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쓰레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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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면서 굳이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같은 일들, 굳이 만나지 않았으면 했던 달갑지 않은 인연들이 드문드문 있다. 반면, 나에게 일어나서 너무 행복했던 일, 마치 선물과 같은 그런 인연들도 곳곳에 있다.

요즘은 내 인생에 마이너스나 플러스라고 생각했던 모든 일들이 “등가”의 가치를 지닌 사건 혹은 인연들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마치, 뛰어난 고전문학을 읽을 때 처음 읽을 때는 산만하게 흩어져 있는 듯한 불행의 에피소드들과 우연인 것만 같은 등장 인물들의 관계가, 여러번 읽다보면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큰 메세지를 향하여 치밀하고 질서있게 얽혀 깊은 울림을 주는 것처럼, 내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고통스러운 경험과 사소한 인연들마저도 행복했던 사건과 기쁜 인연들 만큼이나 중요한 이유와 가치가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것이다.

나는 사실 시간과 공간의 조건을 거슬러 동시에 두가지 일을 겪지 못하는 내 존재의 한계 때문에 내가 겪었던 길이 다른 길보다 더 좋았는지 나빴는지 확인을 하지 못한다. 만약 나의 작가가 선한 인물이라면, 어쩌면 끔찍했었다고 생각했던 경험들조차도 두 갈래 길 중 다른 길보다는 훨씬 더 나은 최선의 길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두 갈래의 길 중에 차가 하루종일 막히는 길을 선택했다가 후회하지만, 어쩌면 다른 길로 가서 달렸더라면 교통사고로 사망했을지 누가 알겠는가.

운명과 자유의지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아직까지도 나는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내 인생이 만약에 천재적이고 거룩한 어느 작가가 지어내는 하나의 고전문학이고 나는 그 속의 한 인물이라고 상상한다면 얼핏 그 ‘운명 vs 자유’가 조화롭게 공존할 가능성을, 그리고 내 고통스러운 경험과 악연들의 존재이유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만에하나 작가가 내 기대와는 정반대로 어떤 악마적 존재라면 ‘매트릭스’라는 영화에서처럼 내 인생은 그 자체가 하나의 조롱이지 싶다. 확인할 길은 없다.

내 인생은 혹시 악마의 뇌가 꾸는 쓰레기같은 꿈일까? 아니면 모든 삶의 세세한 과정이 전지적 작가에게 등가의 의미를 지니고 결국 참된 자아로 순화되는 길, 큰 메세지를 향해 걷는 사막 순례의 과정은 아닐까? 확인할 길이 없는 이 답답한 마음, 혹시나 의미없는 고통을 겪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 그래서 ‘희망’이라는 것이 중요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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