원 이었으며 거기에다 그 인사팀장의 부인을 내가 직접 모 대학의 정규직 직원으로 추천을 해 주어서 좋은 결과로 입사가 되어 지금까지도 근무를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오히려 조심스런 마음으로 회사 탐방을 나갔다가 후한 대접과 함께 친절하게 채용절차와 여러 가지 정보들을 자세히 알려 주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놀란 것은 그 회사의 회장님이 내가 전에 세미나에서 인사를 드렸던 분이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정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인사 청탁을 하려고 했다거나 특별한 부탁을 드릴 생각은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럴 엄두도 못 냈고 오히려 잘 못하다가는 동생의 일을 그르칠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소식을 접하고 마냥 되돌아 올 수만은 없었다.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래서 그 인사팀장에게 회장님께 잠시만이라도 인사를 드릴 수 있냐고 물었더니 회장님은 사전에 약속이 되지 않으면 절대 만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회장님 방이 어디인지와 회장님은 어떤 화장실을 이용하는지를 묻고 그 길목에 지키고 서 있다가 회장님께 인사만 드릴 생각으로 기다리기로 작정하였다. 그야말로 내 심장이 콩콩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릴 정도였다. 동생의 얼굴도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다. 동생은 꼭 이 회사에 입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히 들었던 모양이었다.

시간이 흘러 1시간여가 지났다.
드디어 회장님께서 방을 나오셔서 짐작대로 화장실을 가시는 것이었다. 역시 화장실은 직분에 관계없이 누구나가 꼭 가야 하는 곳임을 그때 같이 실감나게 느낀 적이 없었다. 회장님께서 화장실문을 나오시고 복도로 걸어오는 것을 보고 동생과 내가 회장님의 면전으로 다가섰다.

회장님께 정중히 인사를 드렸더니 마침 내 얼굴을 알아보시고 어떻게 여길 왔느냐고 말씀하셨다. 나는 아주 간단히 설명 드렸다. 내 친동생 같은 후배가 이 회사에 지원을 하려고 한다고 해서 회사 방문차 들렸습니다. 그런데 회장님께서 이 회사에 계신다는 말씀을 듣고 인사만 드리고 돌아가려고 잠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동생에게 인사를 드리라고 말했다. 동생은 아주 짧고 씩씩한 목소리로 인사를 드렸다.

나는 회장님께 동생소개를 간단하게 드렸다. 어려운 환경에서 믿음으로 열심히 공부했으며 여러 번 시험에 떨어져 나이가 많아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부족한 면이 있다는 것과 동생은 내가 오래 전부터 보아 왔는데 믿을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회장님께서는 동생 이름을 메모하셨다.

정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나는 속으로 면접기회는 얻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날 나는 동생에게 분명 면접통보가 올 테니 면접 준비를 해놓고 있을 것을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소개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준비할 것을 빼놓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뒤 면접통보가 왔다고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동생은 무척 긴장했으나 여유를 가지라고 하며 역시 자기소개에 대해 강조했다. 그런데 또 기이한 일이 생겼다. 그것은 다름 아닌 동생의 면접을 회장님께서 직접 하신 것이다.

며칠 뒤 동생은 합격했다. 회장님의 선택이었는지 동생이 면접을 탁월하게 잘 보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두 사람 다 서로 잘 맞았다는 것이다. 결국 입사가 결정되고 신입사원 교육을 마친 뒤 회장님께서는 동생을 직접 회장님 방으로 부르셨다고 하셨다. 여러 가지 당부 말씀과 함께 남보다 늦은 나이로 출발 했으니 열심히 하라는 말씀이었다고 내게 말해 주었다.

그 후 동생은 1년 만에 입사동기 중에 최고의 성과를 올리며 사내 평가 1등을 차지했다.
동생은 기업정탐 단 한번으로 자신의 길을 찾아 갔다.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jys663927@gmail.com으로 문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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