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다른 장기들과 마찬가지로, 심장에도 혈액과 영양성분을 전달하고, 산소를 공급해주는 동맥들이 심장을 둘러싸고있다. 이러한 혈관들이 동맥경화로 좁아지거나 (협심증) 완전히 막히게 되면 (심근경색), 심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결국 심장이 멎게 되거나, 심장 박동에 이상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심혈관 질환은 주로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기도 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식생활, 흡연, 운동부족, 스트레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의 다양한 요인들이나 유전적인 요소에 의해 비교적 젊은 사람들에게도 나타날 수가 있다. 안타까운 것은,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으로 진행되기 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전조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50대 초반의 마이클은 비교적 건강한 편에 속했는데, 그 주말 내내 소화가 잘 되지 않았다. 그 탓인지 평소와 다르게 몹시 피곤하다고 생각했지만, 누적된 피로 탓으로만 생각했다. 월요일 아침에도 체한 것처럼 가슴까지 답답했으나 소화제만 챙겨 먹고 평소와 다름없이 그냥 출근했다. 걱정할까봐 와이프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회사에서 물건을 옮기는 일을 하던 도중, 마이클은 때때로 가슴 통증을 느꼈고, 그 와중에 아침에 먹었던 식사까지 잘 소화되지 못했던 모양인지 속이 울렁거려 화장실에서 그 전날 저녁에 먹은 것까지 다 게워냈다. 결국 일하던 도중 심한 가슴 통증이 찾아왔고 식은땀을 흘리며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주변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 한명이 마이클을 발견해 심폐 소생술을 시도했다.
응급 스텐트 (#1) 시술을 받은 마이클은 중환자실에서 여러날을 보내고 드디어 일반 심장내과 입원실로 옮겨졌다. 마이클은 몹시 허약해져서 혼자서는 제대로 서 있지를 못했다. 게다가 심장이 멎었을 당시의 산소 결핍증으로 사고력과 기억에 장애가 생겨 편집증적인 증세까지 보이고 있었다. 자신이 걸을 수 없는 상태라는 것도 자주 잊은 채, 도움 없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가 아슬아슬하게 주저 앉아 버리기도 해서 간호사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마이클 자신이 납치되었다고 생각하며 의사들과 간호사들을 몹시 경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이 있는 곳에서 탈출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 날 밤, 내가 마이클을 체크하기 위해 병실에 들어섰을 때, 마이클이 정맥 주사를 제거해 버려 침대가 피로 얼룩져 있었고. 영양공급을 위해 콧속으로부터 위까지 삽입 된 feeding tube까지 다 뽑아 놓은 상태라 바닥으로 영양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집으로 가야한다며 소리쳤다. 여러명의 간호사가 함께 마이클의 가운을 갈아 입히고 씻긴 후, 정맥 주사와 튜브를 재삽입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마이클이 침대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고정장치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마이클, 우리가 이제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어 정말 미안해요. 당신은 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고, 혼자 침대에서 나와 걷는 것은 아주 위험해요. 당신이 침대에서 떨어지거나 넘어지면 더 크게 다칠 수 있어요. 우리는 당신을 돌보는 간호사들입니다. 당신 와이프 린다에게 전화해서 급히 오라고 할게요.”
“하하하…그래, 여지껏 살면서 들은 말 중 가장 웃기는 말이군요. 나는 당신들이 어떤 인간들인지 알아요. 내 와이프까지 위험에 처하게 할 수는 없어. 나를 집으로 보내줘! 당장 경찰에 연락해! H-e-l-p!! H-e-l-p!!
연락을 받은 린다가 급히 병원으로 왔고, 린다는 마이클에게 지난 며칠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설명하며 마이클을 안정시켰다. 린다는우리에게 미안하다고 몇 번이나 사과했고 마이클이 잠든 것을 확인한 후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런 일이 또 생기면 언제라도 알려줄 것을 당부했다.
자정이 다 되어 간호사들이 데스크에 모여 리포트를 주고 받고 있을 때 전화한 통이 걸려왔다. 안내데스크였다.
“혹시 그곳에 마이클이라는 환자가 있나요?”
“네, 맞아요. 무슨 일이죠?”
“마이클이 911에 전화했나봐요. 자신이 납치된 후 감금되어 있다면서 경찰을 불러달라고요. 하핫. 고생이 많으시네요.”
잠에서 깨어난 마이클이 병실에 비치된 전화기를 사용했던 모양이었다. 웃프다는 표현은 이럴때 사용하는게 적절하지 않을까?
그로부터 일주일여가 지난 후, 마이클이 보행기에 의존해 혼자 복도를 걷고 있는 것을 보았다.
“와~~ 마이클씨, 이렇게까지 회복이 빠를 줄이야! 저 기억하시겠어요?”
“미안하지만 기억을 못해요.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린다가 말해주었어요. 혹시 내가 실수를 했거나 못할 짓을 했다면 용서를 바랍니다.”
“어휴, 무슨 말씀을요. 많이 나아져서 이렇게 걷는 모습을 보니 제가 너무 기쁩니다. 재활 열심히 하시고 곧 퇴원하시길 바래요”
마이클은 악몽에서 서서히 깨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젊고 건강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회복이 빨랐다. 심장이 멎어 죽음의 문턱을 넘었던 그에게 새로운 삶이 주어졌으니, 더 소중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임을 믿어마지 않는다.
(참고) 스텐트 (stent): 좁아진 혈관속의 혈액 공급이 원활히 되도록 하고 혈관 내경을 넓히기 위해 삽입되는 금속으로 된 그물망
(글쓴이: 김귀정. 한국의 고등학교에서 윤리를 가르치다 2002년 캐나다 런던에 정착. 팬쇼 졸업 후 RPN으로 일하며 웨스턴 대학으로 진학. 졸업 후 RN으로서 환자를 돌보며 신명나게 살고 있음. 글의 내용은 글쓴이의 경험을 토대로 각색되었으므로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