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도 총리, 조기총선에서 승리…여전히 소수당 정부로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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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총선에서 집권 자유당이 승리해 트루도 총리가 집권 3기를 열었다. 그러나 자유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해, 조기 총선을 치른 의미가 퇴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호재’를 이용해 과반 의석을 확보하려 했으나, 선거 막판 민심을 잃으면서 ‘소수정부’ 상황을 벗어나는 데 실패한 것이다.

20일 치러진 제44대 총선에서 집권 자유당은 하원 전체 338개 의석 중 158개 의석을 획득해, 119석을 얻은 보수당을 이겼다. 자유당은 2019년 총선 때와 비슷했다.

두 당에 이어 블록퀘벡당이 34석, NDP가 25석, 녹색당이 2석을 얻었다.
트루도 총리는 이날 “여러분은 캐나다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우리에게 다시 일할 명백한 권한을 줬다”고 말했다.

트루도 총리가 승리를 선언했지만, 패배에 더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기를 2년이나 남긴 트뤼도 총리가 의회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하원을 해산하고 지난달 8월 15일 조기 총선을 감행했지만, 결과적으로 2019년보다 1석 정도 늘리는 데 그쳤으며 과반에는 12석이나 부족해 또다시 ‘소수정부’의 길을 걷게 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4차 확산이 한창이어서 이번 선거는 불필요하며 코로나19 상황을 이용한다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굴하지 않았다. 몬트리올 맥길대 정치학 교수인 다니엘 벨런드는 “트뤼도는 다수를 얻기 위한 도박에서 졌다”며 “씁쓸한 승리”라고 평가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트루도 총리의 실패는 코로나19 ‘호재’를 과신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그가 조기 총선을 추진한 이면에는 코로나19의 성공적 대응에 따른 지지율 상승 현상이 있었다. 특히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현금성 지원은 트루도 총리의 지지율을 높였다. 보수당 등 야당은 정부가 현금성 지원으로 민심을 잡는 시점에 조기 총선을 추진하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성토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9월에 접어들며 트루도 총리의 기대는 현실과 멀어졌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심화되면서 조기 총선이 낭비에 가깝다는 유권자들의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제 회복 속도가 느려지고, 아이들의 학교 복귀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진 것도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선 부동산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도 부정적 요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경제 회복을 위해 자유당 정부의 재집권을 허용하되 과반 다수 의석은 유보하는 냉정한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했다. 선거 기간 여야는 주택난과 기후변화, 보육 정책 등을 놓고 공방을 거듭했으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았다.

정계에서는 트루도 총리가 이번 선거의 실패로 인해 리더십에 대한 도전에 직면할 수 있으며, 정계 재편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야당은 트뤼도 총리의 실책을 한층 더 강조하고 있다.

에린 오툴 보수당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이번 선거는 공중보건 위기로 드러난 ‘더 나쁜’ 분열을 심화시켰다”며 팬데믹의 한복판에 조기 선거를 치르게 한 트뤼도 총리를 다시 한번 비난했다.

한편, 한인 최초로 캐나다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던 보수당 넬리 신(한국명 신윤주) 의원은 재선에 실패했다.

2019년 한인 첫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됐던 그는 한인 1.5세로 알려졌다. 그의 하원의원 당선 이전 캐나다 연방 의회에 진출했던 한인은 연아 마틴(한국명 김연아) 상원의원이 유일했다.

그는 5살 때인 1977년 부모를 따라 캐나다로 이주해 토론토 음대 작곡과에 입학, 교육학을 복수전공했으며 졸업 후 고등학교에서 음악 및 영어 교사로 재직했고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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