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부양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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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석 변호사의 법률교실 jpark@parkslaw.ca 2014.12.19

온토리오 주 한 커플이 공식적으로는 결혼하지 않았지만 1997년부터 연애를 시작하고 곧 아이를 갖게 됩니다. 이들은 약 2년 후에 헤어지지만 남자는 2년 동안 사실혼 배우자로서 같이 살았던 아이 엄마에게 자녀 부양비를 매달 보내라는 판결을 받습니다. 이로 인해 그는 16년 동안 빠짐없이 부양비를 보내왔었는데 최근의 DNA 검사 결과 아이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다른 남자라는 것이 밝혀집니다. 이런 경우에 자녀부양비를 그만 보내도 될까요? 그리고 16년간 보내진 부양비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1997년 레슬리 데이 양은 이혼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그 때 당시의 남편하고는 별거 중이었습니다. 공식적으로 이혼하기 전에 그녀는 클라이브 위어라는 남자와 사귀게 됩니다. 약 7개월 후 레슬리는 아이를 낳게 되는데, 주위 사람들은 그 아이가 새로 만난 클라이브 위어씨의 아들이라고만 믿었습니다. 전 남편과 이혼 수속을 마치고 데이와 위어씨는 태어난 아이를 자신들의 아이로 키워갑니다. 그런데 약 2년 후에 두 사람의 사이도 안좋아지면서 둘은 헤어지게 됩니다. 아이 엄마는 헤어질 때 아이의 단독 양육권을 차지하고 자녀 부양비를 받아내려고 법원에 신청을 합니다. 법원에서는 두 사람이 공식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사실혼 부부로서 인정함으로써 클라이브에게 매달 자녀 부양비를 내야한다는 명령이 떨어집니다. 여기서 ‘사실혼’ 부부라는 것이 중요했었는데요, 법률혼과는 어떻게 다른지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고도 동거하면서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부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그 배우자들이 결혼을 한 사이인지는 확신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법률혼 배우자가 되려면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이루어지고 캐나다에서는 결혼식을 올리고 결혼 증명서를 받음으로써 이루어집니다. 다만 개인적인 이유들로 인해 결혼식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결혼 비용을 감당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결혼식을 올리지 않거나 금전적인 여유가 있을 때까지 늦추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꼭 법률혼 부부가 아니라해도 사실혼 부부라고 법원에서 인정한다면 법률혼 부부처럼 법의 혜택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다만 법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배우자들이 법원에 가서 사실혼 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주장하고 이를 법원이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즉, 사실혼은 사회 관습상 혼인관계로 인정되는 관계입니다. 그리고 법원에서 결혼식을 하지 않은 배우자들을 사실혼으로 인정하기 위해 보는 조건들은 여러가지이며 공식적인 정의는 없습니다. 배우자들이 같이 거주하는지 또는 경제적으로 서로 도와주는지 등이 법원에서 판단할 때 중요한 상황으로 다룹니다. 둘 사이에 아기를 가지고 있고 사회생활에서도 부부처럼 다닌다는 증거를 보여줄 수 있다면 법원에서 사실혼으로 인정받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데이양과 위어군이 헤어질 때 법원에서는 공식적인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부부로서 2년동안 같이 살고 부모로서 아이를 돌봐주었기 때문에 사실혼 관계라고 인정을 하고 위어군에게 매달 100불씩 자녀부양비를 내라는 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그런데 16년 후에 위어씨는 자기의 아들이라고만 믿고 있던 아이가 본인의 생물학적 아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DNA 검사를 요구하고 결국 아이의 아버지는 데이양의 전남편이었음을 확정합니다. 위어씨는 법원에서 주장하기를 아이가 본인의 생물학적 아이가 아님이 밝혀졌으니 16년 동안 엉뚱하게 자녀부양비를 낸 것이고 또 자신은 더 이상 자녀부양비를 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판결문에 의하면 모든 아동은 기본적으로 자녀부양비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꼭 아이의 부모가 아니라도 그 아이와 ‘부모와 유사한 관계’를 유지했다면 법원에서는 그에게 자녀부양비를 내라는 명령을 할 수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녀양육비에 관한 문제를 풀어나갈 경우에는 아동 당사자에게 무엇이 최선인지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16년동안이나 자신의 생물학적 자녀가 아닌 아이에게 자녀부양비를 보냈지만 그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그 아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돌보았고, 무엇보다도 그 아이의 관점에서 위어씨 같은 아빠가 없었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었습니다.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라는 기준에서 보면 위어씨가 지금까지 아이에게 보낸 부양비가 마땅하다고 법원에서 판결한 것입니다.

만약 친부모가 아닌 자들에게는 자녀부양비를 보낼 필요가 없다라고 법원이 판결할 경우에는 모든 양부모들이 자녀부양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 올바른 판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어떤 면에서는 우려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어떤 아이를 오랬동안 키우고 있는 사람을 사귈 경우 법률 기준에서는 생각지도 않게 자기를 아이의 부모로 강제로 인정할 수도 있고 만약 헤어진다면 자녀부양비를 강제로 내라는 판결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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