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뿌리

‘이놈의 칡뿌리 같은 인생’이라고 한다면 신세한탄을 토로하는 것일까? 어렸을 때의 칡뿌리에 대한 기억은 참 달콤하다. 친구들과 자주 칡을 캐러 뒷산을 이 잡듯이 헤매곤 했다....

멘탈 갑이 되는 법

TV에서 테니스 시합을 보다 보면 중간중간 선수들의 시합 중 통계를 화면에 보여주는데 그 중에 양 선수가 unforced error 몇 개인가를 표시해준다. 이것은 상대편이 잘하고...

흐르는 강물처럼

아들의 테니스 그룹 레슨이 끝났다. 땀이 흐르고 숨소리가 거친 아들이 차 안으로 들어온다. 조금 있다가 아이는 차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요즘 아이돌...

‘위대한 침묵’ 속으로

유난히 내성적이고 말 수가 적은 유년 시절을 지냈었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의 놀라운 복제(?)능력 덕분이다. 아버지와의 대화를 평생 모아 봐도 5분이 넘지 못할 것 같은...

모든 것은 허용된다

“진실은 없고 모든 것이 허용된다.” 아이들이 열광하는 어떤 컴퓨터게임 속 어느 비밀결사조직의 신조(creed)이다. 이 조직은 자신들의 이상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암살을 동원하기도 한다....

외로움

대학 첫해에 나는 기숙사에서 기거했다. 가슴 터질 것 같던 신입생의 봄과 여름. 친구들이랑 마음이 벅차 미친듯이 종로를 뛰어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덧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었을...

소쿠리

“우리 고향 주소는 경남 ‘진주’시 ‘명석’면 ‘우수’리이고 동네이름은 ‘새마을’ 부락이었어요.” 아내가 처음 내 주소를 듣게 되었을 때 무척 재미있어 했다. “보석 같은 영재들이 새로 모여...

먼 산 언저리마다 너를 남기고

흐린 가을 하늘이다. 그러나 편지를 쓰고 싶은 사람은 없다. 다들 그저 자신의 일로 골몰하고 있다. 창 밖에는 단풍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따뜻한 날씨 때문에 혼란스러워...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학교 다닐 무렵에 하루는 도서관 벽에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자보가 붙었다. 제목에 001이 있을 때도 있고 좀 지나서는 002가 포함되어 있기도 했다. 나중에...

사소한 일에 목숨 걸다

어김없이 또 하루가 밝았다. 아침에 눈뜨자 마자 하는 하루의 일과들을 마치고 강아지와 함께 동네 한바퀴를 돌았다. 오늘따라 강아지는 유난히 나와 비슷한 점이...

O felix culpa!

둘째 아이와 성당으로 단둘이 차를 타고 가는 길이었다. “아빠는 미사 중에 무슨 생각을 해요?” 하고 묻는다. 뜨끔하였다. 미사 중에 뜨듯한 감동이 온 몸으로 퍼져가는...

내 항아리 속 바윗돌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오는 길에 달팽이를 만났다. 어린 시절 졸졸 흐르던 개울 옆 앵두나무 그늘진 우물 가에서 기어 다니던 그 달팽이였다. 온타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