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오마이뉴스. 기사원문보기)
2차 세계대전 이래 유럽 역사상 가장 빠르게 난민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7일 UN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단 12일 만에 고국을 떠난 우크라이나인의 수가 200만 명을 넘어섰다.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수백만 명이 자국 내에서 살던 곳을 등졌고, 민간인 부상자와 사망자가 각각 최소 800명, 406명 이상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수치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를 향한 세계 각국의 지지와 지원이 계속되는 가운데, 70여 년 전 전쟁의 고통을 겪었던 한국 국민들도 기부를 하고 지지의 마음을 표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의 지원뿐 아니라 연예인과 시민들의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또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캐나다 수상 저스틴 트루도는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캐나다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분명히 말한다… 러시아, 심각한 결과 뒤따를 것이다”
▲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지난 4일(현지시각) 토론토에서 우크라이나 공동체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 |
ⓒ AP=연합뉴스 |
“캐나다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무모한 공격을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 캐나다는 정의를 옹호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강경한 조처를 취하고 있다. 분명히 말한다. 러시아의 행동에는 심각한 결과가 뒤따를 것이다. 동맹국들과 더불어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자주권, 영토 보존, 독립 그리고 더 나아가 전세계의 민주주의 원칙, 자유, 인권을 지지하는 단호한 조처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지난 2월 27일 이후로 1000만 달러 가량의 군사장비 지원을 해오고 있는데 거기엔 방탄조끼, 방탄복, 방독면, 헬멧 같은 비살상 군사장비와 함께 무기도 포함된다. 지난 3월 1일에는 대피소, 물, 위생시설, 음식 같은 필수 인명구조 서비스, 응급 의료 서비스(트라우마 치료 포함), 난민 지원 등을 위해 추가로 1억 달러의 인도적 지원도 약속한 상태다.
이밖에 우크라이나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현재까지 6억2000만 달러의 대출을 제공했으며, 러시아에는 금융제재를 가함과 동시에 러시아 소유의 선박과 어선에 대해서는 캐나다 항구 및 내수 진입을 금하고 있다.
캐나다의 지원
캐나다는 본래 관대한 난민정책을 펴오기도 했다. 캐나다는 국내 우크라이나인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나라다. 이에 캐나다 이민 난민부에서는 임시 혹은 영구적으로 캐나다에 오기를 희망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해 새로운 이민 정책을 도입했다. 캐나다 이민 난민부 장관은 우크라이나인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겠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이 민주주의 이상을 수호하며 보여준 용기는 감명 깊었다. 우크라이나인들이 푸틴의 끔찍한 침략전쟁에 대항해 스스로를 방어하는 동안, 우리는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피신한 이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할 것이다. 캐나다인들은 우크라이나인들이 필요로 할 때 그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이다.”
수신자 부담으로 캐나다 이민을 문의할 수 있는 서비스 라인이 개설됐고, 이메일로 문의할 경우 ‘Ukraine2022’라는 키워드를 붙이면 우선처리 대상이 된다. 우크라이나인이라면 누구나 캐나다로 ‘긴급 여행’ 승인 신청을 할 수 있으며 인원제한은 없다. 일반적인 비자 발급 요건이 면제되고, 범죄기록 조회와 검색절차도 보류되며, 체류 기간은 최소 2년 이상 연장될 수 있다.
캐나다 시민이나 영주권자의 직계가족으로서 유효한 여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들에게는 긴급 편도여행 서류가 발급된다. 그리고 현재 캐나다에 체류중인 우크라이나인의 체류나 취업 혹은 학업 비자는 우선적으로 처리해 기간을 연장해준다. 캐나다 여권, 시민권 증서, 방문이나 취업 혹은 학업 비자 등 여행과 이민 서류에 대한 수수료도 면제된다.
캐나다에서 새 삶을 시작하고자 하는, 캐나다 시민과 영주권자의 직계가족이나 친척들을 위해서는 영구 거주를 위한 ‘특별 가족 재결합 후원’ 프로그램을 곧 시행할 예정이다. 상기한 방법들을 통해 캐나다에 오는 모든 우크라이나인들은 취업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캐나다-우크라이나 재단, 캐네디언 레드 크로스, 월드비전 캐나다, 글로벌기빙, 유니세프 캐나다, 세이브더칠드런과 같이 음식, 의약품, 위생용품, 피난처, 정신 상담 등 각종 도움을 제공하는 지원 단체들도 시민들의 기부를 지속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향한 시민들의 연대
▲ 지난 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캐나다 몬트리올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 |
ⓒ AP=연합뉴스 |
우크라이나를 향한 지원은 정부나 단체를 통해서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캐나다 시민들은 곳곳에서 우크라이나에 연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캘거리에서 열린 한 집회에 참석한 시장 죠티 곤덱은 이렇게 연설했다.
