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교 상담복지학과 학과장
Q. 20대 후반에 시작한 공부가 이제 8년째 돼 갑니다. 포기하자니 후회가 될 것 같고 계속 하자니 자신이 없습니다. 어떡해야 할까요?
A. 예를 들어서 내가 30대 후반까지 어떤 일을 쭉 준비했어요. 자격증도 따고 뭐도 뭐도 했어요. 그런데 30대 후반까지 안됐다는 얘기는 적어도 거의 20년 세월을 투자한 셈인데, 그렇게 해도 안되는 건 그 다음 생에도 안 되는 거예요. 이걸 잔인하다 생각할 수 있죠. 우리가 현실에 눈뜨기 어렵고요, 현실에 눈뜨기 싫어요.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될 게 있습니다. 내가 지금 투자한 게 이만큼인데 이게 아까와서 새로운 선택을 하지 못하잖아요, 그럼 그만큼에 해당하는 또 다른 세월ㅇ르 또 투자를 해야 될 거예요. 많은 자기계발서가 이야기하죠. 만져라 덮쳐라 달려가라 하는데 그렇게 달리고 덮치고 해서 남은 것이 바로 지금 현실이거든요. 꿈을 버리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재수 3수 심지어 7수까지도 해요. 꿈이 있고 비전이 있고 내가 원하는 게 그것이니까. 그런데 진짜 원하는 게 뭔지를 찾는 방법은 내가 어떤 직업을 갖느냐가 아니에요. 우리가 진로와 직업을 크게 혼동하고 있는데 내가 어떤 것을 선택한다고 그럴 때 진짜 내가 최종적으로 원하는 게 그것이었나, 그리고 그 최종적으로 원했던 그 본질 가장 안쪽에 있던 것은 뭐였나 이런 생각이 진짜 진로에 대한 고민이거든요. 의사가 되고 싶었던 걸까요, 아니면 돈이 벌고 싶었던 걸까요. 아니면 내가 어려서부터 가지고 있는 남을 돕는 그런 특성을 그런 식으로 확대한 것일까요. 그런데 4년 5년 세월 흐르고 서른이 넘도록 아직 마땅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어쩌면 내가 원하는 것은, 또 내가 원하더라도 그 의사라는 것은 얻지 못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겁니다.
그럼 어떡해야 되는가. 눈을 딱 떠야죠. 그리고 주변을 돌려보세요. 멈춰야 되고요,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 내가 의사가 될 수 없다면 나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이 생각을 한번 해볼 때가 된 거예요. 인생은 직업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삶의 진로도 하나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우리가 우선순위 없이 딱 하나만 있을 때에는 사람은 살거나 죽는 거예요. 진로는 2개도 있을 수 있고 3개도 있을 수있고 4개도 있을 수 있어요. 오랜동안 내가 염원했는데 이루지 못했다 그렇다면 2순위는 뭔가를 찾아야 된다는 거죠. 1순위가 되지 않았다고 좌절할 것이 아니라 그럼 2순위는 무엇이 있을 수 있는가 그걸 찾는 사람을 우리는 뭐라고 그러냐 용감한 사람이라고 그러고요, 그리고 기꺼이 두번 째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똑똑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나이가 들고 세월이 지나서 불안한 게 아니고요, 그전에 투자한 게 많아서 불안한 거예요. 본전 생각이 나서. 도박하러 갔던 사람이 본전 생각나서 계속 도박장에 앉아 있다가 자기의 전 생애와 배우자와 가정과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지탄까지 받게 되는 바로 그 상황이 20년 자기의 진로 준비하면서 과거가 아깝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기를 5년 이상이 반복 되잖아요, 사실 그렇다면 또 다른 대안을 생각할 때가 된 겁니다. 왜냐하면 5년이란 세월은 365일 곱하기 5년이거든요. 굉장히 많은 세월들인데 그 세월 동안에 우리는 매일 그걸 생각했을 것이고 매일 노력했을 것이고 매일 도움을 청했을 것이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했을 거라고요. 정말 최선을 다해서 살았는데 5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이건 뭐냐하면 어쩌면 이 길이 아닐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본격적으로 해야 될 시점이 전 5년이라고 생각을 해요.
멈춰야 합니다.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펴보세요. 본인은 늙어있어요. 결혼을 안 했을 수도 있지만 배우자는 더 늙어 있을 겁니다. 지금은 옛날처럼 한자리에 앉아서 선비처럼 글만 읽어야 되는 세상이 아니거든요. 많은 기회들이 보존 되어 있습니다. 정말 간절히 원한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 에너지를 어떤 방향에 어느 지점에 집결 시킬 것인가에 대해서 현명하게 판단하는 시점이 굉장히 중요해요. 아무도 나에게 진로를 얘기해주지 않습니다. 다만 스스로 내가 가야 될 곳인지 멈춰야 될 시점인지를 아는 것은 사실 본인이거든요.
삶에는 기준이 있습니다. 우리가 줄 설 때 ‘기준!’ 외치잖아요, 그 기준이 ‘현실’이에요. 현실을 기준으로 해서 우리는 발을 땅에서 떼지 않은 상태에서 꿈꾸자는 거죠. 자기 계발서를 열지만 그것을 다시 닫을 때에는 내 발이 땅에 붙어 있는가 떨어져 있는가를 늘 확인해야 된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