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샘칼럼) 엄마가 되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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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쌤) : 96년에 런던으로 이민. 2000년에 Western Teachers College 졸업. 현재 Thames Valley 교육청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 전반적인 학교 생활에 관한 고민, 교육 상담 등을 무료로 해 드리고 있음. 519-318-9475

학부모 미팅이 있는 날이었어요. 어느 학교에 통역을 갔죠. 한국에서 온지 얼마 안 된 아이의 엄마가 이렇게 말했어요.

“선생님. 캐나다에는 숙제가 없나요? 애가 집에 와서 숙제 하는 걸 몇 달째 볼 수가 없어요.” 선생님이 대답하시더군요.

“저희 반에서는 수업시간에 해야 할 일을 다 못 끝낸 아이들이 집으로 가져가서 하는 게 숙제예요. **는 학교 적응도 잘 하고 있고 그 날 그 날 수업시간에 잘 하고 있으니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선생님. 그래도 저희 아이가 수줍어서 표현 같은걸 잘 못하니 숙제 좀 더 많이 내 주세요.”

그러자 선생님이 물으셨어요.“그건 자녀분이 원하는 건가요? 어머니가 원하시는 건가요? 아이가 지금 친구들도 사귀고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만으로 대견한데 필요 없는 숙제를 내주어서 학교가 싫어지게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학생 본인이 숙제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저한테 와서 직접 요청하라고 말씀해주세요.”

그 엄마는 내내 겸연쩍은 웃음을 지으시며 그날 미팅을 마무리 하셨어요. 학교 수업을 마치고, 혹은 가끔 이런 통역을 한 후 집으로 돌아오며 과연 엄마의 역할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요. 어떤 아이의 부모님이 된다는 것… 많은 의미를 포함하는 가슴이 따뜻해 지는 표현이죠. 나는 어릴 때 어떤 엄마 아빠를 원했었지? 우리 아이들은 어떤 엄마 아빠를 원할까… 엄마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떠오르는 형용사. 따뜻하고 포근하고 자상하고 이해심 넓고… 이런 느낌이 오시나요? 그러면 나는 그런 엄마 아빠 인가요?

하루 종일 쏼라 쏼라 영어만 듣다가 무거운 가방을 메고 집에 돌아오면 가방 내려놓기 무섭게 “손 씻어라” “숙제 있니?”하고 물어 보는 엄마인가요? 아니면 아이 책상 옆에 붙어 앉아 영어 수학 숙제 체크해 주고 몇 시까지 못 마치면 잠도 못 자게 하는 무서운 사감 선생님 엄마신가요? 게다가 저녁 밥 먹은 후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는 시늉이라도 안 하면 그 꼴을 못 보는 엄마이지는 않으신가요? 그러면서 ‘이게 다 엄마가 너를 사랑해서 그러는 거야’하며 자신을 합리화 시키고 계시나요?

아이가 아프면 의사 선생님께 데리고 가고, 약이 필요하면 약사에게 가고, 이가 아프면 치과 의사를 찾아가죠. 그렇게 하고 계신다면 내 아이 공부는 학교 선생님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 맞겠죠. 그리고 엄마가 닦달하지 않아도 본인이 실컷 놀다 보면 자기 스스로 인생을 설계하기 시작 하는 때가 온답니다. 그 때까지 몇 달, 몇 년의 시간이 걸려도 그냥 옆에서 지켜봐 주세요. 아이들이 도와 달라고 손을 내밀면 그때 도와주시면 됩니다.

아이는 하루 종일 학교에서 여러 명의 선생님을 만나고 와요. 집에 왔는데 또 다른 선생님이 있어요. 내 아이는 어디서 쉴까요? 어디서 마음의 안식을 찾을까요? 내 아이들의 엄마가 되세요.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아이의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들어주고, 맛있는 밥을 차려주고, 아이가 편히 잘 수 있도록 침대를 봐주고 토닥거려 주세요. 아이가 힘들다고 말하면 그냥 말없이 꼬옥 안아만 주셔도 되요. 우리 아가가 많이 힘들구나…엄마는 항상 네 편이야…

그리고 아이들이 원하는 사랑을 주세요. 내가 사랑이라고 믿는 그 사랑을 주지 마세요. 그것이 내 아이에게는 사랑이 아니라 고통일 수 있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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