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모처럼 하루 휴가를 냈다. 마침 방학이고 애들이 집에 득실거리던 터라 의기투합해서 당일치기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목적지는 ‘African Lion Safari’. 런던에서 1시간 정도 거리라서 당일치기로 부담 없을 거라 생각했다. 9시 출발해서 오후 3시에는 돌아올 계획으로 아침부터 서둘렀다. Gr.11 올라가는 큰 애는 이제 이런 종류의 나들이에는 흥미가 없는지 따라 나서지를 않는다. 아쉬웠지만 그냥 그 분의 뜻을 존중해주기로 하고 나머지 네명만 가벼운 행장으로 출발했다.
사파리 티켓을 CostCo에서 사면 각자 5불 정도 할인해서 살 수 있기 때문에 아내는 애써 거기를 둘러가기를 원했다. 귀찮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었다. 늘 그렇듯 막상 집을 나서는 시간도 늦어졌지만 Wonderland 길 공사 때문에 차가 한참이나 밀렸다. CostCo에서 티켓과 함께 과일 좀 사고 점심으로 핫도그를 여러 개 샀다. 이래 저래 경비는 많이 아낄 수 있었지만 막상 목적지로 출발하려니 11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3시까지 돌아오기는 글렀지만 이렇게 늦어졌는데도 큰 무리없이 다녀올 만큼 가깝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미리 계획을 세워서 전날 준비했다면 더 좋았을 뻔했다. 그래도 계획 없이 즉흥으로 떠나는 나들이 길도 나름 신나기는 마찬가지였다.
네비게이션 도움으로 12시 반쯤 도착했다. 먼저 투어버스로 사파리 지역(game reserves)을 돌았다. 자기 차로 들어가도 되고 또 무료였지만 아무래도 차에 스크래치나는 것이 걱정스러워서 과감하게 인당 5불씩 투자해서 버스를 탔다. 15분 간격으로 버스 두 대가 동시에 출발하고 있었는데 방학이었지만 널널해서 어느 쪽에 앉아도 양쪽 시야가 다 넓었다. 사자, 타조, 기린, 원숭이, 코뿔소, 사슴, 얼룩말 등등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는데 다들 여름이라 그런지 아니면 길들여져서 그런지 얌전했다.
그러고 보니 자기 차로 들어와도 좋을 뻔 했다. 둘러보니 자기 차를 몰고 들어오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가장 걱정스러웠던 원숭이 놈들은 차 지붕 위에 올라타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코뿔소는 귀찮은지 지나가는 차들에는 관심도 없었고 나머지 짐승들은 더운지 늘어져 자고 있었다. 그래도 오랜 만의 나들이에 신기한 야생동물들을 보니 더운 여름이었지만 어른들도 아이들도 모두 마음이 신선해졌다.
밖에서는 세네 군데에서 새(birds) 쑈 두 개와 코끼리 쑈가 있었는데, 30분 간격으로 하나씩 차례차례 구경하니 중간중간에 기다리지 않아서 좋았다. 특히 코끼리 쇼를 보고서 밖으로 나가니 $10을 주면 코끼리 등에 타고 느릿느릿 한바퀴를 돌 수 있었는데 아이들에게는 그날의 하일라이트였다. 현금이 없어서 아이들의 원망을 살 뻔 했지만 다행히 신기하게도 카드결제가 되었다.
물놀이 장소도 좋았다. 입구가 화장실, 샤워실,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곳이 함께 있어 편리했다. 런던의 기본스 파크나 해리스 파크에 있는 물놀이 장소보다 훨씬 다채롭고 넓어서 처음에는 돈을 받고 입장해야 하나 생각할 정도였다. 올 때 아이들 수영복과 여벌 옷을 챙겨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내가 다 챙겼지만…
집으로 돌아올 때 쯤에는 세렝기티의 야수들이 마치 집고양이 를 보는 것처럼 친근게 느껴졌다.
올 때는 그 지역에서 도로공사를 하는 바람에 길이 막혀 돌아가느라 좀 헤맸지만 오히려 뜻밖에도 아름다운 드라이브 길에 접어들었다. 계획하지 않은 여행에서 받는 기대 밖의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