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대법원(Supreme Court of Canada)은 콘돔을 착용하고 성관계를 하는 것은 콘돔 없이 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른 신체적 행위이며, 콘돔을 사용하는 것은 성폭행법에 따라 상호 동의 하에 성관계하는 조건이 될 수 있다고 5대 4의 판결로 밝혔다.
대법원은 어제 5일 판결문에서 고소인의 파트너가 콘돔 사용 조건을 무시했다면 성관계는 합의에 의한 성관계가 아니며 고소인의 자율성과 평등한 성행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판결문에는 성관계는 동의했다하더라도 “고소인이 만약 ‘콘돔 없이는 싫다’라고 표명했다면 현행법상 이는 단호하게 실제로 ‘No’를 의미하며 다른 의미로 재해석될 수 없다.”라고 적혀있다.
따라서 남성이 동의한 후 콘돔을 착용하지 않고 성관계를 가졌다면 성폭행으로 고소당할 수 있다.
대법원은 원고가 콘돔을 착용하지 않으면 성관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BC주 소송건을 해당 법원에 다시 판결하도록 내려보냈다.
고소인 여성은 파트너였던 남성 Kirkpatrick씨가 처음 성관계를 가질 때 콘돔을 사용했다는 사실 때문에 그녀는 두번째 성관계에서도 당연히 콘돔을 끼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법원에 주장해왔다. 그녀는 상대방 남성이 콘돔을 끼지 않았다는 것을 사정할 때까지 깨닫지 못했다고 했다.
BC주에서는 Kirkpatrick에 대한 성폭행 혐의는 재판을 진행할 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원심 판사에 의해 기각된 바 있다.
BC주 재판부는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 ‘상호합의’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되어왔는데, 고소인 여성이 ‘문제의 성행위’ 자체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증거도 없고 또한 피고인 남성에게 그런 기본적 동의를 훼손할 만한 명백히 기만적인 행위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한편 BC주 항소심 법원은 원심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판사는 의도적으로 콘돔 사용을 하지 않은 케이스였던 2014년 대법원의 R. v. Hutchinson에 관한 판결을 인용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었던 남성 Craig Hutchinson은 아이를 갖고 싶은 이유로 여자친구와 늘 사용했던 콘돔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자백했다.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던 고소인 여성은 이로 인해 임신을 했고 결국 낙태를 했다.
Hutchinson은 성폭력 가중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원심 판사는 기소를 기각하고 사건은 항소심으로 올라갔다.
대법원에서는 Hutchinson씨 사건에서 “문제의 성행위”에 대한 동의에는 “그에 수반하는 조건이나 질(피임조치라든지 성병의 위협이라든지)”에도 동의했다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합의 여부’라는 1차적 잣대 대신, 피고인의 기만 행위가 있었는지 혹은 고소인이 상당한 신체적 상해를 입을 위험이 있었는지 여부를 따지는 2차적 잣대로 해당 사건을 판단해야 한다고 적시하며 사건을 하급 법원으로 내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