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석 변호사의 법률교실 jpark@parkslaw.ca 2015.01.16
안락사, 혹은 자살방조 또는 죽을 권리 등이 가끔 미디어에 등장합니다. 영어로는 Assisted suicide라고 합니다. 근래에 여러 나라에서 자살방조를 인정하기도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불법이므로 원하는 사람들은 스위스로 가서 전문의의 도움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 경비가 많이 듭니다. 캐나다에서는 항상 불법이었지만 최근에 다시 안락사에 관한 이슈가 캐나다 대법원에 등장했고 판결문이 곧 나올 예정입니다. 보수당인 국회는 안락사를 절대적으로 반대하고 있고 법을 개정할 계획이 전혀 없음을 최근에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반면 일반 사회에서는 찬성 의견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대법원에서 곧 나올 판결문이 자살 방조에 대한 논쟁을 종식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작년 3월 어느 월요일 아침이었습니다. 저는 Newmarket 법정에서 있던 재판 건에 늦을까봐 서두르며 뛰어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월요일인데도 묘하게 법정 안은 조용했습니다. 복도에서 안면이 있는 변호사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에디 황’이라는 중국인 변호사가 전날 사망했다는 것입니다. 우리 형사 전문 변호사들이 다른 변호사들에 비해 유별난 점이 바로 변호사들끼리 서로 너무 친하다는 것입니다. 매일 출근을 법정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사무실은 일주일에 겨우 한 번 정도 출근합니다. 그래서 법정이 사무실보다 편하고 쉬는 시간에는 다른 변호사들과 같이 시간을 보냅니다. 아침에 가자마자 친한 변호사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치 학교에서 자기 반 친구가 사망한 것같이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황변호사가 스위스로 가서 의사의 ‘방조’를 받으면서 자살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 때는 그것이 너무 충격적인 기분이었습니다.
캐나다 형법 제241조 B항에 의하면 자살방조가 불법행위라고 명시되어있고 자살을 방조하는 자는 14는 이하의 징역을 받게 됩니다. 한국에서도 물론 안락사는 불법행위이고 한국법으로도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을 받습니다. 2012년도에 리카터와 존슨이라는 사람이 당시 89세이던 어머니를 스위스로 모시고 가서 어머니가 원하던 바대로 의사 도움으로 자살했습니다. 자식들에 의하면 어머니는 장애인으로서 휠체어로만 생활했으며 스스로 화장실도 못가고 항상 몸이 아픈 상태였다고 합니다. 또한 어머니는 자존심이 무척 강해서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무척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스위스로 가기 전에는 BC주에서 법을 바꾸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그들은 해당 형사법이 캐나다 권리자유헌장 제15조(모든 개인은 법 앞에서 모두 평등하며 인종, 출신국, 민족, 피부색, 종교, 성별, 연령, 정신적/신체적 장애에 차별없이 평등한 보호 및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를 위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리카터는 현행 형사법이 장애인들을 차별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었습니다. 형사법에 의하면 자살행위가 불법이지는 않습니다. 그 행위에 대해 형을 줄 수 없기 때문에 불법으로 규정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행위에 대한 방조행위는 불법입니다. 리카터씨는 자살 자체가 스스로 그것을 실현할 능력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장애인들에게는 불가능한 옵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장애인들은 자살을 하기위해서는 할 수 없이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입장이라는 것입니다. 현행 형사법은 정상인에게는 마음대로 죽을 권리가 있고 장애인에게는 그럴 권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BC주에서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였으나 정부는 BC주 상위법원에 항소를 하게 되는데, 이 항소법원을 거쳐 지금 캐나다 대법원에서 곧 판결이 될 예정인 것입니다. 대법원이 만약 리카터씨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형사법 241조B항이 사라지게 되고, 자살을 하고 싶은 자는 의사만 찾을 수 있다면 도움을 받아 육체적 고통 없이 죽음을 선택할 수 있게 되고 그럴 경우 그런 사람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