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신은 안녕하신가요? (11) – 이식형 심장 충격기 (ICD)와 성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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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정) 73세의 제프는 저녁 식사 후 티비를 보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와이프 라일라는 황급히 구급차를 부른 후, 남편에게 심폐 소생술을 시작했다. 곧이어 911 대원들이 도착했고, 그들이 제프에게 자동심장충격기와 심폐 소생술을 번갈아 실시한 지 15분 쯤 후 제프의 의식이 돌아왔다.

입원 후 심혈관조영술 (Angiogram)을 실행했지만 제프의 심장동맥들은 심한 동백경화가 진행되지 않아 건강한 편이었다. 심장동맥의 혈액순환이 원활하므로 심장 근육으로의 혈액과 산소 공급에는 별 이상이 없어 보였던 것이다.

제프의 경우처럼 심장박동 이상의 원인이 심혈관 질환이 아닌 것으로 판명될 경우, 의사들은 이식형 심장 충격기(Implantable Cardioverter Defibrillator, 줄여서ICD라고 부른다) 시술을 제안한다. ICD는 주로 왼쪽 쇄골 밑의 피부 바로 아래에 이식되는 기계인데, 이 기계가 환자의 심장 리듬을 스스로 관찰한다. ICD는 또한 페이스메이커 (Pacemaker) 역할을 할 수 있어서 심장박동이 너무 느릴 때에는 좀 더 빠르게 뛸 수 있도록 심장을 자극하고, 심장박동이 위험할 정도로 빠를 때에는 전기 자극을 통해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그 속도 조절 기능이 성공하지 못할 때에, ICD가 심장 근육에 스스로 전기 충격을 가하게 된다. 그 전기충격은 심장박동을 초기화하여 정상 속도로 회복시키는 기능을 한다.

심장과 의료팀은 전기 심장 충격기를 이식하는 수술을 제안했는데, 노부부는 그 수술에 동의했다. 만일 제프의 심장이 멎는 일이 또 발생한다면, 이식한 심장 충격기가 제프를 또 다시 살려내는 기적을 행할 것이다.

제프가 쓰러진 후 의식을 되찾기까지의 약 20분정도의 다운타임 때문에 제프의 단기 기억력은 현저하게 떨어져 있었다. 이런 제프를 위해 한 시간이나 걸리는 운전도 마다 않고, 라일라는 매일 아침 일찍 병원으로 출근하다시피 했다. 그리고 제프가 저녁 식사를 마칠 때까지 하루종일 제프와 병원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런 라일라에게서는 피곤한 기색조차 찾아 볼 수가 없었기에 우리 모두는 그의 넘치는 에너지와 정성에 감동하고 있었다.

심장과 의료팀들이 회진을 마치고 떠난 후, 나는 다시 한 번 심장 충격기 이식에 대해 제프와 라일리에게 반복 설명을 했다. 제프의 손을 잡고 주의 깊게 듣던 라일라가 물었다. “수술 후 주의할 점은 없을까요?” 나는 감염방지를 위한 수술부위를 잘 관리할 것, 무거운 물건을 들지 말 것과 수술 부위의 팔을 어깨 높이 이상으로 들어 올리지 말 것 등을 설명했다. 라일라가 덧붙였다. “섹스는 해도 될까요? 설마 그것을 금지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요?”

생각지도 못한 라일라의 질문에 나는 순간 적잖이 당황했다. 나는 말을 더듬으며 아주 훌륭한 질문이지만 내일 회진 때 팀에게 직접 물어보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라일라가 말했다. “그래야겠네요. 잊지 말고 꼭 물어봐야지. 섹스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거든요.”

실제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아래 보고서 참고), 이식형 심장충격기 시술을 받은 환자들보다는 그 환자들의 파트너들이 섹스 도중 심장충격기가 작동을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더 많이 갖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 이식형 심장충격기 시술 부위가 완전히 아물고, 심장충격기의 전극선이 제 위치로부터 이탈할 염려가 없어지는 때가 오면, 굳이 성생활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 또한 대체로 수술 후 석달 정도가 지나면, 환자와 파트너들의 이런 걱정들은 현저히 줄어든다고 한다. 그리고 계단으로 2층 정도의 높이를 오를 수 있는 정도의 체력으로 회복된다면, 이식형 심장 충격기 시술을 받은 환자들의 성생활은 제한될 필요가 없다고 이 보고서는 충고한다.
(참고: WebMD.com 아티클 “Sex Is Safe for Heart Patients With a Defibrillator” By Dennis Thompson)

라일리가 그 다음날 심장과 팀에게 그 질문을 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렇지만 어쩐지 제프와 라일리 부부는 퇴원 후에도 건강한 성생활을 유지하면서 알콩달콩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이 지루한 코로나 팬데믹조차 그들을 감히 방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믿으며!

(위의 글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색하였으므로 등장인물들에 대한 정보는 사실과 다릅니다.)

(글쓴이: 김귀정. 한국의 고등학교에서 윤리를 가르치다 2002년 캐나다 런던에 정착. 팬쇼와 웨스턴 졸업 후 RPN을 거쳐 현재 RN으로서 환자를 돌보며 신명나게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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