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자녀 공부로 걱정하는 당신이 반드시 들어야 할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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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교육평론가>

Q: 이번에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그동안은 아이를 생각해서 공부보다 예체능 관련 학원에만 보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학교에 입학시키고 나니 좀 불안합니다. 이제 공부로 경쟁하게 될 텐데 뒤처지지 않을까 두렵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저희 집에 첫째가 올해 중학교 들어가고요, 둘째가 5학년 되고 세째가 2학년 되고 네째가 7살이 됐어요. 유치원에 다니죠. 저는 대입 전문가로 유명했던 사람인데 요즘은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너무나 잘 이해하게 됐는데요, 요즘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엄마들이 굉장히 공포심을 가지게 돼요. 일단 수학이 옛날 수학하고 많이 바뀌어 가지고 최근에 스토리텔링 수학이란 걸 하거든요. 근데 스토리텔링 수학의 취지는 되게 좋아요. 아이들이 수학적인 개념이나 이런 것들을 다양한 활동과 경험 속에서 익히게 하자는 건데요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그렇게 많이 합니다. 예를들어 카드에 숫자를 써가지고 그걸 가지고 놀이를 하죠. 걔네들은 스토리텔링 수학을 활동(activity, 놀이) 수준에서 하고 그걸로 끝내요. 혹시 평가를 한다 해도 아이들이 게임이라는 활동을 잘 하고 있나 선생님이 옆에서 보면서 평가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스토리텔링 수학을 어떻게 만들어 놨냐하면 이걸 모두 문자로 된 문제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저희 세째가 작년에 초등학교 1학년으로서 스토리텔링 수학을 경험을 했는데 교과서에 나오는 문제가 4줄, 5줄짜리 문제가 나와요. 그러면 초등학교 1학년은 그걸 문자로 읽고 이해를 못하죠. 그러니까 엄마들은 ‘어, 내가 옛날에 수학을 배웠을 때보다 뭔가 달라지고 어려워졌네’라는 느낌은 들지만 교과서가 잘못됐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다른 집 애들은 그걸 해낸다고 생각하는 거죠. 굉장히 조바심 나고 아이들을 쪼게 됩니다. 그럼 사교육 업계에서는 그걸 활용해서 각종 마케팅을 하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건 교과서가 잘못된 거예요. 교과서를 바꿔야 돼요. 제가 요즘 그런 걸 좀 해보려고 시도하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너무 쫄거나 공포심을 가지지지 마세요. 아이가 이런 거는 2년, 3년 지나면 저절로 다 알게 돼요.

두번째로, 옆에서 애 그렇게 내버려두면 큰일 난다고 하는 옆집 엄마들이 있을 거예요. 옆집 엄마 너무 무서워하지 마세요. 옆집 엄마 별거 아니에요 사실. 제가 수도 없이 많은 학생, 학부모 상담을 해봤는데 강남 엄마들 정보력 좋다는 말을 안믿어요. 저도 많은 강남 엄마들을 만나봤는데 나름 정확하고 괜찮은 정보와 제가 보기엔 진짜 쓸데없는, 심지어는 틀린 정보를 뒤섞어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맑은 물하고 구정물을 섞어 놓으면 이게 구정물이 되는 것처럼 결국 엄마가 알고 있는 정보가 완전히 잡탕이 돼가지고 실제로는 별 효과를 못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세대차를 인정하셔야 되는데요, 요즘 애 키우기 어려운 이유는 물론 우리나라가 경쟁이 심하기도 하지만 세대차이가 극심해요. 선진국에서 백년 걸릴 일을 우리나라가 이십 년, 삼십 년만에 해버린 게 너무 많아서 내 아들 딸이라고 생각하고 키우시면 안돼요. 이게 문화적으로는 두세 세대 차이 나는 거예요. 증손자 증손녀죠. 옛날 관념으로 애를 키우면 안되는 거예요.

요즘 효자 효녀의 기준이 뭐냐. 하고 싶은 게 있는 아이들이 효자 효녀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엄마들한테 이 얘기를 하면 저게 무슨 소린가 하고 갸우뚱하십니다. 그런데 중학생 정도 된 자녀를 둔 엄마들한테 이 얘기를 하면 다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초등학교 때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아이들이 중학교 들어갈 무렵쯤 되면요 ‘하고 싶은 거 뭐 있니?’ 그러면 ‘없어요’ 그러고 ‘되고 싶은 건 뭐니?’ 그러면 ‘없어요’, ‘좋아하는 과목은 뭐니?’ ‘없어요’ 대부분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심각한 위기는 제가 보기에는 아이들이 모티베이션이 없다는 거예요. 실제로 ‘네가 수학, 과학을 좋아하느냐’라고 49개국 학생들에게 질문한 조사가 있는데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학을 좋아한다고 답한 비율이요 49개국 중에 48등, 과학은 49등이에요. 두과목을 조사했는데 이정도라는 거죠. 아이들이 철저하게 모티베이션을 잃어버리는 과정을 초등학교 때 겪어요. 이건 우리나라 교과서나 교육과정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 사교육 업계의 유혹을 너무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엄마들 책임도 분명 있는 거예요.

