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대기가 따스하다. 2월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이러다 정말 봄이 오지 싶다. 무거운 몸과 들뜨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북쪽 서닝데일을 향해 아델레이드 길을 운전하고 있었다....

거룩함에 대하여

막내가 학교에서 흙이 있는 작은 화분에 오크나무의 모종을 담아왔다. 한 뼘 정도 크기의 가녀린 줄기에 의외로 큼직한 잎이 두 개 달려 있었다....

칡뿌리

‘이놈의 칡뿌리 같은 인생’이라고 한다면 신세한탄을 토로하는 것일까? 어렸을 때의 칡뿌리에 대한 기억은 참 달콤하다. 친구들과 자주 칡을 캐러 뒷산을 이 잡듯이 헤매곤 했다....

잡초

우리 집 잔디에는 주위 이웃집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상한 잡초가 몇 해 동안 여러 군데에서 듬성듬성 방치되고 있었다. Dallis-weed라는 놈들인데 줄기가 강인하여 제초제가 통하지...

긴가민가

“이젠 확신이 있어요.” 10년 전 쯤 성당에서 같이 성가대를 했던 분과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 이제는 성당에 다시 나오시려나보다.’ 하고 내심 반가웠으나,...

밤이다. 먼 코쟁이의 나라 조그만 도시를 차로 달린다. 저쪽 차가운 하늘 위로 보름달이 유난히 밝고 크다. 달의 낯짝은 늘 지구를 향하기 때문에 일년 내내...

서주우유 열 방울

간식 투정하는 막내에게 아내는 어릴 적 내 이야기를 들려주며, “너는 호강하는 줄 알아라.” 했다고 한다. 언젠가 아내에게 중학교 때 시작되었던 우유급식에 관해서...

비상의 꿈

“아빠, 통계를 보면 뭔가 영웅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 일에 감정적으로는 약간 초연한(detached) 경향이 있대요.” 열성과 고집이 있어야 큰 일을 해내지 않겠니? 하고 되물으려다가...

용서와 사랑

“저를 용서하지 마십시오.” 10년 전 쯤이었을까? 어떤 사람에게 비참한 심정으로 토로했던 말이다. 제 3자 앞에서 뭔가 의도를 가지고 그를 헐뜯었던 것 같은데...

어머니라는 문맥

아침 하늘에 구스 몇마리가 낮게 날아간다. 어릴 적 고향에서도 앞마당 평상 위에 누워 파랗고 깊게 펼쳐진 아침 하늘 속으로 기러기들이 북쪽으로 날아가는...

내비게이션

예전에 미국에서 여행을 다니거나 지인들을 방문하곤 할 때는 지도를 보고 여기저기 찾아 다녔었다. 지도가 상당히 상세하고 도시지역은 가로 세로 구획이 분명해서 목적지를 찾는데 그다지...

향수

12월 말에 한국을 가면 고향에도 찾아가 볼 예정이다. 13가구가 낮은 산 자락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시골 마을, 그리고 동네 어귀 들판 사이로 흐르던 시냇가는...