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교 상담복지학과 학과장
Q. 남편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얄미워 죽겠습니다. 말도 붙이기 싫은데 어떡하면 좋을까요?
A. 우리가 살다보면 뒤꼭지도 싫을 때가 있거든요. 그러면 기억하셔야 됩니다. 우리의 사랑은 원래 결혼 후 3개월만에 끝났어요. 흔히 사랑하면 호르몬이 나온다더라, 페닐에틸아민이라고 하는 호르몬이 나와서 이 유통기한이 2년에서 길면 3년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우리는 그 전에 연애를 했다는 것을 잊고 있는 것 같아요. 이미 호르몬은 끝났어요.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죠. 결혼 생활은 결코 사랑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러면 저한테 사람들이 ‘지금 남편을 사랑하지 않으세요?’라고 물어봅니다. 사랑하죠. 남편은 사랑하지만 우리의 관계는 기술로 이뤄진다는 거죠. 이건 사랑의 여부가 아녜요. 사랑은 옆집에서 주는 떡 같은 거예요.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생기고 하는 거거든요. 예상할 수 없는 거예요.
그런데 한가지 늘 변치 않는 건 있죠. 기술은 변치 않아요. 저는 일상이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추려보면 몇가지가 나오더라는 거죠. 그중에 한가지는 뭐냐. 얄밉잖아요. 그러나 지나갑니다. 얄미운 순간이나 고통스러운 순간, 심지어 행복한 순간도 지나가요. 우리가 이제 부부생활은 짧게 끝나는 단막극이 아니라 지루할 대로 지루한 드라마입니다. 제가 볼 때는 540회 짜리 드라마예요. 일주일에 한 번 하고 540편인데 그보다 더 길어질 경우가 훨씬 더 많아요. 긴 드라마의 여정에 3회만 있는 게 아니에요. 3회는 지나가고 4회가 옵니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게 뭐냐. 지나가는 것 뿐만 아니라 사람의 감정은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변덕스럽다는 겁니다. 괘씸하잖아요. 그런데 예를들어서 남편이 어느 순간에 와서 내게 너무 감동적인 이야기나 선물(실질적인 선물도 있겠지만 마음의 선물도 있거든요)을 해줘요. 혹은 친정이나 나에게나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데 남편이 갑자기 팔을 탁 걷고 나와 가지고 액션 히어로처럼 짜잔 하고 해결을 해요. 그때 그 이전의 감정은 사라진 듯 없구요, 내가 언제 그런 생각을 가졌었나? 사람은 이렇게 간사한 거거든요.
기술 중에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기술이 있어요. 상황을 좋게 만드는 기술이 있죠. 그게 뭐냐하면 너무 어이없게도 한 번도 실패가 없는 기술이에요. 우리가 보통 미운 사람 보고 참 웃기가 쉽지 않아요. 정말 미운 사람은 떡 하나 더 주는 게 아니라 똥물을 끼얹고 싶죠. 그러나 진짜 내가 이 사람하고 앞으로도 살아야 될 사람이라면 방법을 쓰자는 거죠. 너무 미워서 얼굴도 보기 싫으면 딴 방으로 각자 들어가 버립니다. 그러면 끝이에요. 거기서 누군가 하나의 에너지 변화가 없으면 이 부부의 관계 회복은 굉징히 어려운 거거든요. 괘씸하다 생각이 될 때는 딱 3주간만 (남편을 어쨋든 하루에 한 번은 볼 거 아니예요) 매우 짧은 시간 정말 찰나와 같은 순간 눈이 마주칠 겁니다. 그때 딱 쳐다보시고 ‘흥’ 하고 웃으세요. 입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안돼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볼 때마다 좀 웃어 주는 겁니다. 이게 왜 그러냐 하면 우리 뇌라는 게 얼마나 단순하고 바보 같은지 몰라요. 상대방이 나를 보고 웃잖아요. 그러면 그 때부터 고민을 해요. 저 사람이 나한테 호감이 있나? 처음에는 비웃나? 이런 생각도 하겠지만 저 사람이 왜 나를 보고 웃지? 이제 고민을 시작하는 겁니다. 고민을 시작한다는 것은 미움의 자리에 호기심이 들어오게 된다는 거예요. 이건 처음에는 연구나 분석이나 오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반복적인 행동을 하잖아요, 그러면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분노나 미운 뒤꼭지가 나도 감소가 되면서 동시에 상대방도 나에 대해서 굉장히 호의적으로 돌아선다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배우자가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해 보세요. 제가 확신컨대, 3주 이내 그 남편은 반드시 돌아와요. 무엇이? 표정이, 그리고 눈빛이. 그 돌아오는 과정에 제일 빠르게 내가 놀라게 되는 것이 뭐냐하면 어느 순간 내 마음이 달라져 있다는 것 느끼게 될 겁니다. 잘했다 잘못했다 잘잘못 가릴 것 없이 누군가 한쪽에서 건강한 에너지를 부여하기 시작해야 관계는 언제든지 회복지점으로 가는 거예요. 그런 사람을 우리는 비굴하다 이게 아니죠. 그 사람이야말로 용감한 사람이구요, 그 사람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