“세상은 부서지기 쉽다. 우리는 정의를 위한 결속과 항쟁을 계속해야 한다. 어느 곳에서 일어난 일이든 야만적인 일에 직면하고서, 그저 가만히 앉아 구경만 할 수는 없다.”
한편, 수천 명의 캐나다인들이 계획에도 없는 여행을 위해 전쟁 지역인 우크라이나의 숙소를 예약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들의 ‘노쇼(No Show)’는 누구에게도 비난 받지 않는다. 포위된 이들을 위한 직접적 재정지원의 방편으로 떠올린 것이 바로 숙소 예약이기 때문이다. 숙소를 예약한 이들 중 하나인 앤드류는 C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며, 이것은 전세계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알려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의 CEO 브라이언 체스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숙소 예약은 3월 2~3일 이틀 동안에만 무려 6만1000건에 달했고, 그중 약 3000건은 캐나다인들에 의한 것이었다. 어려움에 처한 숙소 주인들에게 주어진 돈은 190만 달러였다.
잘못된 예약이라고 생각해 환불해주려던 주인도 예약한 이의 의도를 알고는 고마움을 전했다. 최근 숙소를 예약한 미쉘은 CBC에 숙소 주인의 답장을 공개했다. “당신의 지지에 너무나 감사드린다.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다. 저와 제 가족과 모든 우크라이나인들이 감사를 전한다.” 체스키의 말처럼 “공동체에게서 나온 멋들어진 생각”이었다.
요즘 하루에 몇 시간씩을 전화 통화로 보내고 있는 사람도 있다. 캐나다 B.C.주의 한 여행 가이드 이야기다. 그는 30년 동안 캐나다의 우크라이나인들이 가문의 가계를 추적하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우크라이나의 친척들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왔다. 그리고 러시아의 침공 이후에는 자신의 연줄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가족들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는 일을 돕고 있다.
우크라이나 혈통을 지닌 사람들이 특히나 많이 살고 있는 캐나다 알버타주는 최근 우크라이나에 10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캘거리 지역 사업체들과 개인들에 의해 모아진 구호 물품은 폴란드로 향하는 비행기를 가득 채웠고, 폴란드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전해질 것이다. 커뮤니티 센터도 각종 구호품들로 채워지고 있다.
▲ 지난 5일(현지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 우크라이나정교회 대성당 홀에서 자원봉사자가 구호물품으로 기부돈 온가지들을 정리하고 있다. | |
ⓒ AP=연합뉴스 |
<글로벌뉴스>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수익금을 기부하고 있는 지역 사업체들을 소개했는데, 각자 사업의 특성을 살린 아이디어와 다양한 이벤트들이 눈길을 끈다. 콘페티 스위트라는 제과점은 우크라이나 국기의 색깔인 파란색과 노란색 스프링클을 뿌린 쿠키를 팔아 수익금 전액을 ‘캐나다-우크라이나 재단’에 전달하고 있다. 갤러리 레드 스패로우는 우크라이나의 국화인 해바라기 그림의 판매 수익 절반을 재단에 전했다.
러시아산 주류 판매를 금하는 주류판매업체가 점점 늘고 있는 가운데, 한센이라는 이름의 주류공장은 러시아산 주류를 대신해 지역산 보드카의 판매 증가를 보게 됐다. 이에 판매가 증가한 술 한 병당 5달러를 ‘캐네디언 레드 크로스’에 기부하고 있다.
유럽 식료품을 판매하는 한 마트 계산대에는 QR코드가 있어서 스캔하면 기부 재단 웹사이트로 자동 연결된다. 타투 아티스트 자잔은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문양을 새겨준 뒤 수익금의 80%를 ‘캐네디언 레드 크로스’에 전달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물건을 판매하거나 이벤트를 열어 판매 수익금의 전액 혹은 일부를 기부하는 지역 사업체들은 이외에도 많다.
수많은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우크라이나를 향한 위로와 지지를 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노란색 조명이 지금 세계 곳곳의 건축물들을 밝히고 있다. 캐나다의 돔과 박물관과 다리도, 한국의 시청과 서울 도서관과 양화대교도 파랗게 노랗게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