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신은 안녕하신가요? (5) – 제대로 감기 앓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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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팔로 좀 입을 막으라니깟!!” 남편이 재채기를 할 때마다 내 입에서 터져나오는 잔소리다. 캐나다에서 산 지가 18년 째인데도 남편은 재채기를 할 때마다 고개만 다른 쪽으로 돌릴 뿐, 도무지 입을 가리지 않는다. 굳어진 버릇을 바꾸기가 그렇게나 어려운 모양이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마다 손이 아니라 팔 안쪽을 입으로 가리고 해야 한다는 것은 딸들이 어릴 적 이곳에서 유치원에 다닐 때 우리 부부에게 가르친 예절이었다. 며칠 전에도 팔이 아닌 손으로 입을 막고 기침을 하던 사람을 코스트코에서 봤는데, 나도 모르게 내 눈은 그 사람의 손을 좇았다. 바지에 쓰윽 문질러진 손은 카트의 손잡이에 놓여 있다가 클레멘타인이 쌓여 있던 곳에서 바쁘게 움직여 이곳 저곳 수많은 클레멘타인에 바이러스를 묻혀 놓았다. 비위가 상한 나는 서둘러 그곳을 빠져 나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를 공포에 떨게 만든다. 얼마 전에는 런던에도 확진 환자가 나왔다는 뉴스가 나왔고 약국에는 마스크가 동이 났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한다. 다행히도 런던의 확진 환자는 토론토 공항에서 런던 병원으로 이동할 때까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고, 증세가 미약하여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집에서 자가 격리를 한 후 순조롭게 회복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캐나다에도 한국에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망한 사람은 없고 중국 이외에 코로나 바이러스로 환자가 사망한 경우는 현재로서는 필리핀이 유일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캐나다나 미국에서는 해마다 인플루엔자 (흔히들 독감이라고 부르지만, 독감은 독한 감기라는 뜻이 아니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을 의미한다.)로 병원에 입원하거나 사망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병률보다 훨씬 높은데도 인플루엔자의 위험에는 이처럼 공포스러워하지 않는다. 2016년말과 2017년초 겨울, 미국에서는 약 8만명이 인플루엔자와 그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했고, 캐나다에도 동일한 해에 388명이 인플루엔자로 사망했으며, 앞으로도 이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https://www.cbc.ca/news/health/flu-deaths-us-80000-last-winter-1.4839917). 반면에 현재까지 캐나다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환자는 모두 불과 4명이고 미국은 11명이 나왔다. 이같은 어마어마한 숫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과장된 공포는, 동양인에 대한 혐오로 번지고 있어서 안타깝기 짝이 없다. 그들 눈에는 중국인이나 한국인이나 모두 인접한 곳에서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같은 인종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므로, 근거가 부족한 루머로 공포를 조장하는 일이 멈추어지길,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과 치료약이 개발되어 이 사태가 서둘러 진정되길 간절히 바란다.

태어날 때부터 병약하기 짝이 없었던 나는, 아주 어릴적부터 캐나다로 오기 바로 직전까지 두 달이 멀다하고 자주 기침 감기에 걸렸었다. 기침이 한 번 시작되면 얼굴은 빨갛다못해 보라색이 될 지경인데다 심한 기침 때문에 곧 옆구리가 결리고 머릿 속이 텅텅 울렸다.

그런 잦은 기침 감기에도 불구하고, 출근을 하는 일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되어져 약을 먹으면서도 악착같이 아침마다 학교에 갔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지경이 되면, 아이들에게 자습을 시키면서까지 교실을 지켰다. 교무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침 때문에 가루가 되어 날아갈 것 같은데도 무슨 전쟁터의 용사라도 되는 마냥 매일 출근을 했고, 어느 누구도 조퇴를 하라거나 집에서 쉬라는 등의 충고는 일절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자가 격리’라는 상식적인 일은 그 당시 한국에서는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내가 결근을 하면 내가 가르치던 과목과는 상관없는 과목을 담당하는 동료 교사가 대신 내 수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민폐를 끼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내가 들어갔던 모든 교실의 교탁과 교무실 책상에 기침 바이러스를 묻혔고, 열심히 동료 교사와 학생들에게 성실하게 열심히 바이러스를 전파하며 살았던 것이다.

키가 자랄 틈도 없이 감기를 일년 내내 달고 다니던 나는 이곳으로 이민 온 후에는 신기하게도 일년에 한 두번 정도로만 감기를 앓는다. 공기가 좋은 탓도 있겠지만, 아프면 집에서 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곳의 문화와, 기침은 팔 안쪽으로 가리고 하는 거라고 가르치는 교육의 힘과, 손을 자주 씻는 습관, 그리고 무리하게 항생제에 의존하지 않는 의료 시스템 등등의 힘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열흘 전 쯤에도 기침 감기가 찾아왔다. 기침은 밤에 더 심해져 밤마다 잠을 설치고 남편의 고단한 잠을 깨우기가 일쑤여서 결국 한밤중에 베개를 들고 1층 소파에서 잠을 청하기도 했다. 그리고 병원에 전화했다. “I am sorry but I am calling in sick. I will let you know when I can come back to work. Thank you”.

(글쓴이: 김귀정. 한국의 고등학교에서 윤리를 가르치다 2002년 캐나다 런던에 정착. 팬쇼 졸업 후 RPN으로 근무하며 웨스턴 대학으로 진학. 졸업 후 RN으로서 환자를 돌보며 신명나게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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