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석 정신건강 의학과 전문의>
Q. 친구가 별로 없어요. 제가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거든요. 어떻게 하면 좋은 친구,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요?
A. 그건 사실 타고나는 건데… 튜닝을 잘 못하는 거거든요. 순간적으로 교감을 나누는 걸 잘 빨리 맺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거를 좀 못 맺으면 깊은 관계가 안돼요. 관계도 탑을 쌓아 나가듯이 이렇게 탁탁탁. 근데 그게 어떤 순간의 타이밍이 있거든요. 그 사람과 내가 가까워지는 느낌을 만드는 타이밍을 좀 못 맞추고 ‘아 그때 내가 그 사람에게 그렇게 말해줬어야 되는데’ ‘왜 그때 그 말을 내가 안 해줬지? 그 사람 그걸 바랐었는데…’ 이게 집에 와서 생각이 나고 일주일 지나서 생각이 나요.
결국 방법은 딱 한가지 있는데 방송용으로는 적절하지 않지만 친구를 못 사귀는 사람끼리 사귀어보는 거예요. 어차피 외로운 사람이 있거든요. 나랑 비슷한 인물들이 있어요. 그 사람들끼리 가볍게 만나면서 친해지는 연습을 하는 게 제일 좋아요. 근데 대부분은 친구가 많고 사교적인 사람한테 다가가려고 하거든요. 그런 경우 그 사람은 다른 친구들이 또 많아요. 나보다도 재미있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그 사람은 나한테 별로 깊은 관심을 주지를 못해요. 그럼 난 거기서 또 상처받고 나는 왜 친구를 이리 못 사귀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전 그런 상처를 굳이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른 방법은, 친구를 잘 만드는 사람을 보면서 근처에서 관찰을 해보면 좋아요. 저 사람은 말을 어떤 방식으로 하나, 어떻게 관계를 이어가나, 이렇게 좀 보면 친구관계를 잘 만드는 사람이 자기와는 여러 점에서 차이가 난다는 걸 발견할 거예요. 그 중에서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좀 바꿔보고요. ‘아 이건 내가 바꾸려고 해도 바꾸기 어렵다’ 싶은 부분은 좀 내려놔야 될 거고. 그러면서 자기를 조금씩 업그레이드 해나가는 수밖에 없죠.
그러면 남의 단점에 관대하면 친구 사귀는 게 쉬울까요? 남의 단점을 가볍게 보는 건 친구를 사귈 때 중요한 게 아니라 친구와의 관계를 ‘유지’할 때 중요한 부분이에요. 누구나 단점은 있고 남의 단점이 잘 보이는 법이기 때문에 ‘저 사람 저 부분 별로야. 재수 없어’라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싫은 마음이 있는데 그 사람에게 잘해주고 싶지 않거든요. 나도 모르게 상대에게 내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게 돼요. 그럼 아무래도 깊이 있는 관계가 되기 어렵겠죠. 그렇게 때문에 관계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연인 관계든, 부부 관계든, 부모 자식 관계든, 동료 관계든, 남의 단점을 보기 보다는 그 사람의 장점, 그 사람과 나와의 관계도 좋은 점에 자꾸 주목하는 게 필요합니다.
근데 처음 사귈 때는 좀 더 매력적인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여러 가지 매력이 있을 수 있죠. 문화예술을 잘 아는 것 같다. 굉장히 스마트하다. 유머감각이 있다. 잘생겼다. 이런 사람한테 우선 끌리지만 그런 것 없다고 하더라도 나를 좀 알아주고 이해해주고 잘 공감해주고 내 말을 들어주고 배려하는 마음이 많은 사람도 또 매력이잖아요. 내가 가진 능력 속에서 남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이거는 좀 정돈을 해야 되는 것 같아요.
매력이 없으면요? 한두 가지 매력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남의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거든요. 그러기 때문에 자기를 잘 인정해 주는 사람을 좋아해요. 굉장히 쉬운 방법이에요. 남한테 잘 반응만 해줘도 상대방이 나에 대해서 호감을 갖게 되는 거에요. 잘 반응해주고 반응해주는 걸 어떻게 반응해 주면 더 좋을까도 연구해 보기 쉬워요. 누가 나에게 이런 반응을 해주니까 기분이 좋아지더라는 걸 정리해 보는 거예요. 그럼 나도 앞으로 다른 인간관계에서 사람들에게 반응하는 방법, 사람들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방법을 잘 써먹으면 그것만으로도 꽤 매력이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혹시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 잘하는 분야가 있다면 그거에 대해서 이야기를 가끔 해주고 그러면 ‘아 저 사람 저 얘기 참 재미있다’해요. 자기가 잘 하는 분야는 재미있게 말할 수 있거든요. 누구나 한두 가지를 관심 가지고 오랫동안 하다 보면 그 분야와 관련된 주제는 이야기를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거는 시간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기생충 박사로 유명한 ‘서민’ 선생님이 있잖아요. 그 분이 제 선배였는데 학교 다닐 때 보면 그분은 자기가 만날 못생겼다고 강조를 하시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려면 어떻게 할까 해가지고 열심히 재밌는 말을 메모를 한 거예요. 제가 그 수첩을 본 적이 있어요. 어떻게 하면 재밌게 느낄지를 수첩에 빼곡히 적어놓고 피드백 받은 것까지 다 적어 놓더라고요. 이런 노력을 통해서 유머감각을 만든 거거든요. 전 유머감각도 또는 어떤 특별한 거에 대한 깊은 관심이나 애착도 (요즘 ‘덕후’라는 말을 쓰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장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는 없지만 몇 년간 내가 꾸준히 노력하면 그 분야에서는 매력을 가질 수 있고 거기에 더해서 공감하는 능력까지 가진다면 어느 정도는 매력있는 사람, 만나보고 싶은 사람, 편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