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 보복, 위기는 기회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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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왕TV) 일본 정부는 G20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빌미로 한국에 대한 수출 제한 품목 3가지를 발표했다. 3가지 품목 모두 일본산 수입 비중이 높고 한국 기업들이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소재들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해당 물품에 대한 수급을 위해 밤낮 없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에 수출 금지에 국내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이러한 가운데 수혜를 보는 기업은 어떤 곳인지 한번 알아보았다.

일본이 한국의 수출 제재를 건 품목은 3가지이다. 감광액이라고 불리는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라고 불리는 에칭가스, FPI라고 불리는 플로린 폴리이미드이다. 모두 일본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70%~90% 정도 독점에 가까운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소재들이며 국내 기업들도 일본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높은 품목들이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소재로 삼성전자나 SK 하이닉스의 경우 이 소재가 대량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포토레지스트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일본의 신에츠, JSR, 스미토모 세 업체로 이 업체 외에는 조달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현재 남아있는 재고로는 두 달 정도 버틸 수 있다고 하니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이다.

고순도 불화수소인 에칭가스의 경우 반도체 공정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세정액으로 사용된다. 일본이 세계 시장점유율 70% 정도 차지하고 있으며 2012년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사고 이후 정부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불화수소 생산공장 건설이 어려워졌다. 생산 시 안전에 위험이 있고 기술적인 한계도 있는 품목이어서 그동안 대부분을 일본에서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결국 한일 정부간 사태 해결에 조짐이 보이지 않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7월 7일 저녁 급하게 일본 출장 길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부친인 이건희 회장 때부터 쌓아온 일본의 인맥을 활용해 반도체 소재 수급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삼성전자가 생산 차질을 빚을 경우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들까지 피해가 갈 수 있다는 것을 전략적으로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 TV와 스마트폰용 OLED 디스플레이의 소재로 쓰인다. 특히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은 갤럭시 폴드의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번 일본의 무역 제제로 가뜩이나 늦어진 갤럭시 폴드의 출시 일정이 연기 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었다. 그런데 국내 기업인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폴더블 스마트폰용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의 양산체제를 갖췄다는 다행스러운 소식이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폴더블 패널은 코오롱인더스트리, SKC 등 잠재적 공급가능 업체가 있기 때문에 일본 수출규제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며 이번 기회에 핵심 소재의 국산화가 진행되어 국내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플로린 폴리 아미드를 생산하는 일본 업체 입장에서는 삼성전자라는 초우량 고객사를 코오롱인더스트리나 SKC와 같은 국내 업체들에게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건실한 소재 기업의 파산까지도 염려될 수 있다고 한다. 본인이 내린 제재를 통해 자국 기업의 피해가 직접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면 아베 입장에서는 참 난감해 질수도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도 공식적으로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은 이미 양산체제를 갖추었고 다수의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체에 샘플을 제공했으며 이미 적용한 업체도 있기 때문에 플로린 폴리이미드 관련한 수출 규제가 이루어져도 필름 공급에 필요한 양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라고 밝혔다.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가지 품목 이라도 국내업체로 대체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하니 다행스러운 소식이다.

일본은 이번 수출 제재를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소재들을 정확히 짚어서 수출 제재를 걸었다. 그리고 생각 외로 우리 기업들이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핵심소재 들이 많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이번 위기를 기회삼아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투자를 통해 일본산 핵심소재의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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