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신영, <기획의 정석> 저자
Q. 요즘 사회가 창의성을 무척 강조하는데 제 생각은 너무 평범해요 ㅠㅠ 어떡하면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나요?
A. 사람들이 창의적이란 것에 대해서 많은 오해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창의적인 사람은 엉뚱해야 된다. 막 튀어야 된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시는데 저는 엉뚱하지도 않고요 튀는 사람도 아니에요. 제가 봤을 때 진짜 ‘일하는’ 창의력, 힘있는 창의력은 막 엉뚱한게 아니라 사람들의 문제와 만난 창의력이 진짜 힘이 있는 창의력이라고 보거든요.
예를들면 이런 거예요. 나는 되게 신기한 태권도 학원을 만들거야. 이러이러한 것도 있어. 그러면 사람들은 별로 반응이 없어요. 그럼 진짜 기획자는 뭘 생각하느냐 하면 이 태권도를 보내는 엄마의 진짜 마음이 뭔가를 생각하는 거죠. 엄마가 갖고 있는 이 마음이 답답해하는 문제가 뭔가를 생각해 보면 엄마는 아무래도 ‘아휴 요즘 학교 폭력이 너무 심하다는데 우리 애가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는 않을까’ 그런 문제가 있잖아요. 그럼 그거를 아는 기획자라면 ‘자기 몸은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신호등 태권도 학원’ 요런 식으로 할 수 가 있겠죠. 포인트는, ‘내가 이런 태권도 학원을 만들거야’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엄마들의 진짜 문제와 연결된 태권도 학원을 만들었는가, 엄마들의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태권도 학원을 만들었는가 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 창의력이 힘이 있으려면 이 문제를 해결할 때입니다. 그럼 엄마들이 ‘아 그래도 태권도 보내기 좀 부담스러운데’ 뭐 이런 생각도 들 수 있잖아요. 그러면 ‘7주 안에 끝내는, 자기 몸을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태권도 학원’ 이런 방향을 잡을 수 있겠죠. 계속 엄마들이 갖고 있는 고민의 리스트를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생 때 너무너무 창의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막상 제 안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뭔가 제 안에 있어야 이거 이거를 섞어가지고 창의적이 될 텐데 제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가장 창의적인 책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동화책이 되게 창의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유아교육과가 있는 학교의 도서관에 가서 하루에 정말 100권에서 200권 정도 맨날 메모를 하면서 읽었어요. 하도 많이 넘겨 가지고 검지 손가락이 아플정도였어요. 그때 제가 배운 것들이 너무 많아요. 예를들면 두더지 가족의 얘기가 나와요. 우리는 잘 때 ‘편안하게 잘 자, 이불 잘 덮고 자’ 이러잖아요. 두더지들은 어떻게 말하는지 아세요? 두더지들은 ‘수염을 내리고 편안하게 자렴.’ 이렇게 엄마가 얘기하더라구요. 그때 제가 느낀 게, 아 내 입장에서 ‘편안하게 자’가 네 입장에서는 편안하지 않다는 거. 그럼 너 입장에서 진짜 편안한 거는 무엇일까 그것을 얘기하는 게 중요하구나. 이런 것들을 제가 배운 거예요.
그래서 요거를 읽으시면 요거를 배웁니다 이렇게는 저는 말할 수 없지만 저는 그냥 묵묵히 ‘절대량’을 채웠을 때 얘네들이 (머리 속에서)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결합하면서 저도 모르는 것들을 새롭게 만드는 걸 많이 경험을 했어요. 그런데 그러려면 많이 속이 터져요.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 건가?’ 그 당시 제 친구들이 제가 휴학화고 책만 읽으니까 ‘너 뭐해?’ 할 때 ‘어 나 동화책 좀 읽고 있어.’ 절대 이렇게 말할 수 없어요. 너무 자기 자신이 바보 같고 한심하지만 내가 이 절대량을 채웠을 때 어떤게 있겠지 하고 스스로를 믿어주는 그 뚝심이 되게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그 뚝심을 가지고 절대량을 채우려고 많이 노력을 했고 그때 메모했던 것들이 아직도 다 집에 남아 있습니다.
창의적인 것과 ‘나 창의적이지 않아?’ 이거는 되게 달라요. 핵심은 뭐냐면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나 이런 거를 할 수 있다니까’ 이거는 중요한 게 아니라 그 할 수 있는 게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어떤 것에 의미가 있어? 하는 게 중요합니다. 문제를 정확히 파악을 해서 그거에 이거를 해결하는 해결책으로서의 창의가 필요한 거지 창의를 위한 창의는 사실 의미가 없다는 거죠. 그러려면 제가 봤을 때는 어깨에 햄을 정말 많이 빼야 되는 거 같아요. ‘내가 이걸 할 수 있어’ 이러면 연결이 안되고요, 힘빼고 ‘사람들은 뭐에 진짜 힘든 걸까? 뭐에 아픈 걸까?’ 그거에 대한 해결책으로서의 내 거를 얘기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포인트는 뭐냐하면 좌뇌 우뇌 균형이 너무너무 중요해요. 논리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은 대단히 좌뇌적이어야 하고 해결로서의 결과물은 너무나 감성적인 것이 나와야 된다는 거죠. ‘재밌잖아요, 좋잖아요’ 이건 너무 우뇌적인 접근이고요,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습니다’라는 것을 좌뇌적으로 잘 풀어주셔서 그거를 우뇌적인 해결책으로 담는 것, 이러한 균형이 저는 되게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