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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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에서 왜 신부가 면사포로 얼굴을 덮고 가렸을까? 신부를 베일에 가리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랜 관습이었나 보다. 구약 성경에는 이런 에피소드도 있다. 야곱은 외삼촌 라반의 집에 기거하며 사랑하는 레이첼과 결혼하기 위해 7년이나 데릴사위 노릇을 했다. 사랑의 힘 때문이었을까? 야곱은 일을 잘해도 너무 잘했다. 외삼촌은 이 공짜 노동력이 너무 아쉬운 생각이 들었고 어떻게든 좀 더 부리고 싶었다. 야곱이 학수고대하던 결혼식이 왔다. 외삼촌 라반은 꼼수를 부려 레이첼 대신에 첫째 딸인 레아와 결혼시킨다. 다음 날 아침 옆에 누워있는 여자가 레이첼이 아닌 것을 알고 야곱은 깜짝 놀란다. 라반은 ‘네가 레이첼을 아내로 얻고자 한다면 7년 더 데릴사위 노릇을 해야 한다’고 우겼다.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났을까? 당시 결혼할 때 신부는 온통 베일에 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가톨릭의 경우 여자들은 미사 때 종종 ‘미사포’로 머리를 덮는다. 물론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1983년 전까지 오랫동안 지속된 전통이다. 그 기원은 (신약)성경에 있다. 그러나 막상 그 대목을 찾아보면 여성들의 심기가 무척 불편해진다.

 

코린토1서 11장에 나오는 사도 바오로의 ‘권고사항’이 바로 그 문제의 구절이다. 여자는 베일로 머리를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메시아의 머리는 하느님이고, 남자의 머리는 메시아이며 아내의 머리는 남편입니다. 남자는 하느님의 모상이고 영광이기 때문에 (예배 때) 머리를 가려서는 안되고, 여자는 남자의 영광이기 때문에 (예배 때) 머리를 가려야 합니다. 사실 여자는 남자에게서 나왔고 남자를 위하여 창조되었습니다. 다만, 하느님 안에서는 여자 없이 남자가 있을 수 없습니다.” 라는 식이다.

 

상당히 논란이 많은 대목이다. 얼핏 남녀평등 사상에 어긋나 보여 상당히 분개할 법도 하지만 그배경을 알고 나면 사실 ‘결혼’에 대하여 신성할 정도로 심오한 바오로의 신학이 담겨있다……고 추정된다.

 

첫째, 놀랍게도 당시 여성이 쓰는 베일은 여성에 대한 존엄, 존중, 경의를 상징하였다. 왜냐하면 그 시대 역사와 문화적인 맥락에서 코린도 사회의 종교 관행, 특히 아프로디테(비너스) 신전에서 벌어진 예식을 살펴 보면, 거기서 어떤 여성이 베일을 쓰지 않았다는 것은 종교 예식을 위한 신전 창녀로 고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베일을 머리에 덮음으로써 여성은 아버지에 의해 혹은 남편에 의해 일종의 ‘보호’를 받는 고귀한 여성인 셈이었다. 남편은 아내의 명예를 베일로써 보호한 것이다.

 

둘째, ‘남편은 아내의 머리이다’라는 사도 바오로의 표현을 따져보면 그의 문맥에는 사실 남녀 사이에는 전적으로 동등한 존엄성과 상호보완이 내포되어 있다. 그는 ‘하느님이 메시아의 머리이다’라는 표현도 했기 때문에, 머리라는 것은 ‘우월하다’라는 표현이 아니다. 삼위일체적인 입장에서는 성부는 성자보다 ‘우월’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자는 ‘빛에서 난 빛, 하느님에게서 난 하느님’일 따름이다. 따라서 사도 바오로는 아내가 남편보다 열등하다는 식으로 이렇게 표현한 것이 아니다. 창세기1장의 표현을 보더라도 남자와 여자는 완벽히 동등하게 신적인 존엄성을 가진 존재로 창조되었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하느님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그들을 창조하셨다.” 히브리어에서의 ‘사람’은 영어의 ‘man’처럼 남녀 모두를 포괄한다. ‘누가 누구의 머리이다’라는 표현은 권력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기원의 순서’ 정도로 알아들어야 하는 것이다.

 

셋째, 바오로는 남편과 아내라는 ‘보이는 관계’를, 예수와 그를 따르는 무리라는 ‘보이지 않는 관계’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구약과 신약은 일관되게 하느님과 인간과의 관계를 ‘혼인관계’로 표현한다. 신약에 와서는 예수가 ‘신랑’이요 그를 따르는 무리는 ‘신부’이다. 결혼을 ‘거룩한 일(성사)’라고 하여 신성시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성은 전 교회의 상징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예수가 그의 신부와 갈라지거나 신부를 갈아치우는 일은 생각할 수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편과 아내는 원칙적으로는 갈라설 수 없다.

 

넷째, 아내는 남편의 영광이라는 말은 여성이 ‘신전’과 같은 존재임을 뜻한다. 왜냐하면 유태인들의 문화에서 ‘영광’이라는 말은 ‘영광의 구름, 세키나(Shekinah)’를 뜻하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영광의 구름’의 모습으로 성전의 가장 거룩한 장소(지성소, The holy of the holies)에 내려와 머물렀고 그 곳(지성소)은 베일(커튼)으로 가려졌다. 신약시대에 와서는 건물이 아니라 메시아를 따르는 무리 자체가 곧 하느님의 ‘구름’이 머무는 ‘성전’이다. 이 무리가 예수의 신부이고 ‘성전’이라면, 이 무리들을 상징하는 아내(여성) 역시 성전이다. 지성소에는 오직 대사제만이 일년에 단 한 번 들어갈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남편만이 커튼으로 보호되고 있는 아내라는 거룩한 곳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 표현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보다 우월하다. 사실 창세기를 보면 여성은 가장 마지막에 남성보다 나중에 창조된, 창조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면사포는 신부의 머리띠 정도로 생각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더라도 남편은 아내를 계속신성하게 모시기를 기대해 본다.

 

<Dr. Nicolas Lebish의 유투브 강의를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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