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찬호 성공회대 초빙교수
<’성장문답’ 프로그램 녹취>
Q: 텔레마케터로 일하는 20대 여성입니다. 반말이나 폭언을 하는 고객을 상대하는 게 너무 힘이 듭니다. 이런 대우를 계속 받다가는 제 자존감을 잃어버릴 거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일단 그런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될 거 같아요. 예를 들어서 누가 나한테 어떤 말을 하냐에 따라서 똑같은 말도 다르게 다가오거든요. 길을 걸어가는데 정말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자기한테 막 삿대질을 하고 욕을 한다 칩시다. 별로 신경 안 쓸 겁니다. 왜? 제정신이 아니니까. 물론 극단적인 겁니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그렇게 아무 이유도 없이 상대방을 괴롭히는 폭언을 퍼붓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제정신이 아닐 수 있거든요. 상대방을 제대로 보자는 거죠. 제대로 보면 그 사람 문제가 있는 거에요. 왜냐면 지금 전혀 모르는 사람한테 그렇게 욕을 한다거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거는 문제가 있는 거죠. 병든 사람입니다. 그렇게 바라보면 상대방은 참 지금 아프구나. 그런 측은지심을 갖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하나 듭니다. 그러면 내가 좀 덜 힘들어지죠. ‘저 사람이 먼저 괴로운 거다. 나한테 그렇게 하는 걸 보면.’ 이렇게 생각을 바꾸면 일단 그 상황에서 내 마음의 괴로움이 좀 줄어들 것 같고요.
그 다음에 두번 째는 함께 힘든 동료들 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게 필요할 거 같아요. 텔레마케터의 경우에는 거의 비슷하게 고충을 안고 있을 겁니다. 그분들끼리 정말 하소연 하더라도 똑같은 내용의 반복이라 할지라도 좀 토로할 수 있는 그런 시간과 장을 많이 갖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경험을 공유한다는 건요, 정서적으로 서로를 지지해 줄 수 있는 효과가 있고 두번 째는 다 똑같이 당하진 않을 거라구요. 조금씩 대응하는 방식이 있고 이런 경우에 이렇게 해 보니까 뭔가 달라지더라 그런 지혜들을 모아갈 수 있다. 완벽한 답은 없을 거구요. 서로가 조금씩 그렇게 여러 사례들을 모아가고 배우다 보면 조금씩 상상력이 생길 거란 생각이 들어요. 어떤 것에 자기가 접했을 때 그게 다라고 생각하면 못 빠져나오거든요. 다양한 것들을 자기가 머릿속에 이미 갖고 있거나 경험을 했다거나 상상력을 가지고 더 넓은 시야에서 바라볼 수 있다면 좀 여유롭게 이걸 먼 시선에서 바라볼 수가 있는 거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뭔가 시스템이 바뀌어야 되는 거죠. 이미 이것은 일부 회사에서 시행이 되고 있고 외국의 경우에는 굉장히 확실하게 자리잡아 가는 거 같은데요. 뭐냐하면 그런 감정 노동자들이 너무 어느 한계 이상으로 힘든 상황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그런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건 회사차원에서 뭔가 매뉴얼 같은 게 필요합니다. 어떤 고객에 대해서 이렇게 경고의 문구를 주고 계속 그렇게 나가시면 전화가 끊깁니다라든지 그런 말들이 나가게 되고 결국 끊을 수 있게 되고 이런게 돼 있으면 좀 안심하고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 것이 갖춰지려면 회사 내에서 그런 의견들이 좀 토로가 되고 서로 함께 합의를 해 가면서 이런 장치들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지금 고충을 털어놓으신 분께서 자기가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권리 이것을 확실하게 자각을 하고 단지 내가 돈을 받기 때문에 모든 걸 다 감내해야 된다 이 생각에서 벗어난다면 당당하게 그러면서도 정중하게 자기의 지금 겪는 어려움을 드러내고 그걸 합리적으로 바꿔갈 수 있는 그런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정노동자들은 특히 감정을 많이 쓰거든요. 계속 깍여 나가는 거예요. 그렇다면 뭔가 자기 안에 정서적 에너지 자양분을 충분하게 비축해두고 있어야 되는 거죠. 그러니까 일하지 않는 시간에 자기 마음을 돌보는 그런 작업들을 꾸준하게 해야 된다. 구체적으로 좀 그냥 잠만 자는 게 아니고 술만 먹는 게 아니고 일단 운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스피노자가 그런 말 했거든요. 육체의 능동이 영혼의 능동과 평행한다. 그런 멋있는 말을 했거든요. 몸이 이렇게 좀 기운이 있어야지 마음도 버틸 수가 있어요. 회복탄력성도 거기서 오는 거구요. 그렇게 몸을 쓰고 햇볕을 쬐면서 좀 산책하고 음악을 듣고 마음이 맞는 사람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면서 위로도 받고 이렇게 해서 좀 계속 채워가는 작업을 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탈진 소진되는 게 계속 된단 말이죠. 그런 걸 방치한 채로 또 그런 업무에 시달리고 하면 이게 감당할 수가 없죠. 그러니까 감정이 두껍고 깊어야지 뭐가 들어와도 완충을 해낼 수 있는데 얄팍하면 그냥 거기에 맞받어치거나 아니면 자기가 짓눌려 버리거나 이렇게 되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우리가 좀 더 강하면서도 부드러워질 수 있을까 요게 지금 우리가 21세기에 사는데 마음의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