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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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집무실

적당한 일러스트 그림을 찾고 있는데 딸 아이가 “아빠, 미니멀리스트를 입력해 봐요. 깔끔한 사진들이 많아요.” 하고 알려준다. 찾고자 하는 말과 함께 검색 창에 ‘minimalist’를 같이 입력하니 과연 깔끔한 사진이나 그림들이 나타난다. 그러다 ‘minimalism’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미니멀리즘(minimalism) 혹은 ‘최소주의’란 최소한의 요소만을 사용하여 대상의 본질을 표현하는 예술 및 문화 사조로서 1960-70년대 미국의 시각예술과 음악을 중심으로 일어났다고 한다. 모든 기교를 지양하고 근본적인 것을 표현하려 하고, 이후 연극, 영화, 디자인, 문학 등의 분야에서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음악에서는 짧은 구절의 반복, 같은 음의 지속, 일관된 박자, 일정한 화음 등으로 나타나고, 미술에서는 작가의 주관, 감정, 이념을 배제하고 작품의 재료, 사물의 고유한 특성 자체에 관심을 갖게 함으로써 순수하고 본질적인 근원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하고 최소한의 색상을 사용하며 기하학적인 뼈대만을 표현하여 단순한 형태의 작품을 만들게 된다. (위키백과)

근데, 예술가가 아닌 생활인으로서는 이러한 사조가 라이프스타일로 이어진다. 무소유, 비움의 동양 사상, 절제의 미학과 연결 될 법하다. 처음에는 대체로 ‘버리기’로부터 시작한다. 그렇다고 해서 차도 집도 TV도 스마트폰도 없이 100개 이하로 물건을 소유해야 한다거나, 근사한 직업을 가지면 안 된다거나, 자식을 가지지 않는다거나, 배낭으로 전 세계를 여행하며 떠돌아야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틀림없이 도움은 되겠지만 평범한 생활인도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 있다.

theminimalists.com의 운영자에 따르면 화두는 ‘자유’이다. 두려움으로부터, 근심걱정으로부터, 무거운 짐으로부터, 감정의 짓눌림으로부터, 비싼 것을 소비해야 대접받는 소비문화로부터의 진정한 자유를 추구한다. 법정스님같은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물질을 아예 소유하지 않는다거나, 가족을 갖지 않는다거나 하는 것은 생활인으로서 불가능할 것이다. 다행히, 물질을 갖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니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다만 산업화된 세상의 부추김에 몰려서 물질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문제이다. 중요한 인간관계도 뒷전으로 하고 건강마저 해쳐가며 물질에 매달린다. 인격적인 성장, 열정, 내 피부 밖의 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생각할 틈이 없다.

예술인이 아니라 생활인으로서 ‘미니멀리즘’을 정의하자면, 인생에서 상당히 중요한 문제에 초점을 명확하게 맞추기 위해 생활상의 과다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데 실질적 도움을 주는 ‘사고의 틀’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런 생각으로 살다 보면 점점 불만이 줄어들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며, 순간을 살아가고, 열정이 생기는 분야를 쫓게 되며, 진정한 자유감을 느끼고, 소비대신 창조행위에 더 시간을 쓰게 되며, 건강에 더 집중하고, 타인을 위해 기여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며, 스스로 인생의 목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미니멀리스트들은 말한다.

아이들이 3명 이상이 되는 집에서 ‘미니멀리스트’로 살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엄마, 아빠가 그 혜택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아이들에게 알리고 (아이가 아무리 어리더라도 설명해야 한다) 하나씩 사용하지 않는 것부터 버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앞으로 물건을 살 때는 돈이 있어서 사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해서 사는 습관을 가진다.

넘치는 물질문화 속에서 서로 많이 누리려고 경쟁하다 지친 현대인들은 드디어 이런저런 단순함으로의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다른 소비를 줄이고 보다 관심있는 곳에 호사를 누리려는 자본주의의 변종 바이러스가 되는 것을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인간 본성에 내재한 탐욕이 그리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테니…

미니멀리즘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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