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 자녀 때문에 열등감 느끼는 당신이 반드시 들어야 할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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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내 아이보다공부를 잘하거나 발달이 빠른 애를 보면 쟤 ‘쟤 엄마는 나보다 나은 사람인가’ 하는 생각에 의기소침해져요. 저도 잘 키우려고 노력하지만 질투와 시기심이 생깁니다.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을까요?

A: 우리 사회는 조금 아이를 자신의 성적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유교문화의 영향이 있거든요. 유교문화에서는 내 일부가 자식에게 넘어가고 내가 또 어떻게 키웠는지에 따라서 자식이 굉장히 많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는데 자식에게 부모가 영향을 많이 주는 건 맞아요. 하지만 부모의 의도가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않고 부모의 삶의 태도가 전달되는 거 같아요.

아이가 굉장히 능력이 있는게 부모의 덕인가. 우리나라는 그런 책이 참 잘 팔립니다. 아이를 어릴 때부터 열심히 가르치면 아이가 영재가 된다. 제가 이렇게 진료실에서 또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영재라고 이야기되는 아이들을 직접 인터뷰하면서 본 적도 있거든요. 그랬을 때 제게 든 느낌은 ‘얘는 누가 키웠어도 똑똑할 거 같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또 저한테 오는 분들 중에는 부모님들은 너무 훌륭하고 인격적으로 성숙한 분인데 아이는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는 아이들도 있어요. 그분들이 제일 힘들어 하는 건 도대체 애를 어떻게 키워서 애가 이 모양이냐 하는 손가락질, 주변의 어떤 부정적인 말들 때문에 제일 상처를 많이 받거든요. 그런데 제가 볼 때는 얘는 원래 그런 애입니다. 사실 아이는 자기가 갖고 태어난 부분이 참 많아요. 아이가 굉장히 능력있고 성품도 온화하게 태어나는 애가 있는 반면에 어떤 아이는 능력이 부족하게 태어나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굉장히 까다로운 성격으로 태어나는 애가 있어요.

전체 아이들 중에 열명 중 한명은 어느 부모가 키워도 힘든 아이가 있고요, 반 정도는 어느 부모가 키워도 적당히 그냥 잘 자라는 아이들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거는 부모가 그냥 마치 제비뽑기에서 좋은 제비를 뽑았느냐 나쁜 제비를 뽑았느냐 하는 것과 똑같아요. 좋은 제비를 뽑으면 좀 겸손하게 살아야죠. 나는 운이 좋으니까 딴 사람들이 부러워할 수도 있고 시기심도 생길 수 있으니까 겸손하게 살아야 되는데 우리나라 분위기는 그게 아니라 막 그걸 자랑을 합니다. 자랑을 하고 내가 잘나서 그런 것처럼 막 남한테도 얘기하고 심지어 그런 걸로 책도 쓰고 그 책을 쓰면 그 책을 또 사 봐요. 사 보면 우리 애에게 적용해 보면 안되죠. 왜냐하면 애가 달라서 안되는 거거든요. 그건 당연한 건데 그걸 또 과장해서까지 이야기 하면서 이런 방법이면 이렇게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 책들을 사 본 분들은 대부분 다 실망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 거 같아요. 그런 책을 보면 아 이건 좀 너무 겸손하지 않다, 이렇게까지 자기를 애를 통해서까지라도 내가 괜찮은 인간이라는 걸 포장하고 싶어하나 이런 생각밖엔 들지 않아요. 내가 정말 잘 키워서 애가 그렇게 된 게 아니거든요. 그 분들에게 다른 아이를 맡기면 전혀 엉뚱하게 키우게 됩니다.

실제 그런 걸 경험한 경우가 있어요. 제가 만났던 분인데 아이를 되게 훌륭하게 키우셨어요. 그런 다음에 자신감이 생겨서 아이를 입양을 했어요. 그 아이도 내가 열심히 잘 키워보겠다고 했는데 입양한 아이하고 너무 상황이 안 좋았습니다. 내가 해왔던 방식으로 하려다보니까 안되고 내가 입양한 아이는 이상하게 키웠다는 말을 들으면 되게 이상하잖아요. 입양하니까 별로 신경을 안 썼다, 자기 아이들은 너무 잘 키웠는데 입양한 아이는 신경 안 써서 애가 엉망이 되었다는 말을 안들으려고 더 막 초조해하고 불안해 하면서 노력을 했는데 결국 그 아이와의 관계는 그것 때문에 더 나빠졌어요. 이 아이가 가진 한계가 있었는데 그 한계를 뛰어넘게 하려고 무리한 노력과 욕심을 가한 결과 아이와의 관계는 더 나빠지고 그 끝에 이제 저를 찾아오게 된 거죠. 부모님이 그전에 가졌던 아이와 이 아이는 상당히 차이가 있고 이 아이는 이 아이에 맞게 키워야 된다고, 그리고 부모님이 잘못해서 이 아이가 이렇게 된 것도 아니라고 이야기 하면서 조금 마음이 편해지고 아이와의 관계가 개선됐는데 그런 경우를 참 많이 봅니다.

큰 아이에게 문제가 많아서 나는 엄마로서 부족한 엄마니까 더 이상 자식은 갖지 않겠다고 했는데 막상 둘째를 낳으니까 둘째와의 관계는 너무 잘 되는 거예요. 아이가 갖고 있는 요소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것을 인정하고 그 인정한 다음에 노력을 해야지 내가 뭐든지 바꿔놓을 수 있다 이런 생각은 지나치게 자만한 생각, 너무 교만한 생각이라는 게 제가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내가 굉장히 힘든 아이를 가졌으면 이왕 가졌으니까 이 현실을 인정하고 이 아이에게 내가 도움이 될 방법은 무엇일까, 이 아이와 내가 같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하고 좀 더 집중해서 그 샹황을 잘 이겨내고 견뎌내려고 노력하면 아이한테 그런 태도, 어려움이 있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그런 성실한 모습, 긍정적인 자세로 삶을 살아가는 그런 모습은 전달이 될 수가 있거든요. 아이를 뭘 가르쳐서 능력을 만들 순 없지만 부모가 삶을 사는 방식 자체는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그만큼 아이에게 많은 걸 부모가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절대로 아이를 내가 어떻게 키워서 애가 훌륭해진다든지 또는 내가 잘못 키워서 애가 나빠졌다든지 이런 생각에 휩싸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별로 그렇게 중요하진 않습니다.

 

– 서천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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