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심한 가정 폭력 속에서 두려움에 떨며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지금도 과거에 경험했던 아픈 기억 때문에 고통이 심합니다. 행복하기 위해 과거를 잊고 싶습니다. 불행한 과거에 얽매여 살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트라우마 이론이라고 하죠. 과거의 안좋은 기억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거는 사실인 거 같아요. 근데 프로이트, 융과 더불어 대표적인 정신분석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 같은 사람은 트라우마는 없다고 말합니다. 그분 이론으로 요즘 쓴 책이 일본에서 베스트 셀러인데요, 책제목이 ‘미움 받을 용기’예요. 그게 뭐냐면 트라우마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트라우마 그래서 어쩌겠냐는 얘기거든요. 심지어 우리가 트라우마에 숨기까지 한다는 거죠. 그래서 그걸 인생의 거짓말이다 이렇게 너무 좀 세게 얘기하는 면도 있죠.
제가 트라우마가 영향을 안 미친다는 게 아니라 그건 있는 거니까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건데 큰 방법은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서 그때 것을 다시 재구성해서 어떻게 그게 영향을 덜 미치도록 하는 방법도 있는데 그게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게 더 잘 맞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이게 연구도 그렇고 실제 임상에서 보면 오히려 과거라는 것이 재구성이 돼서 너무 과거를 파해치다 보면 없는 과거까지 만들어지고 더 생생해져서 아예 현재가 거꾸로 날아가 버리는, 현재가 과거라는 블랙홀에 들어가 버리는 결과가 있거든요.
트라우마가 없다는 거는 그냥 트라우마가 있는 걸 받아들이는 거고 자꾸 걔랑 싸우지 말고 차라리 그 에너지를 현재에 투자하자 이런 이야기이죠. 그리고 세상살이에서 전화위복이라는 게 사실 심리에서도 중요한 거 같은데요. 또 본질적으로 전화위복이라는 거가 결국 의미를 가지려면 이런 거죠. 도대체 인생이라는 게 만약 창조주가 있다면 이거 왜 만들었냐. 많은 사람이 우린 행복 중독에 살쟎아요. 그런데 행복하냐고 물으면 아무도 행복하지 않고 왜 행복하지 않은가에 나름의 이유로서 또 트라우마를 얘기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인생이 행복하지 않은 거 같아요. 행복한 사람이 없어요 제가 보니까. 뚜껑을 열면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지 다 행복한 사람 없고 다 트라우마 있고요.
인생은 행복하다고 기본적으로 느끼니까 사실은 이 모든 문제가 생기는 면이 있거든요. 아무리 봐도 인생의 목적은 제가 창조주를 만난 적은 없지만 성숙인 거 같아요. 성숙이 말이 예쁘지 성숙하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통증이 있는 거예요. 통증을 만드는 게 트라우마인 거예요. 트라우마는 나한테 있는 재수 없는 일이 아니라 물론 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 있는 거 같아요. 저 사람이 무슨 트라우마가 있겠어? 물론 더 큰 분이 있고 작은 분도 있지만 주관적으로는 제 것이 제일 크거든요. 가장 트라우마 받은 사람인 거예요, 자기의 문제가.
그런 의미에서 트라우마라는 것도 꼭 네거티브하게만 볼 건 아니라는 거죠. 어떻게 보면 그게 또 성숙의 동력도 될 수 있잖습니까? 제가 별로 위인전은 좋아하지 않지만 왜냐하면 위인전은 너무 대단하게만 그리지만 그래도 어쨌든 위인전의 대표적인 구성이 뭡니까? 이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잘났는데 끝까지 잘났다는 것은 없잖습니까? 트라우마가 있는데 어떻게 극복했느냐, 거기서 우리가 눈물도 흘리고 감동도 받는 거겠죠.
트라우마에 대해서는 그것도 하나의 삶의 내용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사랑’을 하면 어떨까 싶고 그걸 갖고 그게 충분히 하나의 동기가 돼서 내가 과거에 사랑을 못받았다면 그만큼 내가 사랑이 더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잖아요. 그 결핍이라는 게. 절대적인 트라우마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가 생기고 이런 거에 대해선 주변에서의 도움과 진료 이런 게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삶의 어떤 자잘한 나의 사건들에 대해서는 그것도 하나의 나의 삶의 부분이고 이게 또 나의 결핍이 더 큰 동기의 에너지가 좀 될 수 있다 이런 균형있는 시각도 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