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아가라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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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에서 온 손님 가족과 나이아가라 폭포에 가서 배를 타보기로 의기투합했다. 런던에서 출발해서 쉬지 않고 2시간 정도 거리. 토론토 갈 때보다 조금 더 걸리는 것 같다. 도중에 한국에서 온 5살 귀여운 꼬마가 x마렵다고 해서 맥도날드 찾아가느라 조금 더 지체되었다. 아이스캡을 한 모금 빨게 했기 때문일까? 커피에는 이뇨작용이 있으니…. (차로 여행갈 때 아이들에게 절대로 커피 찔끔이라도 멕이지 맙시다.) (참고로, 하루 적정 수분 섭취량이 있는데 여기에 커피는 계산에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뇨작용이 있어서 오히려 기존 섭취량에서 빼야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수분 섭취가 부족할 경우 어른은 입에서 하수구 냄새가 나기 쉽습니다. 입냄새는 대부분 점잖은 주위분들이 절대 ‘냄새난다’고 피드백 주지 않습니다. 땍땍거리며 코를 막는 와이프가 이 때는 고맙지요. 여보 사랑해!)

폭포에 도착해서 메인 폭포 쪽에 정식으로 주차하였다 (주차비 $17불). 그런데 막상 선착장이 있는 폭포 아랫쪽으로 가는 데에는 걸어서 20분 이상이나 걸렸다. 아이들은 더워서 힘들었는지 계속 칭얼거렸다. 선착장으로 출발하기 전에 오줌들을 뉘고 온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윽고 매표소 도착하니 줄이 길게 서있다. 나쁜 감정과 좋은 감정이 동시에 든다. 일단 긴 줄을 보니 슬리퍼 신고 먼 길을 걸어왔던 피곤이 갑자기 더 증폭하였다 (나이아가라 갈 때는 운동화 준비합시다!). 그러나 한편으로 줄이 길다는 것은 그 만큼 인기 있다는 것… 오옷, 기대감도 스물스물 올라왔다. 어른은 $19.95, 5세~12세 어린이는 $12.25, 4세 이하는 무료였다.

처음에는 점심을 폭포 상류쪽 공원에서 바비큐를 할 계획이었다. 지나고 나니 점심은 그냥 햄버거나 피자로 대신한 것이 현명했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시간을 많이 줄였다.

날씨는 맑다 못해 후덥지근했고 선착장으로 오는 내내 더웠는데 막상 아래 선착장에 와보니 선선한 기운이 올라와 신기했다. 하긴 위에서 선착장으로 내려올 때 엘리베이터를 탈 정도였으니 지하로 많이 내려온 셈이다. 호수는 늘 하늘색을 닮는다. 흐린 날 호수는 잿빛이라 볼품 없다. 그러나 푸르른 날 호수는 남색이거나 옥색이다. 오늘 나이아가라 물은 옥색으로 흘렀다. 나는 맑은 여름날 차창으로 스치는 캐나다의 호수들을 사랑한다. 그러나 흐린날 호수에는 미운 며느리 대하듯 눈길을 돌려버린다. 똑 같은 대상을 두고 ‘조건부’로 사랑하는 것 같아서 왠지 죄책감이 든다.

드디어 10년 만에 폭포 밑에서 배를 다시 탔다. 예전에는 Maid of the Mist라는 배였는데 이제는 Hornblower라는 새로운 배가 캐나다 쪽에서 운행되고 있었다. 이전 보트는 167년 동안이나 캐나다 쪽에서 운행되다가 2013년 10월부터는 미국 쪽에서 운행되고 있다. 미국 쪽 승객들이 입은 비옷은 예전과 같이 파란색. 대신 캐나다 쪽 Hornblower 승무원들이 나눠주는 비옷은 오렌지색이었다. 맑은 날에 비닐로 된 오렌지색 비옷을 받으니 아이고 어른이고 임박한 사건에 대한 기대감 폭발이다.

폭포 근처로 배가 다가가니 마른 하늘에 소나기가 사정없이 쏟아진다. 문득, 드라마를 보다가 남녀 주인공이 비맞는 장면에서 바닥에 사람 그림자가 뚜렷이 보이던 작위적인 모습이 연상되었다. 그러나 그 어색함과 이 유쾌함을 어찌 비교할 수 있으랴? 내 카메라가 방수인지 아닌지 자신이 없었지만, 에라, 같이 탄 애들과 어른들을 줄창 찍었다. 10년 전에도 이런 풍광이었던가? 하늘에서 웅장한 폭포가 바로 어깨너머로 떨어지는 놀라운 장면을 보니 온갖 스트레스 찌꺼기들이 폭포 밑으로 같이 씻겨들어간다. 어떻게 이 웅장한 물이 그 오랜 세월동안 한 방향으로 떨어지고도 아직도 마르지 않고 계속 떨어지고 있을까? 마를 법도 한데…

보트를 타고 나서 하류 쪽 월풀(whirlpool)로 가서 케이블카를 탔다. 월풀은 약 4,200년 경에 형성되었다고 한다. 차는 76m 상공에서 540m 거리를 매달려 왕복한다.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는데도 날씨가 맑아서인지 밑에 흐르고 있는 강까지가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아서 무섭지 않았다. 왕복 20분의 시간이 마치 5분처럼 지나갔다. 13세 이상은 tax포함 $13.95, 6세~12세는 $9.10, 5세까지는 무료이다.

자연을 만끽한 하루였다. 큰그릇의 인격을 마주대하면 아무리 오래 곁에 있어도 지루하지 않듯이, 나이아가라 폭포 같이 웅장한 대자연은 아무리 자주가도 물리지 않는다. 다만, 주차비가 좀 아깝다. 밤 12시까지 주차할 수 있었지만 우리는 그냥 피곤해서 집에 와서 저녁을 먹었다. 고추장 듬뿍 넣은 비빔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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