저희집 애들은 영어 사교육만 시켜요. 그것도 막 이 잡듯이 아이를 쪼아가지고 시키는 영어 사교육 기관은 안보내요. 아이 개인에게 맞추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유명한 데를 안 찾아다녀요. 애한테 맞는 데를 찾아다니죠. 저희 첫째 같은 경우는 숙제하는 거를 너무 싫어하거든요. 그러면 학원 중에서 숙제를 제일 안 내주고 심지어 그것도 안 해가서 학원에다 우리 애 숙제 안해가니까 알아서 그냥 지나가게 하라 이렇게 주문하기도 했어요. 영어는 많은 시간을 노출하면 도움이 되거든요. 근데 너무 부담스럽게 하면 아이들이 튕겨 나가거나 영어에 대해서 울렁증을 가지게 되죠. 그래서 그런 한도 내에서 최대한 노출시간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학원을 택할 수도 있고 학습지를 택하기도 하고 온라인 학습 프로그램을 활용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하는데 아이의 성향이나 흥미도를 유지할 수 있는 한에서 하시면 되겠고요.

저희집 애들은 지금까지 학교 공부를 하면서 수학을 빼놓고는 문제집을 한 권도 안 풀어봤어요. 문제집 푸는 게 그리 중요한 공부라고 생각하시면 안돼요. 왜냐면 문제집을 풀면요, 그 단원의 점수는 올라가요. 그런데 문제집을 푼다고 해서 그 다음 단원에 대한 대응 능력이 커지느냐, 그렇지 않아요. 문제를 푼다는 건 테스트를 하는 거거든요.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그릇에 물이 얼마나 담기냐를 테스트 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릇에 물이 얼마나 담기느냐를 오늘 테스트 하고 내일도 모레도 테스트해 본다고 해서 그릇의 사이즈가 커지냐고요. 이거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거예요. 오늘 문제를 풀어서 이 단원 점수를 올려놔도 그 다음 단원에 대한 대응 능력이 커지질 않아요. 왜냐면 그릇 사이즈가 그대로이거든요. 그러면 이 그릇의 사이즈를 키우는 교육이 뭐냐. 이게 이른바 역량교육인데 우리나라 교육이 너무 지식 중심으로 가는 경향이 있어서 역량을 키우는 기초 교육이 잘 안돼요.

우리나라 환경에서 제일 중요한 역량교육은 역시 책을 가까이 하는 거예요. 저희집 같은 경우는 정말 그 책 다 샀으면 돈 많이 들었을 텐데 많은 부분을 중고로 사거나 어디서 얻어오거나 그랬어요. 지금도 집에 가면 자기 전에 셋째 넷째를 옆에다 눕혀 놓고 책을 한권 읽고 너무 길면 중간에 접어 놓고 내일 또 읽어줄께 하고 내일 술 마시고 늦게 들어가면 모레 읽어주고 그래요. 그러니까 애 아빠한테 얘기를 하세요. 일주일에 적어도 두세 번 정도는 10분, 15분 책을 읽어줄 수 있을 거예요. 그런 경험, 그런 분위기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거예요. 그것을 통해서 의외로 아이들이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어요. 이를테면 저희 집은 만화책을 보기도 하고 이야기책을 보기도 하고 지도나 도감이나 이런 걸 보기도 해요. 그런 과정을 통해서 아이의 그릇 사이즈를 키우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생각해요. 초등학교 때 몇 점 맞는지 하나도 안 중요합니다. 저희 집 애들 1, 2학년 때 50점, 60점 많이 받아왔어요. 근데 저희 첫째 같은 경우는 지금은 백점 비슷하게 받거든요. 근데 문제집은 수학 빼고는 한 번도 안 풀어봤단 말이에요. 그게 어떻게 가능했겠어요. 결국 그릇에 물이 얼마나 담기냐를 재는데 너무 조바심을 내지 마시고 장기적으로 그릇의 사이즈를 키우는 다양한 경험과 독서활동 이런 것들을 해보시길 바라요.

그래서 초등학교 때 중요한 건 전 딱 두 가지라고 봐요. 첫 번째는 독서활동, 책을 부담없이 친숙하게 가까이하는 것. 두 번째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과 관련해서 보다 많은 경험을 가지는 것. 이게 왜 중요하냐. 자기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과 관련해서 의미있는 꾸준한 경험을 하다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생깁니다. 요즘 효자 효녀의 기준은 바로 하고 싶은 게 있는 애들이라고 말씀드렸죠. 그래서 중학교 올라갈 무렵에 내가 뭘 하고 싶다 뭐에 관심이 많다 이런 아이로 만들어 내면 초등 교육 성공인 겁니다. 몇점 받는지 중요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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