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투브 ’성장문답’ 받아적었습니다>
Q: 책을 읽어야 할거 같아 사긴 하는데 읽진 않아요. 읽지는 않고 쌓여만 가는 책 어떡하면 좋나요?ㅠㅠ
A: 만약에 지금 현재 읽기 위해서 사 놓은 책이 침대 옆에 빼곡히 쌓여있고 그걸 보면서 고민하고 있다면. 이걸 꼭 읽어야 되는 건가? 언제 읽을 수 있을 것인가? 만약에 이미 그렇게 쌓여져 있고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냥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차피 그거는 내 마음의 짐일 뿐이지 어쨌든 더 이상 읽기 힘든 책이 돼버린 거거든요.
책을 무조건 읽어야 된다, 인간으로 성숙하기 위해서는 책이라는 걸 읽어야 되는 과정이 필요한 거다 라는 생각을 우리가 일반적으로 많이 하고 있는 거 같아요.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 볼 수도 있거든요. 다음과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아 내가 오늘 어떤 고전 음악을 제대로 못 들었는데 왜 이렇게 안타깝지 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여러가지 회화들을 더 봤어야 되는데 그러지 못했다, 혹은 체육활동을 했어야 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런 고민을 하지 않거든요. 반면에 이제 책을 읽는 거는 꼭 자신의 성장과 연결돼 있다라는 어떤 강박관념이 있는 거 같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이다. 인간이 책을 읽기 시작하고 인류 역사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인간이 책을 읽고 책으로부터 정보를 굉장히 빠르게 습득하는 거는 그렇게 긴 역사를 갖고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책이라는 것이 보편적으로 읽혀지게 된 거는 활자 인쇄술의 발명이나 아니면 근현대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거든요. 그런 일이 있기 이전의 인간들은 그럼 미숙했는가? 그렇지 않았어요. 도덕적이었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친절했고 삶의 의미에 대해서 더 깊게 생각할 수 있었거든요.
책이 꼭 성장이나 아니면 인격의 도야와 연결돼 있는 건 아닌 거 같습니다. 다만 사회적으로 자꾸 책을 읽게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거는 그걸 빼놓고 얘기할 순 없을 것 같아요. 근현대 사회가 되고 하나의 개인이 하나의 사회의 발전을 위한 기계 부품이 됐다라는 것과 뗴어 놓고는 생각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하나의 개인이 전문적 지식을 갖고서 계속해서 생산 활동을 계속 해낼 수 있어야지 사회가 유지된다는 그 담론 때문에 개인들이 그러한 책들을 읽음으로써 정보를 빠르게 습득해야 된다 그런 강박관념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고 만약에 나의 인격의 도야나 아니면 인간으로서 책을 읽어야 된다라고 생각이 든다면 편안한 마음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것부터 하면 될 거 같아요. 영화를 보거나 체육활동을 하거나 푹 쉬거나 여행을 하거나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자신의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완성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고 책은 여러가지 방법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책이 진리의 길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책을 많이 읽고 그래야지만 성숙한 인간이 된다라고 깊이 믿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사실 대학생 때였습니다. 그러다가 이제 저희 누나를 만났는데 저희 누나는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었어요. 회사원 생활을 4~5년 하고 있을 때였는데 누나가 저한테 와서 고민 상담을 하는 거죠.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인간관계 때문에 너무 힘들다. 그게 걱정이다. 제가 뭐라고 충고해 줬냐 하면 누나가 인간관계 때문에 힘든 이유는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문학을 읽으면 현실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시각에서 사회 전체를 조망할 수 있으니까 인간관계라는 것이 하찮고 관계 그 이면에 있는 것들을 보게 되는데 누나가 책을 읽지 않으니까 그 지엽적인 것에 얽매여 있는 거다라고 충고해 준적이 있었는데 누나가 너무 착했어요. 그래서 제게 뭐라고 얘기하냐 하면 책을 읽고 싶은데 책 읽을 시간이 없다. 그래서 제가 야단을 쳤습니다. 핑계다. 왔다갔다 하면서 지하철 안에서 읽을 수도 있고 자기 전에 잠깐 30분 볼 수도 있고 나는 걸어다니면서 보기도 한다. 그런데 누나가 한번 열심히 해 보겠다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이제 사회 활동을 한 10년 정도 하면서 고백하자면 정말 책을 한 권도 못 읽었습니다. 왜냐하면 사실 그거였던 거죠.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리고 내가 해야 될 일들이 막 쌓여 있는데 그걸 하루 종일 하고 나면 퇴근하긴 하죠. 근데 쉬고 싶습니다. 다시 용기를 내가지고 책을 또 읽고 그럴 수 있는 여유가 안 생겨요. 다 소진된 상태에서 멍하니 이제 생각 안 하고 TV보고 싶은데 누구의 마음이나 다 같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돌이켜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누나한테 못할 소리를 했구나. 내가 사회 생활을 하면서 사회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를 모르면서 그 책이라는 작은 울타리에 갇혀 가지고 세상 전체를 재단하려고 했었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러면서 깨닫게 됐어요. 뭘 알게 됐냐 하면 회사 생활하면서 인간 관계 속에서 아니면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배운 것들이 너무 많았던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인문학이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으로만 인문학이 구성되는 것이거나 삶으로만 인문학이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 전체는 반반인 거 같아요. 책 반, 현실의 삶 반. 그거에서부터 인문학과 개인의 성장이 발생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