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 보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와 한인 지역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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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5월 런던 한인 회장 정한철

1337년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 전쟁이 발발하자, 영국과 가장 가까운 프랑스의 항구 도시 칼레는 영국군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칼레 사람들은 약 7-8천 명으로 시민군을 조직해 맞서 싸웠지만 전쟁이 길어지자, 식량이 고갈되어 6개월 만에 항복하고 말았다. 패전의 결과는 너무 비참했으며, 부상자들과 굶어 죽는 사람들이 많았다. 승전한 영국왕 에드워드 3세는 파격적인 항복 조건을 칼레 시민들에게 내걸었다. “시민들 중 6명을 뽑아와라. 칼레 시민을 다 죽이지 않고, 전체를 대신해서 그 6명만 처형하겠다.” 칼레의 시민들은 공포에 떨며 있었다. 그러던 중 칼레의 지도자와 고위 관료 부유층 인사 6명이 내가 대신 죽겠다고 자원했다. 이들은 7천명의 시민들이 보는 앞에 목에 밧줄을 걸고 맨발에 자루 옷을 입고 영국 왕의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었다. “우리가 대신 죽겠습니다. 부디 칼레 시민을 살려주십시오.” 사형이 집행 되려는 순간, 임신 중이던 영국 왕의 아내가 처형을 만류했다. 이들을 죽이면 태아에게 어떤 불행한 일이 닥칠지 모르니, 살려 달라는 이유였다. 왕은 고심 끝에 이들을 풀어주고 말하였다. “너희 6명이 칼레의 시민들을 살려냈다. 너희는 칼레 시민의 영웅이다.” 이것이 사회 지도층의 리더들이 자신이 누리는 명예만큼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는 지도층의 도적적 사회적 의무를 상징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탄생한 배경입니다.

단 6명의 지도자가 칼레를 구한 것처럼 세상은 밝히는 등불은 아주 작은 불빛에서 시작됩니다. 희생과 나눔을 의무로 여긴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욱 더 밝아질 것입니다. 다시 말해,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사회적인 지위가 있는 사람들의 희생과 나눔의 의무를 뜻하는 말로 사회 지도층의 책임 의식 즉 사회적인 지위가 있는 사람들은 사회로부터 정당하게 대접을 받기 위해선 자신이 누리는 명예만큼 사회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오늘 날 유럽 사회 상류층의 의식과 행동을 지탱해온 정신적인 뿌리라 할 수 있습니다. 도적적, 사회적 의무를 다하려는 지도층의 솔선 수범의 자세는 우리 한인 사회와 지역 사회를 결집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나. 우리의 지도층과 리더들은 어떤 의무감을 가지고 있나. “나는 한인 회원이 아니에요.” 년 40불 한인 회비가 만들어낸 웃지 못할 슬픈 현실입니다. 한인회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비영리 단체의 재원은 다양한 곳에서 확보될 수 있습니다. 정부 지원금, 재단으로부터의 지원, 개인 및 단체로부터의 지원, 회비, 기부금, 수입을 창출하는 프로그램, 자원 봉사자들의 동원 등입니다. 그러나 런던 한인회는 오직 한인 회비와 기부금만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확보된 재원으로 기존의 사업을 진행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한인 사회에 생겼을 때 도움을 드립니다. 비영리 단체 (한인회, 교회 및 단체)의 사명은 지역 사회에 속한 개인 가족, 그리고 지역 사회 전체의 복리 증진과, 건강 사회 육성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영리 단체의 주인은 그 단체가 속해 있는 지역 사회이고, 그 안에 속해 있는 바로 나인 것입니다. 주인 의식을 가지고 비영리 단체를 바라 보시고, 나와 내 가족, 친구, 이웃들이 이를 통해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한 편 내가 이를 통하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나타나게 됩니다. ‘여러 한인들이 봉사하는 단체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도층과 리더들에게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봉사 단체들 뿐만 아니라, 종교 단체들도 지역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함께 고민할 때, 한인 사회가 건강할 수 있고, 이러한 주인 의식이 우리들의 2세, 3세들에게 전달될 때, 한인 사회 뿐만 아니라, 캐나다 사회의 주인이 되는 한국 민족이 되리라 믿습니다. 지도층 여러분, 솔선수범과 함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다시 돌아보며, 새벽을 깨우는 기러기 소리와 함께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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